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뇌피개경색 후 발생한 소서증
Micrographia after Midbrain Tegmental Infar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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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Micrographia is an abnormal reduction in writing size that is a specific behavioral deficit associated with Parkinson’s disease. A 24 ‐year‐old right‐handed woman presented with sudden‐onset right‐hand micrographia. Brain magnetic resonance imaging revealed an infarction of the right tegmentum of the lower midbrain. The mechanism of micrographia caused by pure midbrain tegmental infarction remains unclear. This case could provide evidence of the functional anatomy of a direct connection between the cerebellum and basal ganglia through the midbrain.
소서증(micrographia)은 글씨를 쓸 때 비정상적으로 글자 크기의 감소를 보이는 임상양상으로 주로 파킨슨병 환자와 관련된 특별한 행동증상의 하나로 간주된다[1]. 파킨슨병과 같은 기저핵의 신경퇴행질환 외에도 뇌의 국소병변으로도 소서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관련된 병변의 위치는 좌측 기저핵‐시상, 좌측 조가비핵 및 속섬유막무릎(genu of the internal capsule), 좌측 두정엽, 좌측 시상‐중뇌, 좌측 대뇌부챗살(corona radiata) 등이었다[2-4]. 현재까지 보고된 소서증과 관련된 뇌의 국소병변들 중에서 중뇌에 병변이 있었던 경우는 1예만 있었는데 그 또한 중뇌와 시상에 걸쳐 병변이 있었고 순수한 중뇌 병변으로 소서증이 발생한 증례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3]. 저자는 중뇌피개부위의 뇌경색으로 인해 소서증을 보인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 례
24세 오른손잡이인 여자가 4일 전에 갑자기 발생한 글씨쓰기의 장애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4일 전 아침에 출근하던 중 갑자기 어지럼과 함께 복시를 느꼈고 구음장애가 동반되었다. 복시는 우측을 바라볼 때와 멀리 바라볼 때 심해졌고 말을 많이 하거나 빨리 하면 부정확한 발음이 나타났다. 글씨를 쓸 때 느리게 써지며 글씨체도 변하여 오른손 글씨가 마치 왼손으로 쓴 것 같았다. 글자 크기는 본래 글씨체에 비해 작았고 쓸수록 점점 더 작아졌다.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할 때 자판을 두드리는 속도가 느려졌고 정확성도 떨어졌다. 이러한 증상들은 점차 호전되었으나 글씨쓰기의 장애는 지속되어 내원하였다. 과거력에서는 특이사항이 없었고 가족력 상 할머니가 고혈압과 뇌졸중의 병력이 있었다. 흡연이나 음주력은 없었고 전문대학교를 졸업한 사무직 회사원이었다. 최근 2개월 전부터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해 온 병력이 있었다.
신체진찰에서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은 모두 정상이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고 한국판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 version of mini‐mental state examination)는 30점이었다. 뇌신경검사에서 시력은 정상이었고 대면시야검사에서 시야장애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구음장애도 뚜렷하지 않았다. 사지의 근력, 근육의 긴장도, 사지의 감각 기능은 정상이었다.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고 병적반사는 보이지 않았다. 손가락코검사(finger‐to‐nose test)와 급속반복길항운동(rapid alternating movement)도 잘 수행하였고 Romberg검사와 일자보행(tandem gait)도 정상이었다. 비정상적인 자세나 안정시떨림, 체위떨림 등은 관찰되지 않았고 사지의 경직도 없었으며 보행시 팔의 흔들림도 정상이었다. 손가락두드림(finger tapping)검사 시에 운동진폭의 점차적 감소는 뚜렷하지 않았다. 안정시, 물건을 잡을 때, 그리고 글씨를 쓸 때에도 팔의 근긴장이상증(dystonia)은 관찰되지 않았다. 글씨쓰기를 시켜보았을 때 펜을 쥐는 방법은 정상적이었으나 전체적인 글자의 크기가 작았고 문장을 계속해서 쓰도록 하였을 때 천천히 써지며 글자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경향이 관찰되었다(Fig. 1-A 위, 중간). 이러한 경향은 평행한 두 선 사이에서 글씨를 쓰도록 하면 일시적으로 호전되었다(Fig. 1-A 아래). 왼손으로 글씨쓰기를 시켜보았을 때는 정상이었다(Fig. 1-B).
