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감염과 관련된 뇌병증은 주로 어린이나 젊은 환자에서 발생하며, 다양한 신경계증상을 보이고,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2]. 특히 출혈백질뇌병증은 드문 증상으로, 저자들은 인플루엔자 A와 B 동시감염 후 발생한 급성출혈백질뇌병증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한다.
증 례
20세 여자 환자가 내원 1일 전 발생한 설사, 구역, 구토 및 고열 등의 증상으로 지역병원에 입원하였다. 환자는 4개월 전 제1형 당뇨병을 진단받아 인슐린으로 조절 중이었으며, 당뇨병의 합병증이나 다른 특이 병력은 없었다. 발작 및 외상에 대한 과거력은 없었으며, 가족력에도 특이소견은 없었다. 입원 당시 두통 및 호흡기감염 증상은 없었고, 의식은 명료하였으며, 고열을 제외한 활력징후는 정상이었다. 신체진찰에서 특이소견은 없었으며,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2,300/uL 중 분엽핵중성구는 80%로 약간 증가된 소견을 보였으나, 적혈구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는 1 mm/hr, C-반응단백질(C-reactive protein)은 0.1 mg/dL로 정상이었다. 혈청포도당은 289 mg/dL, 당화혈색소는 14.4%로 높게 측정되었고, 그 외 다른 검사는 정상이었으며 단순흉부촬영도 정상이었다. 환자는 급성 위장염으로 치료 중 입원 다음 날 갑작스런 의식저하와 함께 호흡 장애가 발생하였고, 반복해서 시행한 단순흉부촬영은 정상이나 대사산증 및 빈호흡으로 기관내삽관 및 기계호흡을 시행하였다. 당시 시행한 뇌컴퓨터단층촬영은 정상이었으며, 뇌척수액검사에서 백혈구는 13개/mm3 , 포도당 361 mg/dL로 증가되어 있었고, 적혈구는 0개/mm3 , 단백질은 10 mg/dL이었다. 검사 당시 말초혈청포도당 수치는 492 mg/dL이였고, pH, 두개내압 및 알부민은 누락되어 확인할 수 없었다. 코인두면봉채취법을 통한 인플루엔자 A 및 B에 대한 신속항원검사(Rapid antigen test)인 BIOCREDIT influenza A and B® (RapiGEN, Gunpo, Korea) 검사를 시행하였으며, A 및 B 모두에서 양성을 보였고, 뇌척수액의 인플루엔자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everse transcriptase polymerase chain reaction)검사는 음성이었다. 바이러스뇌염 및 이와 동반된 인플루엔자감염이 의심되어 Oseltalmivir phosphate (Tamiflu® , Roche Pharma., Basel, Switzerland) 75 mg을 12시간 간격으로 5일간 투여하였으며, 덱사메타손 7.5 mg을 6시간 간격으로 7일간 정맥내주사하였다. 이후 환자는 진행하는 급성 신손상(acute kidney injury)을 주소로 증상 발생 8일째 본원으로 전원되었다.
