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소근긴장이상(focal dystonia)은 특정 근육다발에 불수의적으로 발생하는 근수축 현상으로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세밀하게 훈련된 동작에서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대증치료로 특정 동작에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근육에 보툴리눔독소를 주사하는 치료가 널리 사용되고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2,3]. 이러한 보툴리눔독소 주사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는 세밀한 병력청취와 반복적인 진찰을 통하여 주사할 근육을 정확히 선택하는 것이다. 근긴장이상의 범위와 주로 작용하는 근육의 위치에 따라 여러 아형으로 분류되며 직접적인 장애를 초래하는 적절한 근육이 선택된다. 이렇게 선택된 근육에 주사할 때 정확한 위치 선정 과정이 필요한데 특히 팔과 손가락의 근육은 구조가 복잡하고 기능적 복합성으로 인해 원치 않는 위약을 초래하는 등의 부작용이 빈번하다. 위약은 보툴리눔독소 치료에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보고에 따라 53-100%까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4]. 특히 손과 손가락의 위약은 범위가 클수록 더 많은 기능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본 증례에서는 손가락 국소근긴장이상 환자에서 표면 해부학과 침근전도를 활용하여 선택한 근육다발에 보툴리눔독소 주사를 시행하여 기능장애를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증 례
37세 남자 환자가 글씨 쓰기가 불편하다고 외래로 왔다. 은행원이었고 평소 글씨 쓰는 일이 많다고 하였다. 약 1년 전부터 글씨를 쓰려고 펜을 잡으면 엄지, 검지, 중지에 힘이 들어가 글씨 쓰기가 힘들다고 하였다. 숟가락질, 물 따르기, 열쇠로 문 열기 등 기타 일상 활동에는 불편함이 없었으나 펜 잡기와 같이 손가락을 사용하는 동작을 반복하면 글씨를 쓰지 않을 때도 검지, 중지의 근긴장이상이 관찰되었다. 두부손상, 뇌염, 증상 이전 약물 복용 등의 병력은 없었으며 신경학적진찰상 손가락 및 손의 세부 근력은 정상이었고 펜을 잡을 때 발생하는 근긴장 외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유사한 증상의 가족력도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는 타 병원에서 뇌자기공명영상과, 신경전도검사, 근전도검사를 시행하였으나 이상이 없었고 trihexin, alprazolam, buspirone, clonazepam 등의 약을 사용해 보았으나 효과가 없다고 하였다. 글씨 쓰기로 환자의 근긴장이상을 유발하였을 때 특히 환자의 오른쪽 검지 굽힘근의 과도한 긴장으로 한 문장을 쓰면서도 여러 번 펜을 고쳐 잡아야 했다(Video 1). 여러 약물에도 만족할만한 효과가 없어 보툴리눔독소 주사치료를 시행하기로 하고, 다른 기능의 불필요한 위약을 줄이기 위하여 환자의 글쓰기에 가장 불편함을 초래하는 검지 굽힘근 위주로 선택하였다. 표재지굴근(flexor digitorum superficialis)와 심수지굴근(flexor digitorum profundus)의 검지 근육다발에 주사 치료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심수지굴근은 심부근이므로 전완부 1/3 지점에서 표면 해부학상 척측수근굴근(flexor carpi ulnaris)을 확인하고 척골을 촉지하여 양 구조물 사이 척골 바로 앞쪽으로 접근하였다(Fig. A). 접근 방향에서 가장 심부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검지 근육다발을 1회용 주사 근전도 바늘을 활용하여 소지, 약지, 중지, 검지 순으로 유발되는 활동전위(MUAP) 크기를 확인 후 검지 굽힘 시 가장 크게 활동전위가 발생하는 부분을 검지 근육다발로 생각하여 Abobotulinumtoxin A 40단위를 주사하였다. 표재지굴근은 기존 보고대로[4] 내측위관절융기(medial epicondyle)에서 콩알뼈(pisiform) 사이 가상의 선(LL; landmarking line)을 설정하여 검지 근육다발 위치에 해당하는 가상선의 72% 위치에서 90도 방향으로 약 14 mm 위치에서 촉지하여 같은 방법으로 검지를 굽힐 때 가장 크게 유발되는 활동전위를 확인 후 Abobotulinumtoxin A 75단위를 주사하였다(Fig. B). 2주 후 추적하였을 때 검지의 근위지와 원위지 굽힘이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3의 위약이 관찰되었고 중지 굽힘에도 MRC 4의 경미한 위약이 나타났으나 주로 검지 근육다발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였음을 확인하였다. 비록 위약이 나타났으나 글씨 쓰기에서 뚜렷한 개선을 보였고 다른 일상 활동에 장애 없이 환자는 만족하였다(Video 2).
고 찰
보툴리눔주사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근긴장의 형태를 파악하고 주사할 근육을 정확히 선택하는 것이다. 근긴장이 국소적으로 작용하는지 전반적으로 작용하는지 굽힘근에 주로 작용하는지 폄근에 작용하는지에 따라 여러 아형으로 분류되고 경우에 따라 손목 및 어깨의 이상운동도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세밀한 관찰을 통해 주로 관여하는 근육을 선택해야 한다. 때때로 반대편 손으로 글씨를 쓰게 하면 거울근긴장이상(mirror dystonia)이 나타나 근긴장이상을 유발하는 움직임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5].
증례와 같이 글씨를 쓸 때 국소적으로 굽힘근에 작용하는 손국소근긴장이상 형태에서는 장수무지굴근(Flexor pollicis longus), 심수지굴근, 표재지굴근을 주로 선택하게 되는데[3] 경우에 따라 주로 영향을 끼치는 근육을 유동적으로 선택하여 불필요한 위약을 취소화할 수 있다. 심수지굴근과 표재지굴근은 각 손가락으로 주행하는 근육다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치료에 따른 위약이 불가피하다면 증상에 가장 영향을 주는 근육다발에 주사하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원치 않은 위약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심수지굴근에서 검지 힘줄은 비교적 일찍 분지되어 전완부 1/3 지점 혹은 주두(olecranon)에서 3-4 손가락너비 위치를 선정하였다[6]. 심부근이므로 표면 해부학적 접근이 어려워 척측수지굴근과 척골과 같은 주요 표지 구조물을 활용하여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고 접근시 다른 근육 통과를 최소화할 수 있다[6]. 표재지굴근은 22예의 사체를 해부 분석 후 평균하여 적정 주사 부위를 제시한 이전 보고에 따라 기준선을 활용한 위치로 표면적으로 접근하여 근육수축을 확인하였다[7]. 하지만,이러한 해부학적 접근은 개개인의 편차를 반영하지 못하므로 초음파나 근전도를 활용하여 정확한 위치선정이 필요한데 1회용 침근전도 주사 바늘을 활용하면 위치확인 후 주사가 간편할 뿐 아니라 초음파에 비해 숙련이 용이하다.
본 환자에서 주사 근육에 해당되는 검지 굽힘의 위약과 중지의 경미한 위약이 관찰되었으나 일상생활에 불편감을 호소하지 않았다. 보툴리눔주사 후 발생하는 위약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면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육과 근육다발을 선택하고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특히 손가락 근육의 초기 주사치료 시에는 가능한 특정 운동, 특정 부분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근육과 근육다발을 목표하는 것이 원치 않은 기능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증례에서는 손 국소근긴장이상 환자에서 표면해부학과 침근전도를 활용한 선택적 근육다발에 보툴리눔 주사치료를 시행하여 환자가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어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