일반혈액검사, 일반화학검사, 소변검사는 모두 정상이었고 적혈구침강속도와 C‐반응단백도 정상이었다. 혈액응고검사에서 항트롬빈III, 루푸스항응고인자, 항인지질항체, C단백질, S단백질, 항카디오리핀항체들도 모두 정상 범위였다. 단백, 면역화학검사에서 C3, C4, CH50은 모두 정상이었고 갑상선기능검사, 비타민 B12, 호모시스테인, 엽산 수치도 정상 범위였다. 혈청검사에서 B형 및 C형간염바이러스에 대한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고 매독 검사도 음성이었다. 항스트렙토리신‐O 수치와 류마티스인자가 각각 229 IU/mL, 126 IU/mL로 모두 증가되어 있었으나 항핵항체나, 항‐ds‐DNA항체, 항중성구세포질항체, 항cyclic citrullinated peptide 항체, 항핵주위인자(anti‐perinuclear factor)가 모두 정상이어서 비특이적 소견이었다. 뇌척수액검사는 정상 소견이었고 올리고클론띠도 음성이었으며 Immunoglobulin G index는 0.53이었다. 흉부방사선촬영과 심전도 및 심장초음파에서도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내원 당일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아래쪽 중뇌의 우측 피개부위에 T2강조영상에서 고신호 강도의 병변이 관찰되었다(Fig. 2-A). 이 병변은 확산강조영상에서 고신호강도로 보였고(Fig. 2-B) 겉보기확산계수지도(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map)에서는 저신호강도를 보여 급성 뇌경색을 시사하였다(Fig. 2-C). 또한 이 병변은 T1강조영상에서 저신호강도로 보였으나 조영 증강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다른 부위에서의 이상 소견은 없었다. 뇌혈관과 경동맥의 자기공명혈관조영은 정상이었다. 증상 발생 14일째 시행한 99mTc ethyl cysteinate dimer (ECD) 단일광전자방출전산화단층촬영(single photon emission computed tomography, SPECT)은 정상 소견을 보였다.
우측 중뇌피개경색으로 인해 나타난 소서증으로 진단 후 경구피임약복용을 중단시켰고 clopidogrel 75 mg/day와 레보도파(levodopa)/benserazide 200/50 mg 1정씩 하루 세 번 투여하면서 외래에서 경과 관찰하였다. 약 1개월 후에도 환자는 여전히 소서증을 호소하였고 투약에 큰 변화는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후 증상은 서서히 호전되어 증상 발생 3개월 후에는 소서증을 호소하지 않았고 원래의 글씨체를 보였다(Fig. 1-C). 이후 모든 투약을 중단하였고 약 1년간 경과 관찰하였으나 증상의 악화나 재발은 없었다.
고 찰
소서증은 파킨슨병 환자에서 특징적인 증상의 하나로 잘 알려졌는데, 정상 크기의 글씨를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에 문장의 끝부분으로 갈수록 글자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경향을 보이며 평행선 사이에 문장을 쓰게 하는 식으로 시각신호(visual cue)를 주면 일시적으로 글자 크기가 커지기도 한다[5]. 일부 환자들의 소서증은 레보도파에 호전을 보인다[5]. 본 증례에서의 소서증도 이러한 파킨슨병에서의 소서증과 매우 비슷하였으나 레보도파치료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소서증은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하나는 지속소서증(consistent micrographia)으로 병전에 비해 글씨 크기의 전반적인 감소로 나타나며 다른 하나는 진행소서증(progressive micrographia)으로 문장을 써 갈수록 글자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형태로 파킨슨병 환자에서의 소서증은 보통 두 형태가 혼재되어 나타난다[1].
