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tiracetam을 복용하는 뇌전증 환자에서 개똥쑥에 의한 발작유발
Seizure Induction by Artemisia Annua in an Epilepsy Patient Taking Levetiracet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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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Artemisia annua is a wormwood. Because it may induce Cytochrome P450 2C19 enzyme, Artemisia annua may have an influence on antiepileptic drugs which are substrates for the enzyme. This influence may negatively affect seizure control of epilepsy patient. We present a patient whose seizures were induced by Artemisia annua, despite he was taking levetiracetam which is not a substrate for the hepatic enzyme. Therefore there would be another mechanism of seizure induction of Artemisia annua besides hepatic metabolism.
개똥쑥(Artemisia annua)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식물이다(Fig. 1). 중국에서 수 백 년 전부터 개똥쑥을 해열제로 사용해 왔고, 항말라리아 효과와 항암효과도 알려졌다[1,2]. 개똥쑥이 항뇌전증약의 작용에 영향을 주어 발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의 사항이 알려져 있으나, 근거는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3]. 개똥쑥의 약리학적인 특성도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항뇌전증약과 개똥쑥의 상호작용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개똥쑥에 포함된 성분인 artemisinin은 간효소 Cytochrome P450 2C19 (CYP2C19)의 작용을 촉진한다[4]. 따라서 개똥쑥은 CYP2C19에 의해 대사되는 항뇌전증약의 혈청농도를 낮추어서 발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저자들은 간대사와는 연관성이 없는 levetiracetam (LEV)을 복용하던 뇌전증 환자에서 개똥쑥 달인 물을 마실 때마다 발작이 발생한 경우를 경험하였다.
증례
LEV를 복용하면서 최근 1년간 발작이 없던 뇌전증 환자에게 발작이 재발되었다. 환자는 61세 남자였고 4년전에 대장암을 진단받았다. 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2년 전에는 환자의 전두엽을 포함한 왼쪽 뇌에 대장암의 다발성 전이가 확인되었다(Fig. 2). 이 때부터 환자에게 뇌전증이 발생하였는데 발작의 양상은 복합부분발작이었다. 증상이 있을 때 환자는 정신을 잃었고, 오른쪽 팔에 강직간대발작이 발생하였으며 양쪽 눈이 오른쪽으로 편위되었다. 타 병원에서 항뇌전증약으로 발프로산(valproic acid, VPA)을 하루에 500 mg씩 두 번 투여하였으나 발작이 잘 조절되지 않았다. 간에도 종양이 전이되어 있는 점도 고려하여 발프로산을 LEV로 변경하였다. LEV를 하루에 500 mg을 두 번 투여하는 유지용량을 사용한 후로는 발작의 재발이 없었다.
6개월 전부터 환자와 보호자는 전이된 대장암에 대하여 통증 조절과 보존적치료만 하기로 하고 요양생활을 위하여 근교 시골로 이사하였다. 요양생활을 하면서 개똥쑥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본원 입원 한 달 전부터 개똥쑥 달인 물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환자가 깨똥쑥 달인 물을 마시기 전까지 1년 동안을 발작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다. 개똥쑥 달인 물을 마시기 시작한 이후로 환자에게 발작이 재발하였다. 발작의 양상은 단순부분발작이었다. 오른쪽 얼굴에 간대발작이 나타났고, 오른쪽 팔에는 강직간대발작이 나타났으며, 양쪽 눈은 오른쪽으로 편위되었다. 환자에게 발생하는 단순부분발작들은 항상 개똥쑥 달인 물을 마시고 반나절 가량 지난 후에 발생하였다. 개똥쑥 달인 물을 마시고 발작이 발생하는 일은 개똥쑥 달인 물을 복용하는 한 달 동안 계속되었다. 발작은 하루에 10회 이상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되었다. 이 상태에서 신경과에 의뢰되어 항뇌전증약을 유지하면서 개똥쑥 달인 물을 중단하도록 하였다. 개똥쑥 달인 물을 중단한 이후에 발작은 다시 재발하지 않고 이 후 5일간 입원한 상태로 있다가 퇴원하였다. 퇴원하고 20일 지난 후에 혈액종양내과에 다시 방문하였고 그 동안 발작은 없었다고 했다. 환자의 대장암은 1년 전에 이미 간으로도 전이가 되어 있는 상태였었고, 외래를 방문했을 때 총빌리루빈수치가 17.87 mg/dL로 증가하고 간효소수치도 ALP 195 U/L, AST 72 U/L, ALT 91 U/L로 높아져서 재입원을 권유하였다. 환자는 입원을 거부하고 연고지의 병원으로 가서 입원하였으나 입원한 다음날 사망하였다.
