원발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마름뇌염
Rhombencephalitis Caused by Primary Varicella-Zoster Virus Infection
Article information
수두(chickenpox)는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 VZV)에 의한 원발 바이러스병으로 어느 연령의 누구나 감염될 수 있으나, 주로 2-8세 소아에서 흔히 발병하고, 소아에서 발병 시 증상은 경미하다고 알려져 있다[1]. 그러나 성인이나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에서 원발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발생할 경우 폐렴, 간염 그리고 심근염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 할 수 있으며, 신경학적 증상도 발생할 수 있으나 그 빈도는 매우 드물다[2]. 저자들은 원발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에 의한 양측 얼굴마비, 구음장애, 발성장애, 주시유발안진, 사지마비 그리고 배뇨장애 등의 다양한 신경학적 합병증을 보인 환자를 경험하여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평소 건강하게 지내던 38세 남자 환자가 두통, 오심, 구토 및 배뇨장애로 입원하였다. 환자는 내원 5일 전부터 열감, 근육통, 오한, 복부와 흉부의 반구진발진(maculopapular rash) 및 소양감으로 타 병원에 입원하여 수두로 진단을 받았고, 내원 4일 전부터 famciclovir 750 mg를 경구 투여 중이었다. 입원 당시 이학적 검사에서 체온 38℃였으며, 구강 및 항문주위를 포함한 전신 소포성발진과 복부 압통이 있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고 지남력은 정상이었으나, 오른쪽이 더 심한 양쪽 중추얼굴마비, 구음장애, 발성장애, 삼킴곤란, 주시유발안진, 및 사지 근력 약화(Medical Research Council [MRC] 등급 IV)가 있었고, 양쪽 상하지에서 운동실조가 관찰되었다. 하악반사를 포함한 사지의 심부건반사 항진, 오른손 호프만징후와 양쪽 바빈스키징후가 양성이었고, 경부강직 및 배뇨장애가 확인되었다.
입원 직후 시행한 혈청검사에서 VZV IgM지수 3.55 (정상범위 0-0.9), IgG지수 12.21(정상범위 0-0.9)로 의미 있게 상승되어 있었고,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혈청검사 및 혈액과 소변 배양검사는 음성이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압력 80 mmH2O, 백혈구 10 cells/μL, 단백질 52.4 mg/dL, 당 67 mg/dL이었으며, 뇌척수액 및 혈청의 VZV 중합효소연쇄반응에서는 음성이었다. 뇌 MRI의 T2강조영상에서 교뇌와 경수연수이음부에 고신호강도를 보였고, 뚜렷한 가돌리늄조영증강은 동반되지 않았으며, 경부 MRI에서는 뚜렷한 이상소견이 없었다(Fig.). 흉부전산단층촬영에서 왼쪽 아래엽의 폐렴이 진단되었다.
마름뇌염(rhombencephalitis)을 동반한 수두로 진단하고, 아시클로버(30 mg/kg/day) 정맥주사와 고용량 코티코스테로이드를 투약하였고, 입원 2일째, 상하지 마비가 MRC 등급 III로 진행하였으나, 이후 신경학적 증상은 점차 호전되었다. 치료 2 주 후 퇴원 시, 걸을 때 양측으로 몸이 흔들리는 증상이 남아있었으나, 1달 후에는 완전히 회복되었다.
고 찰
소아에서는 수두와 관련된 신경학적 합병증으로 소뇌실조증, 뇌염이 있으며, 그 외 횡단척수염, 무균수막염, 길랑바레증후군, 수막뇌염, 뇌실염, 시신경염 등이 드물게 보고되고 있고, 이중 뇌염은 소아에서 VZV 감염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합병증이다[3]. 1962년부터 1981년까지의 미국 통계에서 소뇌실조증, 라이증후군(Reye syndrome), 기타 뇌염은 15세 이하의 소아 VZV 감염 환자에서 10만 명당 각각 1.3명, 0.5명, 0.2명으로 보고되었다[3].
수두로 인한 뇌염은 보통 원발 VZV 감염 약 1주 뒤 발생하며, 열감, 두통, 구토 및 발작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신경학적검사에서 운동실조, 근긴장도 증가 또는 감소, 심부건반사 항진 또는 감소, 바빈스키징후 양성, 편측마비, 지각마비 등의 다양한 소견이 보이며, 뇌척수액 검사에서 뇌압 상승, 경등도 또는 중등도의 림프구 증가증(보통 <100 cells/μL), 단백질의 경미한 증가 소견(50-100 mg/dL)이 관찰된다[2]. 뇌영상에서 뇌부종, 탈수초화 소견이 관찰될 수 있으며, 사망률은 5-10% 정도이며[2], 충분한 치료에도 낮지 않은 사망률과 후유증을 남긴다고 보고되고 있다[4].
VZV 감염 이후 신경학적 증상이 생기는 기전으로 탈수초화가 동반된 또는 동반되지 않은 뇌실질의 염증, 미세아교세포의 유입, 육아종성 그리고 혈관염에 의한 일시적인 혈관병증, 수막염, 괴사성척수염 등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4].
수두로 내원한 성인 환자 중 0.05% 이하에서 신경학적 합병증으로 뇌염이 발생된다고 알려져 있으며[5], 본 증례와 같이 사지의 진행성 마비를 동반한 마름뇌염 형태로 발현되는 경우는 국내에 보고된 바 없다. 수두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 통계에서 매년 약 1만 2천명에서 1만 5천명의 환자가 발생하였다[6]. 이 중 1%인 약 150명 정도가 15세 이상에서 발생하였고, 소아에서는 좋은 예후를 보이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성인에서 발병 시 사망률은 국내에서 연간 10만 명당 약 30명 정도로 소아에 비해 15배 정도 높았다. 성인에서의 주요 사인은 바이러스성 폐렴이고, 소아에서는 이차적인 세균감염과 뇌염으로 인한 합병증이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1990년대 이후 전 연령대에서 발병 빈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성인에서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1].
수두로 인한 합병증에 대해 아직까지 정형화된 치료법은 없으나, 증례보고나 소규모 연구에서 아시클로버 정주 요법이 일차 선택 약으로 추천되고 있다[1,7]. 일부 병리조직연구에서 감염 후 탈수초화 또는 혈관염이 뇌염을 일으키는 기전으로 알려져 있고 고용량 코티코스테로이드를 투여하고 호전된 증례보고가 있어, 코티코스테로이드 투여 또한 뇌염 환자에서 고려될 수 있다[7]. 본 증례의 경우 진행하는 양상의 양쪽 중추얼굴마비, 구음장애, 발성장애, 삼킴곤란, 사지 근력 약화 등의 심각한 신경학적 합병증을 동반하여 아시클로버 및 코티코스테로이드 모두 투여하였다.
성인 수두는 국내에서 연간 150명 정도의 환자가 꾸준히 발병하고 있는 질환이며[6], 본 증례와 같이 성인 수두로 인해 폐렴 뿐만 아니라 마름뇌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주지하고 대처할 수 있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