전원 당시 체온 36.5℃, 혈압 169/102 mmHg, 맥박 124회/분이었으며, 신경학적진찰에서 의식은 통증에 반응 없이 혼미하였고, 경부강직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다른 국소신경학적결손은 없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두개내압은 300 mmH
2O, 백혈구 1개/mm
3 , 적혈구 68개/mm
3 , 단백질은 43.6 mg/dL, 포도당 102 mg/dL, 검사 당시 말초혈청포도당 수치는 176 mg/dL였다. 헤르페스바이러스,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홍역, 볼거리, 일본뇌염에 대한 혈청 및 뇌척수액 바이러스 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는 음성이었으며, 결핵에 대한 뇌척수액 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 크립토코쿠스에 대한 뇌척수액 항원검사, 인플루엔자 A 및 B 뇌척수액 및 비말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도 음성이었다. 뇌파에서는 광범위한 다형태의 델타파가 나타났으며, 뇌전증모양방전은 관찰되지 않았다. 입원 당일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양측 시상의 국소적인 고신호가 확산강조영상에서 관찰되었고, 연수막 및 경수막을 따른 조영 증강 및 뇌부종, 심한 두피의 피하부종, 양측 전두엽의 출혈이 T2강조영상, 액체감쇄역전회복영상(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imaging), 기울기에코영상(gradient echo imaging) 등에서 관찰되었다(
Fig. 1). 헤르페스바이러스에 대한 뇌척수액바이러스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가 음성으로 나올 때까지 Acyclovir 900 mg을 신장기능의 저하를 고려하여 하루 한 번 혈액 투석 후 정맥내주사하였으며, 추가적으로 인플루엔자 A 치료를 목적으로 M2 억제제인 경구용 Amantadine 100 mg을 12시간 간격으로 7일간 투약하였다. 입원 6일째 의식은 점차 호전되어 명료해졌으며, 지시에 정상적으로 반응할 수 있었다. 내원 2주 후 다시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양측 시상의 고신호와 뇌막의 조영 증강 및 뇌부종은 호전되었으나, T2강조영상, 액체감쇄역전회복영상에서 우측 측두엽과 후두엽 백질의 고신호가 보이고, susceptibility-weighted angiography (SWAN)에서 대뇌 전반에 많은 수의 미세출혈이 관찰되었다(
Fig. 2). 입원 한 달째 우측 하지의 감각저하를 제외한 신경계증상은 모두 호전되었으며, 신경심리검사에서도 이름대기 및 작업기억의 경미한 장애 이외 모두 정상 소견이었다.
고 찰
신종인플루엔자라고 불리는 인플루엔자 A (H1N1)의 2009년 세계적인 유행 이후, 인플루엔자 A (H1N1)에 의한 많은 신경계 증상이 보고되었다[
3]. 인플루엔자 관련 뇌병증은 인플루엔자감염 후 중추신경감염의 증거 없이 의식변화를 동반하는 경우로 정의하며, 인플루엔자 관련 뇌염은 인플루엔자감염 후 뇌척수액검사 또는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중추신경감염의 증거를 동반한 뇌병증으로 정의하고 있다[
1]. 그러나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중추신경감염의 증거를 정의하기 어려워 많은 보고에서 뇌염과 뇌병증이 구별없이 사용되고 있다.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뇌병증의 주된 임상 증상은 발열이나 근육통을 동반한 상기도 증상이나 위장관 증상으로 시작되어 의식저하나 발작 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드물게 급성괴사뇌병증, 급성출혈백질뇌병증, 추체외로 증상, 횡단척수염 및 길랭-바레증후군 등의 신경학적 이상을 보인다[
1-
3].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뇌병증의 대부분은 H1N1형태의 인플루엔자 A와 관련된 경우로 빠르게 진행하는 신경학적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3], 드물게 H3N2형태의 인플루엔자 A 및 인플루엔자 B 감염에 의한 뇌병증도 보고된 바 있다[
1,
4,
5]. 국내에서도 인플루엔자 A 및 B에 의한 뇌병증의 예가 각각 보고되었으나[
6,