최근 메타분석을 통하여 글씨쓰기에 관련된 대뇌피질과 피질하영역들의 연결망에서 운동과 언어관련 과정들을 분리해 보았을 때 좌측 상전두구/중전두회(superior frontal sulcus/middle frontal gyrus), 좌측 두정엽내구/위두정영역(intraparietal sulcus/superior parietal area), 우측 소뇌가 일차적 쓰기‐특이 영역(writing‐specific area)이었고 일차운동/감각운동피질, 보조운동 영역, 시상, 조가비핵, 복측 전운동피질, 후/하 측두피질은 비특이적 운동 혹은 언어영역들로 나타났다[6]. 뇌의 국소병변으로 인해 소서증이 발생하는 경우 대부분 기저핵 특히 좌측 조가비핵과 그 주변영역에서 병변이 관찰되었는데[2-4] 이런 병변들은 선조체‐창백핵‐피질경로(striato‐pallido‐cortical pathway)의 이차적 기능이상과 운동 및 전운동영역의 활성화의 손상과 연관되어 소서증을 나타낼 수 있다. 중뇌‐시상 병변의 경우 흑질선조체도파민계의 기능저하가 소서증의 발생 기전으로 추정되었고[3] 대뇌부챗살에 병변이 있었던 경우는 전두엽과 피질하 구조물들 즉, 선조체, 창백핵, 시상밑핵, 시상을 연결하는 전두‐피질하회로(frotal‐subcortical circuit)의 일시적 단절이 소서증의 발생 기전으로 제시되었다[4].
본 증례의 경우 병변이 있었던 중뇌의 피개부위에는 망상체(reticular formation), 중심뒷판로(central tegmental tract), 위소뇌다리교차(decussation of superior cerebellar peduncle) 등이 위치하고 있는데 기존의 소서증을 보였던 피질하 병변들과는 달리 우측에 병변이 있었고 우측 손에서만 소서증을 보였다. De Smet 등[7]은 최근 글씨쓰기의 장애를 보이면서 우측 소뇌의 급성 병변과 함께 SPECT검사에서 전두엽과 두정엽의 관류저하를 보였던 증례들을 보고하면서, 글씨쓰기의 장애가 글씨쓰기 과정에 주로 참여하는 우측 소뇌와 전전두 및 두정 영역들을 연결하는 소뇌‐대뇌 투사(cerebellar‐encephalic projection) 경로의 손상 때문에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본 증례에서 보였던 소서증도 병변의 위치로 미루어 볼 때 쓰기특이영역인 우측 소뇌와 좌측 상전두구/중전두회 및 좌측 두정엽내구/위두정영역을 연결하는 경로나 우측 소뇌와 비특이적 운동 및 언어영역들의 연결 경로의 단절로 인한 대뇌 쓰기영역의 기능이상으로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지만, 99mTc‐ECD SPECT검사가 정상인 점을 고려했을 때 그 가능성은 떨어진다. 따라서 본 증례에서도 기존의 다른 증례들에서와 같이 기저핵의 기능이상으로 인하여 소서증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고전적으로 소뇌와 기저핵은 대뇌피질과 각각 독립적인 회로를 구성하여 기능한다고 알려져 왔으나 최근 소뇌와 기저핵간의 직접적인 교차연결과 기저핵과 소뇌사이의 직접적인 교차연결을 증명하여 소뇌와 기저핵은 서로 소통하고 있음을 보여준 실험실 연구들이 발표되었다[8,9]. 임상적으로도 파킨슨병에서 소뇌의 기능적, 구조적 변화나 척수소뇌실조증과 같은 일차소뇌질환에서 파킨슨증(parkinsonism)이 보고되고 있고 이것은 소뇌‐시상‐피질 회로의 침범과 기저핵 기능이상으로 설명되었다[10]. 마찬가지로 본 증례에서도 우측 소뇌와 반대측 기저핵을 연결하는 경로의 단절로 인한 기저핵의 기능이상으로 소서증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소뇌와 기저핵간의 직접 연결을 시사하는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본 증례에서 입원 시 신체진찰에서 다른 소뇌기능장애는 뚜렷하지 않았는데 이는 병변의 크기가 작았고 처음에 환자가 느꼈던 어지럼과 복시, 구음장애가 호전된 다음에 내원하였기 때문에 다른 소뇌기능장애는 관찰되지 않았을 수 있다.
저자는 최근까지 보고된 적이 없었던 중뇌피개경색과 연관된 소서증을 경험하여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며, 향후 더 많은 증례보고와 기능적 뇌영상 연구들이 중뇌피개 병변이 소서증을 나타나게 하는 병태생리기전을 밝히는데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