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에서 불임치료 중에 발생한 뇌정맥동혈전증
Cerebral Venous Sinus Thrombosis Developed during Infertility Treatment in a Male Pati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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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정맥동혈전증(cerebral venous sinus thrombosis)은 뇌정맥동에 발생한 혈전으로 인해 정맥혈이 배출되지 못하여 나타나는 질환으로 혈액응고장애, 감염, 혈관염, 두부외상, 악성종양 등과 같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1,2].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임신이나 경구피임제가 뇌정맥동혈전증을 일으키는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고[1,2], 드물게는 성선자극호르몬을 투여받은 여성에게서 뇌정맥동혈전증이 발생한 증례도 보고되어 있다[3]. 하지만 남성에서 성선자극호르몬치료로 인하여 뇌정맥동혈전증이 발생한 경우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 저자들은 무정자증으로 인한 불임을 치료하기 위하여 성선자극호르몬을 투여 받던 남성에서 뇌정맥동혈전증이 발생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한다.
증 례
33세 남자가 두통으로 병원에 왔다. 두통은 내원 5일 전부터 주로 우측 후두부를 둔하게 누르는 듯한 양상으로 발생하여 점차 악화되는 경과를 보였으며, 2일 전부터는 오심과 구토가 함께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두통의 과거력은 없었고 두부외상이나 감염력도 없었다. 다만 환자는 불임으로 7개월 전에 시행한 검사에서 무정자증으로 진단되어 2개월 전부터 인근 병원에서 clomiphene citrate 25 mg을 경구 복용하기 시작하였으며 동시에 황체형성호르몬(luteinizing hormone)과 난포자극호르몬(follicle stimulating hormone)의 복합제인 menotrophin 75 IU을 근육 주사로 주 3회씩 투여 받아 왔다. 가족력과 사회력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다.
신체진찰에서 혈압, 맥박, 체온을 포함한 활력징후는 정상이었고 유두부종은 관찰되지 않았다. 신경학적진찰에서도 이상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뇌자기공명 T2강조영상(T2-weighted image)과 T1강조영상(T1-weighted image)에서 우측 횡정맥동(transverse sinus)에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고(Fig. A, C), 상시상정맥동(superior sagittal sinus)에서도 혈전으로 판단되는 고신호강도가 관찰되었다(Fig. B, D). 또한 뇌자기공명정맥조영술(magnetic resonance venogram)에서 우측 횡정맥동과 상시상정맥동에 혈류의 장애가 확인되어(Fig. E, F), 상시상정맥동으로부터 우측 횡정맥동에 걸쳐서 발생한 뇌정맥동혈전증으로 진단하였다. 일반혈액검사와 혈액화학검사는 모두 정상이었고, 프로트롬빈시간, 활성부분트롬보플라스틴시간, C단백질, S단백질, 항트롬빈 III, 응고인자V Leiden, 루푸스항응고인자, 항카디오리핀항체, 호모시스테인, 류마티스인자 등의 혈액응고장애 및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검사에서도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는 불임에 대한 평가로 7개월 전에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황체형성호르몬 1.62 mIU/mL (0.8-11.1 mIU/mL), 난포자극호르몬 3.30 mIU/mL (1.1-13 mIU/mL),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1.18 ng/mL (2.67-10.12 ng/mL), 유리테스토스테론(free testosterone) 3.31 pg/mL (8.9-42.5 pg/mL)로 측정되었으나, 내원 이후 시행한 성호르몬검사에서 황체형성호르몬 3.07 mIU/mL, 난포자극호르몬 4.91 mIU/mL, 테스토스테론 4.47 ng/mL, 유리테스토스테론 7.24 pg/mL로 이전과 비교하여 모두 상승되어 있는 결과를 보였다.
헤파린의 정맥 내 투여로 항응고제치료를 시작하였으나 두통은 지속되었다. 오히려 항응고제 투여 10일 후부터는 양안의 외전장애를 동반한 복시가 나타났고 뇌척수액의 흡수 장애로 인하여 두개내압이 상승된 결과라고 판단되어 혈관내혈전용해술(endovascular thrombolysis)을 시행하였다. 카테터를 우측 횡정맥동과 상시상정맥동에 위치시키고 18시간 동안 유로키나아제 1,800,000 U을 투여하였으며 혈전이 남아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풍선카테터를 이용하여 혈관성형술을 하였다. 이후 두통은 빠르게 호전을 보였고 혈관성형술 5일 후부터는 복시도 소실되어 항응고제를 복용하면서 퇴원하였다. 환자는 현재까지 특별한 증상 없이 8개월째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다.
고 찰
뇌정맥동혈전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여성에 있어서 임신이나 경구피임제의 사용과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1]. 특히 에스트로젠(estrogen) 성분이 포함된 경구피임제의 복용은 젊은 여성에서 뇌정맥동혈전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1], 이는 에스트로젠이 섬유소원(fibrinogen), 프로트롬빈, 응고인자 Ⅶ, Ⅷ, Ⅹ의 혈장 농도를 증가시키고 항트롬빈의 농도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활성C단백질(activated protein C)에 대한 저항을 증가시켜 혈전이 형성되기 쉬운 과응고상태를 유발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Fig. G) [4]. 드물게는 성선자극호르몬을 투여 받던 여성에게서 뇌정맥동혈전증이 발생한 증례도 보고되어 있는데 성선자극호르몬의 투여로 인해 에스트로젠의 합성이 증가되어 혈전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3].
남성에서 성선자극호르몬의 투여가 혈전성 질환을 유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현재까지 성선자극호르몬치료를 받은 남성에서 허혈뇌졸중이 발생한 1예와 폐색전증이 발생한 1예가 보고되어 있을 뿐이며[5,6], 뇌정맥동혈전증이 발생한 경우는 아직까지 보고된 바가 없다. 남성에서 성선자극호르몬이 혈전 형성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성선자극호르몬의 투여로 인한 혈중 테스토스테론의 증가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혈전을 형성시키는 기전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으나 두 가지의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7]. 첫 번째는 테스토스테론이 혈압, 적혈구수, 혈액의 점도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혈소판의 트롬복산A2수용체(thromboxane A2 receptor)의 밀도를 증가시켜 혈소판 응집이 촉진되도록 하여 혈전 형성에 관여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가설은 남성에서 에스트로젠은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aromatase에 의하여 방향화(aromatization)되어 생성되므로 테스토스테론의 증가가 에스트로젠의 상승을 유발하여 혈전 형성에 관여한다는 것이다(Fig. G) [7]. 본 증례의 경우 내원 이후 측정한 테스토스테론 및 유리테스토스테론이 비록 정상 범위의 결과를 보였지만 7개월 전에 측정한 결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되고 있어 성선자극호르몬의 투여로 인해 갑작스럽게 상승된 테스토스테론이 뇌정맥동혈전증의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 증례가 무정자증의 치료를 위해 성선자극호르몬 이외에 경구 복용한 clomiphene citrate는 시상하부의 에스트로젠수용체를 억제하는 약물이므로 시상하부로의 음성되먹임(negative feedback)을 차단하여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내인성선자극호르몬의 증가를 유도할 수 있다. 따라서 성선자극호르몬의 직접적인 투여가 아닌 clomiphene citrate의 복용이 혈중 테스토스테론의 증가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고, 두 가지 약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 약제들이 성선자극호르몬의 증가를 통하여 테스토스테의 상승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 있어서도 성선자극호르몬의 증가가 뇌정맥동혈전증의 발생과 연관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향후 더 많은 증례들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