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뇌피질경색에서 보인 억제성 운동조절이상
Impairments of Inhibitory Motor Control in Cerebral Cortical Infar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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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Asanuma 등[1]은 원숭이의 대뇌를 미세 전기로 자극하는 실험을 통하여, 각각의 근육 수축을 유발하는 일차운동영역이 대뇌피질에서 서로 분리되어 있음을 증명하였다. 이후 다른 연구에서 일차운동피질이 단일연접투사(monosynaptic projections)를 통하여 원위부 근육(특히 손가락)을 지배함을 보고하였다[2]. 수부근육의 독립된 마비 증상으로 발현된 대뇌피질경색은 현재까지 드물지 않게 보고되고 있으며 이 영역을 ‘precentral knob’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여러 증례의 뇌영상에서 대뇌낫(falx)과 대뇌피질경색 병변 사이의 거리를 측정한 후, 척골신경 쪽의 손가락 근위약을 보인 대뇌피질 병변이 요골신경쪽의 병변과 비교하여 보다 유의하게 내측에 위치한다는 사실이 발표되기도 하였다[3].
저자들은 척골신경영역 운동마비 증상으로 발현된 다발피질경색 환자에서, 근력의 회복과는 별개로 일부 손가락의 억제성 운동조절이상이 나타남을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3세 여자가 2일 전 갑자기 발생한 좌측 손의 위약감으로 본원 외래에 방문하였다. 환자는 오른손잡이였으며 고혈압과 고지질혈증을 진단받고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신경학적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으며 뇌신경의 이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나, 사지 근골격계검사를 시행하였을 때 좌측 셋째, 넷째, 다섯째 손가락의 굽힘근과 폄근에서 Medical Research Council(MRC) grade 4에 해당하는 근위약이 관찰되었다. 감각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고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으며 다른 병적반사 또한 관찰되지 않았다. 이 외 실행증이나 무시증후군과 같은 고위피질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우측 대뇌반구의 운동피질영역과 감각피질 영역, 중간전두이랑, 그리고 후두정엽피질에 다발성 고신호강도가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에서 관찰되었다(Fig.). 이는 겉보기확산계수지도(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map)에서 저신호강도로 확인되어 급성뇌경색에 의한 병변으로 진단하였다. 심전도, 심초음파검사 및 24시간심전도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나 뇌자기공명혈관조영술에서 우측 내경동맥의 원위 분지의 심한 협착이 관찰되어, 죽경화 병변에서 생성된 혈전이 원위부의 혈관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 색전뇌경색으로 진단하였다.
입원 3일째 시행한 사지 근골격계검사에서 환자의 좌측 셋째, 넷째, 다섯째 손가락의 근력이 MRC grade 4+까지 회복되는 경과를 보였다. 그러나 근력의 회복과는 별개로 환자는 좌측 손가락의 소근운동기술(fine motor skill)의 어려움을 호소하였고, 이에 여러 동작을 수행하도록 지시하였을 때 좌측 새끼 손가락의 억제성 운동조절이상이 관찰되었다. 좌측 손을 사용하여 전화나 컵을 쥐는 운동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양쪽 주먹을 쥔 상태에서 첫째와 둘째 손가락을 펴는 가위 자세를 수행할 때 우측 손은 자연스러우나 좌측은 새끼 손가락이 같이 펴지는 동작이 관찰되었다(Video).
환자는 입원 8일째 좌측 새끼 손가락의 억제성 운동조절이상이 일부 호전된 상태로 퇴원하였고 20일 후 외래에서 추적관찰했을 때 상기 증상은 완전히 회복되었다.
고 찰
본 증례의 경우, 근위약의 호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의 소근운동기술의 어려움, 특히 좌측 새끼손가락의 억제성 운동조절이상이 관찰되었다. 억제는 인간이 특정 행동이나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뇌내에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흥미로운 활동으로, Lüders 등[4]은 대뇌피질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였을 때 지속되던 운동이 억제되는 대뇌영역을 음성운동영역(negative motor areas)이라고 명명하였다. 이후 여러 연구에서 상기 영역에 해당하는 부위가 전두엽의 보조운동영역과 전운동피질, 아래전두이랑 그리고 후두정엽피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밝혀졌다[5]. 즉, 일차운동피질이 흥분함과 동시에 상기 영역에서 적절한 억제가 이루어질 때 의도한 범위만큼의 수의운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후두정엽피질은 시각적인 정보를 운동 명령으로 변화시키는 시각운동변환(visuomotor transformation)의 핵심적인 영역이라고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발표된 여러 연구에서는 두정엽 내의 세분화된 영역들과 전두엽의 보조운동영역, 전운동피질영역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기능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에 두정엽, 특히 후두정엽피질을 운동신경계의 한 부분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6]. 두정엽이 억제성 운동을 조절하는 명확한 기전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 없지만, 최근 발표된 동물 실험이나 영상학적 연구에서는 후두정엽피질이 시상의 운동 세포로부터 정보를 받아 이를 전두엽의 보조운동영역 및 전운동피질과 공유하여 억제성 운동 조절에 기여한다는 전두엽-시상-두정엽 망(fronto-thalamo-parietal network)의 복잡한 연결을 하나의 가설로 제기하고 있다[7].
본 환자에서 발견된 좌측 새끼 손가락의 억제성 운동조절이상은 위의 가설을 증명하는 하나의 증례로 다발피질경색이 우측 후두정엽피질과 전두엽의 보조운동영역, 전운동피질영역 사이의 공조를 방해하여 억제성 운동조절이 적절하게 수행되지 못하였지만, 대뇌의 각 영역들 사이를 연결하는 수많은 네트워크 전체가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이 비교적 빨리 회복되었다고 판단된다.
저자들은 척골신경영역 운동마비 증상으로 발현된 다발대뇌피질경색에서 억제성 운동조절이상이 나타남을 경험하였기에 문헌 고찰과 함께 본 증례를 보고하며, 환자에서 관찰된 운동조절의 장애가 왜 새끼 손가락에서만 국한되었는지에 대하여는 추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