7]. 지금까지 A과 B 동시 감염에 의한 뇌병증의 보고가 없고,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출혈백질뇌병증 형태로 발현된 환자의 증례도 없었다.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뇌병증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그에 따른 치사율도 높으며, 괴사뇌병증이나 급성출혈백질뇌병증의 형태로 발병한 경우 예후가 불량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1]. 급성출혈백질뇌병증으로 발현된 환자에서 고열과 경미한 상기도 또는 위장관 증상이 발생한지 1-2일 이내 의식장애가 발생하였고, 신경계증상 발현 2일 이내 다발성 장기손상 및 기능부전이 나타났으며, 대부분 심각한 후유증을 가지거나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뇌병증의 발생 기전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는 상태로 바이러스에 의한 뇌실질의 직접 침투보다는 바이러스가 염증반응에 관여하여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촉진하고 내피세포의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뇌병증의 진단은 뇌척수액검사에서는 세포증가증이나 단백질의 상승이 없거나 미세한 증가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뇌척수액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확진이 어렵기 때문에[
4], 비인두검체에서 바이러스를 확인하면 임상경과와 증상으로 진단하게 된다. 본 증례에서도 뇌척수액검사에서 인플루엔자 A 및 B에 대한 뇌척수액검사는 음성이었으며, 초기 뇌척수액검사에서 알부민검사의 누락으로 면역글로불린G지수(Ig G index)를 확인할 수 없고, 올리고클론띠(oligoclonal band) 검사도 누락된 한계점이 있으나, 상기도 인플루엔자 A 및 B에 대한 감염을 확인하고, 다른 원인 질환을 배제하였기에 인플루엔자에 의한 급성출혈백질뇌병증으로 판단하였다.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뇌병증의 대부분은 인플루엔자 A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 2009년 인플루엔자의 전세계적 유행 이후 인플루엔자 A (H1N1)에 의한 뇌병증의 보고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H3N2형태의 인플루엔자 A 및 인플루엔자 B 감염에 의한 뇌병증도 보고된 바 있어[
1,
5,
8] 본 증례에서도 뇌병증의 원인 바이러스로 인플루엔자 A와 B 모두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실제, 본 환자에서 사용된 신속항원검사는 인플루엔자 A와 B를 각각 감지하고 구별할 수 있는 것으로, 인플루엔자 A 및 B에 대한 민감도는 각각 94.8%, 92.8%, 특이도는 100%로 보고되어, 저자들은 인플루엔자 A와 B 동시 감염으로 판단하였고, 뇌병증의 원인 바이러스로 인플루엔자 A와 B 모두를 고려하였다. 또한, 초기 비인두검체의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검사를 통한 인플루엔자 A의 아형을 확인하지 못해 인플루엔자 A 중 H3N2 혹은 H1N1에 의한 뇌병증을 모두 생각해 볼 수 있다.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뇌병증의 뇌자기공명영상은 증상 발생 수일 내에 병적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주로 확산강조영상 및 T2강조영상에서 시상, 뇌간 및 대뇌 피질의 고신호강도와 부종이 보고되었다[
1]. 본 증례에서는 전반적인 두피 부종과 국소화된 심한 피하 부종이 관찰되었으나, 이와 연관된 외상의 병력은 없었으며, 입원 중 의식저하와 함께 빈호흡과 호흡장애가 발생하였으나 산소포화도가 80% 이상으로 유지되고, 저혈압은 발생하지 않아 저산소성뇌손상의 가능성은 배제하였다. 본 환자에서는 심한 뇌부종과 함께 T2 강조영상, 액체감쇄역전회복영상에서 우측 측두엽과 후두엽 백질의 고신호강도 및 기울기에코영상에서 양측 전두엽의 출혈이 관찰되어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뇌병증 중 드물게 관찰되는 출혈백질뇌병증으로 진단하였다. 출혈백질뇌병증은 헤르페스바이러스,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와의 연관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관련된 경우는 대부분 A형 H1N1에 의한 것으로 불량한 예후를 보고하였다[
9,
10]. 그러나, 본 증례의 경우 앞서 언급된 보고와 다르게 비교적 좋은 치료 결과를 보였다.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뇌병증의 치료로 항바이러스제(Oseltamivir, Zanamivir), 항생제, 항뇌전증제, 스테로이드, 면역글로불린 정맥내주사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는 상태로 본 증례에서 초기 스테로이드의 사용이 치료 결과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여러 번 반복된 인플루엔자의 대유행 이후 인플루엔자감염과 관련된 뇌병증에 관한 많은 보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중증 신경계 감염간의 관련성은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유행시기에 발열을 동반하고 빠르게 의식저하를 보이는 환자에서 인플루엔자와 관련된 뇌병증을 의심하고 신속하게 인플루엔자 관련 검사와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