고찰
본 증례는 대장암이 뇌에 전이되어 뇌전증이 발현된 환자였다. 항뇌전증약으로 LEV를 사용하였으며, 환자의 발작은 잘 조절되어 최근 1년간 발작이 없었다. 항암효과를 기대하고 환자는 개똥쑥 달인 물을 입원 한 달 전부터 마시기 시작하였다. 이 개똥쑥 달인 물을 마시기 시작한 이후로 단순부분발작이 재발하였다. 발작은 항상 개똥쑥 달인 물을 마시고 나서 반나절 정도 지난 후에 하루에 10회 이상 한 시간 간격으로 발생하였다. 한 달 동안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이 환자에게 개똥쑥 달인 물을 그만 마시도록 하였더니 환자의 발작은 이전처럼 잘 조절되었고 그 후 환자가 사망하기 전까지 25일 동안은 발작의 재발은 없었다. 개똥쑥의 추출물인 artemisinin은 간효소를 촉진시키고 항뇌전증약의 대사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4].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artemisinin은 뇌전증 환자의 발작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3]. 본 증례의 경우는 간대사와 상관이 없는 LEV를 복용하는 중이었는데 불구하고 발작이 개똥쑥에 의해 악화되었다. LEV는 주로 신장으로 배설되고 나머지는 간과 관계없이 가수분해된다. 따라서 개똥쑥이 발작을 악화시키는 기전은 간효소를 촉진시키는 것 외에 다른 기전에 의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판단하였다[5].
개똥쑥은 국화과 쑥속에 속하는 식물이고,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치질치료제와 해열제로 사용되었던 기록이 있다. 근래에는 개똥쑥에서 추출한[1] artemisinin이 항말라리아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1979년 중국에서는 2,099명의 말라리아 환자에게 artemsinin을 투여하여 성공적으로 치료한 전례가 있다[1]. Artemisinin의 항암효과도 알려졌다. Artemisinin유사체는 철분이 존재할 경우 자유라디칼을 형성하여 세포사를 유발하는 세포독효과를 가지고 있다[2]. 유방암세포에 적용한 생체외연구에서 artemisinin 유사체가 방사능에 저항성이 있는 유방암세포들을 효과적으로 괴사시켰다[2]. 국내의 생체외연구에서도 개똥쑥의 추출물이 자궁경부상피암세포인 HeLa와 위암세포인 AGS의 증식활성을 억제시키는 것을 확인하였다[6].
개똥쑥이 항뇌전증약을 포함한 다른 약품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근거는 명확하지 않지만, 개똥쑥을 섭취할 때 항뇌전증약과 항궤양약의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권고는 찾아볼 수가 있다[3]. Artemisinin이 CYP2C19에 영향을 주는 것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한 연구에서 밝혀졌다[7]. 또 다른 연구에서는 artemisinin을 페니토인(phenytoin, PHT)과 같이 토끼에게 투여했을 때 페니토인의 흡수 반감기가 유의하게 늘어나서 artemisinin이 페니토인의 약동학에 영향을 주어 효과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4]. 실제로 사람에서 artemisinin이 CYP2C19 효소에 의해 서 간에서 대사되는 항뇌전증약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찾기가 힘들다. 간에서 CYP2C19효소에 의해 대사되는 대표적인 항뇌전증약은 페니토인, 페노바르비탈(phenobarbital), 발프로산이다[5]. 이러한 항뇌전증약을 사용하는 환자들에게 artemisinin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항뇌전증약에 미치는 영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 증례에서 개똥쑥에 의해 발작이 반복적으로 유발되었고 환자는 LEV를 복용하던 중이었다. LEV는 CYP2C19에 의한 간대사와는 연관성이 없다[5]. 따라서, 이 환자에서 발작이 유발된 기전은 간대사와 연관 없는 다른 기전으로 설명해야 한다. 개똥쑥은 여러 가지 필수기름을 포함하고 있는데 thujone이라는 필수기름도 포함한다[8]. Thujone에는 α-thujone, β-thujone이 있는데, 이중 α-thujone은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mma-aminobutyric acid, GABA) type A 수용체에 대항제로 작용한다. 한 연구에서 쥐의 척수신경절에 있는 신경세포를 α-thujone에 노출시킨 후에 GABAA수용체의 활성이 감소한 것을 관찰하여 α-thujone이 GABAA수용체에 대항제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9]. GABA는 대뇌피질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뇌신경세포의 지나친 흥분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며 이러한 역할에 지장이 생기면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10]. 따라서 α-thujone이 GABA의 작용을 방해해서 발작을 유발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앞서 언급한 쥐의 척수신경절 시험에서도 α-thujone을 고용량으로 쥐에게 주입하고 나서 발작이 발생한 것을 관찰하였다[9]. 따라서 본 증례에서의 개똥쑥에 의해 발작이 유발된 기전은 개똥쑥의 CYP2C19에 의한 간대사의 영향이 아니라, 개똥쑥에 포함된 α-thujone 성분에 의한 GABAA길항작용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