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한 회복을 보인 일본B형뇌염 환자 증례; 임상경과, 영상소견 및 신경심리검사 결과
Japanese B Encephalitis with Favorable Recovery; Clinical Course, Brain Imaging, and Neuropsychological Findings
Article information
일본뇌염은 세계에서 가장 흔한 풍토성 및 유행성 뇌염으로 알려졌다[1]. 원인 바이러스는 일본뇌염바이러스(Japanese encephalitis virus)이고, 한국에서는 작은빨간집모기(culecu tritaeniorhyncus)가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전구 증상으로 수일 동안의 발열, 두통 등이 나타나며, 이후 경축(rigidity), 무표정한 얼굴, 의식장애, 인지기능 이상, 경련 등이 나타날 수 있다[2]. 일본뇌염은 사망률이 높고 회복된 경우에도 다양한 신경학적 손상으로 인해 표준화된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하기가 어려운 특징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지기능 이상은 일본뇌염의 흔한 신경학적 증상이지만, 표준화된 신경심리검사 결과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이에 저자들은 일본뇌염 감염 이후 경미한 인지기능저하 외에 양호한 회복을 보인 환자의 임상경과와 신경심리검사 결과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0세 여자가 이틀 동안의 발열과 두통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내원 2일 전부터 전체적으로 욱신거리는 양상의 지속적인 두통이 발생하였고 열감, 오한, 근육통을 동반하였다. 내원 하루 전에는 우측 상지의 근력저하가 발생하였다. 과거에 특이 병력은 없었으며, 현재 복용 중인 약제도 없었다. 술, 담배는 하지 않고 가족력에서 특이사항 없었으며 직업은 농업이었다.
신체진찰에서 체온이 39.6℃였고 피부병변은 보이지 않았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수준은 명료했고 사람, 장소, 시간에 대한 지남력도 정상이었다. 경부경직이 있고, 우측 상지의 근력저하(MRC등급 4)가 있었다. 그 외에 뇌신경검사, 감각검사,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16,300/mm3 (reference range, 3,600-9,600), 적혈구침강속도 43 mm/hr (reference range, 0-10), C반응단백질이 55.4 mg/L (reference range, 0-5)로 증가되었다. 뇌척수액검사에서 압력은 13 cmH2O으로 정상이었고, 백혈구 200/mL (림프구 20%, 호중구 80%), 단백질 165 mg/dL (기준범위, 12-45)으로 증가된 소견을 보였다. 당은 56 mg/dL으로 혈당(141 mg/dL)과 비교했을 때 비정상적으로 감소되었고 적혈구는 관찰되지 않았다.
내원 당일 시행한 확산강조영상과 T2강조영상에서 좌측 시상에 고신호강도가 보였다. 내원 3일째 의식이 저하되고 사지 근력이 감소하여 양쪽 팔다리 대칭적으로 MRC등급 2였고 지속적인 고열이 있였다. 내원 4일째 의식은 혼수상태에 이르렀다. 다음 날부터 의식수준과 근력이 점차 회복되어 2주 후에는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3주 후에는 부축을 하면 보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일본뇌염항체검사에서 혈청과 뇌척수액에서 일본뇌염바이러스에 대한 면역글로불린항체가 검출되었고, 급성기와 회복기 혈청간 항체 역가가 1:16 미만에서 1:128로 4배 이상 상승하여 일본뇌염으로 확진하였다.
한 달 후 환자는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이 회복되었으나, 같은 질문을 하고 했던 말을 반복하며 입원 전 1-2주 내에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을 잘 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어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하였다(Table). 발병 전 환자는 농사일을 하였고, 학력은 초등학교 3학년 중퇴였으나 일상생활과 농사일을 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언어적 기억력, 시각적 기억력, 시공간지각능력, 그리고 전두엽기능이 매우 감소되어 있었다. 언어검사에서는 이름대기 외에 정상이었다. 기억력 저하와 함께 예전에 비해 참을성이 부족해져서 쉽게 화를 내는 증상과 식탐, 불면증을 호소하였다. 한국판 노인우울증척도(Geriatric Depression Scale, GDS)가 24점으로 우울증상도 관찰되었다. 내원 한 달 후 추적 검사한 MRI에서 이전에 보이지 않던 우측 시상 병변이 관찰되었으나 왼쪽 시상 병변은 감소되어 있었다.
3개월 후 환자와 보호자는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되었다고 했고, 여전히 참을성이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크게 문제되는 이상행동은 없다고 했다. 다시 시행한 신경심리검사에서 기억력과 시공간지각능력 외에는 정상 소견을 보였고, 이상을 보인 기억력과 시공간지각능력도 이전에 비해서는 호전된 소견을 보였다(Table).
고 찰
일반적으로 일본뇌염은 급성 발병 후에 점진적인 악화 소견을 보이다가 발병 수일 후 서서히 회복되거나, 급격히 진행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며 사망률을 30-50% 정도이다[3]. 일본뇌염 진단은 혈청진단으로 질병초기 혈청에서 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ELISA)를 이용하여 바이러스 특이 IgM항체를 검사하거나 급성기와 회복기 혈청에서 IgG항체를 측정하여 항체역가가 4배 이상 증가하면 진단할 수 있다[4].
환자는 증상이 서서히 회복되어 한 달 후에는 보행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호전되었으며 인지기능장애와 이상행동증상도 3개월 후에는 호전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일반적으로 일본뇌염은 급성기에서 회복된 경우에도 대부분에서(97%) 신경학적 결손이 남고, 인지기능장애(70.2%), 언어장애(79.3%), 추체외로계 증상(88.5%), 근력저하를 포함한 추체계 증상(74.4%)이 관찰된다는[3] 점을 고려해볼 때 예외적으로 좋은 회복을 보였다. 일본뇌염의 뇌자기공명영상(MRI) 소견은 양측 시상을 전반적으로 침범하는 것이 가장 흔하며, 그 외 중간뇌, 바닥핵, 속섬유막 등을 침범할 수 있다[5]. 이에 비해 본 증례에서는 급성기에 시행한 MRI에서 시상의 일부만이 침범된 소견이 보였고 이러한 국소적인 시상의 침범이 좋은 예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시상에 병변이 있는 경우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신경심리검사의 이상은 기억력 저하와 전두엽기능 이상이다[6]. 여기에 좌측 시상이 이환된 경우는 언어장애, 우측이 이환된 경우는 시공간 기능장애가 더해진다[7]. 양측에 병변이 있는 본 증례에서 발병 한 달째 시행한 신경심리검사에서 전두엽 기능, 언어적 기억력, 시각적 기억력, 시공간인지능력이 뚜렷하게 감소된 소견이 보였고 언어기능에서는 이름대기의 장애를 보였다. 추적검사에서는 다른 인지기능들은 모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고 기억력과 시공간인지능력도 이전에 비해서 향상되었다. 시상 병변으로 야기되는 기억장애는 전두엽, 편도체(amygdaloid body), 또는 해마와 같이 기억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조와 시상과의 밀접한 연결이 차단됨으로써 발생한다. 특히 내측 시상에 주로 병변이 있는 경우 정보 입력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유두체(mamillary body)와의 신경전달에 문제가 발생하여 자유회상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을 보인다[6]. 본 증례에서 자유회상검사보다는 재인검사에서 점수가 다소 높게 나온 것은 전두엽으로의 신경차단에 의한 영향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저자들은 임상적으로 양호한 회복을 보인 일본뇌염을 경험하였기에 임상경과와 뇌영상소견 및 인지기능장애의 양상과 정도를 객관적인 지표로 보여준 신경심리검사결과를 보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