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인 좌골신경통의 증상으로 발현한 대뇌혈철소증
Atypical Presentation of Cerebral Superficial Siderosis Mimicking Recurrent Sciatic Neural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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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혈철소증은 만성, 또는 반복적인 거미막밑출혈에 의해 중추신경계의 연막하층에 혈철소가 침착하면서 발생하는 드문 질병으로, 감각신경난청, 소뇌 운동실조, 추체로징후가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증상은 혈철소의 침착 부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드물지만 외안근 운동장애, 목 또는 허리통증, 양측 좌골신경통, 하위운동신경 병변의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1]. 최근에는 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기공명영상 T2 강조영상과 기울기에코영상을 통하여 진단이 가능하며 두부외상, 경막내수술, 뇌종양, 뇌동정맥기형 등이 주요 발병원인이다[1,2]. 이러한 일차 병변을 치료해야만 증상의 진행을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빠른 진단이 중요하다[3]. 저자들은 난청, 운동실조 등 혈철소증의 특징적인 선행 증상 없이 만성적으로 수차례에 걸친 반복적인 좌골신경통과 두통만으로 발현한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1세 여자가 20일 전부터 양측 엉덩이 저림과 동시에 발생하는 등으로 뻗치는 통증 및 두통으로 내원하였다. 10년 전부터 수차례 반복적이지만 일시적인 동일한 양상의 엉덩이 통증과 두통이 발생하였고 타원 방문 시 허리 디스크라는 이야기만 듣고 저절로 호전될 때까지 누워 지냈다고 하였다. 환자는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를 굽힐 때 악화되는 신경성 통증을 호소하였으며, 진통제에 호전 양상을 보이지 않았다. 특별한 과거력은 없었다. 입원 당시 신경계 진찰에서 뇌신경검사와 청력검사는 정상이었으며, 사지 근력도 정상이었으나 감각검사에서는 우측 팔다리에서 경도의 진동감각 저하가 관찰되었으며, 좌측 하지에서 고유수용성 감각이 저하되어 있었다. 소뇌기능검사는 이상 소견이 없었다. 내원 후 시행한 확산 강조영상과 기울기에코영상에서 소뇌 가장자리로 저신호강도를 보이고 있었으며, 양측 섬엽의 피질에서도 저신호강도를 보이는 병변이 발견되었다. 또한 왼편 뇌량의 동정맥기형의심 소견이 관찰되고 있었다(Fig. A). 이에 동정맥기형의 지속적인 출혈로 인한 대뇌혈철소증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의심되었고, 급성 거미막밑출혈을 감별하기 위해 비조영증강 CT와 뇌척수액천자를 시행하였다. 뇌 CT상에서는 명확한 급성 출혈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으나(Fig. B), 뇌척수액천자에서 적혈구변색증을 보였고 원심분리 시 황색변색증을 나타냈다(Fig. C). 분석 결과는 적혈구 10,000개 이상/μL (old form 95%)으로 증가된 상태였다. 이에 동정맥기형으로 인한 급성 거미막밑출혈이 가장 먼저 의심되었고, 이전의 반복적인 출혈과 그로 인한 표면 혈철소증으로 사료되었다. 보존적 치료와 동정맥기형에 대한 확진 및 제거를 위하여 재입원하였으며, 혈관조영술에서 동정맥기형이 확진되어 동정맥기형제거술을 할 예정이다.
고 찰
중추신경계의 대뇌혈철소증은 80-90%의 환자에서 양측성 감각신경성난청, 소뇌 운동실조 및 추체로징후가 발생하며, 이외에도 치매, 방광장애, 후각소실, 동공부동 및 감각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드물게는 외안근장애, 목 또는 허리통증, 양측 좌골신경통, 하위운동신경 병변의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1]. 1960년대에 들어서야 그 임상 양상과 병리학적 기전이 밝혀졌는데 약 81%의 보고에서 난청 및 실조 등의 증상이 발생한 후 진단하였다[4]. 그러나 저자들이 경험한 증례는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비특이적으로 두통과 수막자극징후를 동반한 좌골신경통 및 다리감각증상만 나타났을 때 이를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고려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대뇌혈철소증의 가장 큰 원인은 수막류, 가성수막류 등이나 신경뿌리 손상에 의한 경막 병변이며 혈관성 종양이나 동정맥기형, 뇌동맥류 등의 혈관 이상이 있을 수 있다[1,3]. 또한 최근에는 대뇌아밀로이드혈관병증과 대뇌혈철소증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논의되고 있다[5]. 본 증례는 두부외상의 병력이나 수술의 병력이 없었고,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대뇌혈철소증의 특징적인 소견과 함께 혈관조영술에서 동정맥기형을 확인하였다. 동정맥기형의 반복적인 출혈로 인해 대뇌혈철소증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간헐적인 출혈이 있을 때마다 발작두통이 발생하였던 것으로 생각되며, 척수강 내에 침범한 거미막밑출혈로 인하여 혈철소가 침착됨에 따라 이의 자극이 좌골신경통을 유발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혈철소증은 T2 강조영상이나 기울기에코영상에서 소뇌, 뇌간, 뇌실, 섬엽과 실비우스 열구의 피질 표면을 따라 특징적인 저신호강도의 병변을 관찰함으로써 진단할 수 있으며 그중 기울기에코영상이 혈철소를 발견하는 데 있어 가장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은 영상이다[3,6]. 뇌척수액검사는 적혈구의 증가와 철과 페리틴 농도의 증가, 황색변색증을 보일 수 있어 진단에 도움을 주지만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7]. 본 증례에서도 대부분의 증례와 마찬가지로 뇌척수액 검사에서 적혈구의 증가 및 황색변색증을 보였다. 하지만 환자가 본원에 내원하기 전, 타 병원에서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기울기에코영상은 포함되지 않았었고 검사 결과 혈관기형 외에는 대뇌혈철소증을 의심할 만한 소견은 보이고 있지 않았다. 그 후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 중 T2 강조영상 및 기울기에 코영상에서 소뇌표면과 양측 섬엽의 피질에서 저신호강도를 보이고 있어 대뇌혈철소증을 진단할 수 있었다. 타원에서 시행했던 T2 강조영상에서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증상이 발생한 수일 후 촬영하였기 때문일 것으로 저자들은 추측한다. 따라서 이차 원인에 의한 두통이나 뇌막자극증상을 보이는 환자에서는 뇌자기공명영상을 시행할 시에 기울기에코영상을 포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여진다.
대뇌혈철소증은 드문 질환이기는 하나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며, 청력소실 및 소뇌실조 등 한번 발현한 증상을 회복하기는 어려우므로 질환에 대한 이해와 뇌영상검사 등 적절한 검사를 통한 빠른 진단과 원인질환에 대한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3]. 이에 만성적으로 척추의 문제로 생각해오던 좌골신경통 환자에서 재발성 뇌출혈과 그로 인한 혈철소증을 원인으로 확인한 비특이적인 증례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