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판정 과정에서 관찰되는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

Reflex and Spontaneous Movements of Patients in the Process of Determining Brain Death

Article information

J Korean Neurol Assoc. 2019;37(4):345-351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November 1, 2019
doi : http://dx.doi.org/10.17340/jkna.2019.4.2
aDepartment of Neurology, Gyeongsang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Jinju, Korea
bDepartment of Neurology and Institute of Health Science, Gyeongsang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Jinju, Korea
cKorea Organ Donation Agency, Seoul, Korea
dDepartment of Neurology, Samsung Changwon Hospital, Sungkyunkwa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Changwon, Korea
eDepartment of Neurology, Gyeongsang National University Changwon Hospital, Gyeongsang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Changwon, Korea
김영수a,b, 김주현a,b, 권오영a,b, 김민화c, 이정림c, 조원현c, 김도형d, 양태원e, 김수경,a,b
a경상대학교병원 신경과
b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및 건강과학연구원
c한국장기조직기증원
d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삼성창원병원 신경과
e경상대학교 의과대학 창원경상대학교병원 신경과
Address for correspondence: Soo-Kyoung Kim, MD Department of Neurology and Institute of Health Science, Gyeongsang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15 Jinju-daero 816beon-gil, Jinju 52727, Korea Tel: +82-55-750-8077 Fax: +82-55-755-1709 E-mail: skkim.stroke@gmail.com
received : June 19, 2019 , rev-recd : August 16, 2019 , accepted : August 16, 2019 .

Trans Abstract

Brain death is a clinical diagnosis that implies irreversible loss of function of the entire brain, including the brainstem and both hemispheres. It is not uncommon for reflex and spontaneous movements to occur in patients with impending brain death during the process of determining brain death. When physicians charged with judging brain death witness such movements during this period, unless they know how common these movements are and what they mean, it will be difficult for them to make an appropriate determination of brain death. Movements following brain death have been reported in previous studies of various types, including cohort studies and case series or reports. However, only a few studies have employed verified diagnostic tools and neurological examinations as a standard protocol when diagnosing brain death. According to previous reports, the frequency of these movements ranges from 19.2% to 75.0% of all brain death cases. These reports have also described which movements are commonly seen. However, it is difficult to determine conclusively where these movements originate, i.e., in the spinal cord or in the cerebral motor cortex, and how such information should be considered in determining brain death. Although limited information is available on the characteristics and pathophysiological mechanism of these movements, it will help physicians to diagnose brain death correctly if they obtain sufficient knowledge about them.

서 론

1979년 국내 첫 뇌사자 장기 이식이 성공한 후 장기 이식 분야의 발전과 장기 이식 대기자 수의 증가로 공여 장기의 부족은 지속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2000년 장기이식관리센터(Korean Network for Organ Sharing, KONOS) 설립, 2010년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rea Organ Donation Agency, KODA) 출범, 2011년에 뇌사 추정자 신고제가 시행되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8년 기준 국내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37,217명에 달하였고, 그 해 전체 장기 이식은 4,638건에 불과하였다. 그중 1,748건이 449명의 뇌사자 장기 이식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생체 장기 이식에 비해서는 적지만 뇌사자 장기 이식은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1].

뇌사 진단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관련 의료진은 ‘뇌사’라는 새로운 사망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의학적으로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단을 수행하는 능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특히 신경과 의사는 국내 뇌사 판정기준에 따라 직접 뇌사조사를 수행하거나 2차 뇌사조사 후 시행한 뇌파가 뇌사 기준에 합당한지 판단하고, 뇌사조사위원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등 뇌사자 진단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뇌사와 관련하여 여러 논란의 사안들이 존재하지만 본문에서는 뇌사 혹은 뇌사 추정자에게서 관찰될 수 있는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뇌사를 판정하는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관찰되나 이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뇌사 진단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뇌사에서 관찰될 수 있는 대표적인 움직임의 종류, 형태, 빈도 등을 기술하고 이에 대한 뇌사 판정기준의 적용과 국내외 관련 자료들을 고찰하고자 한다.

본 론

1. 뇌사 판정기준과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

뇌사 판정의 기준은 1968년 하버드 의과대학의 뇌사정의특별위원회(Ad Hoc Committee at Harvard Medical School)에서 처음 논의되었다[2]. 저체온과 약물 중독이 배제된 상태에서 ‘비가역혼수(irreversible coma)’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1) 모든 외부 자극에 반응이 없고, 2) 1시간 동안 관찰하였을 때 자발적인 신체 움직임이 없으며, 3) 3분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여도 자발호흡이 없고, 4) 척수반사를 비롯한 모든 반사가 나타나지 않고, 5) 평탄 뇌파가 지속되어야 한다. 이 기준에서는 척수반사로 판단되는 움직임이 있거나 자발운동이 관찰될 경우 뇌사로 진단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후 발표된 코호트 연구들에서[3,4] 드물지 않게 뇌사 환자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이 관찰되었고, 이는 대부분 척수반사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1976년 영국, 1981년 미국, 1981년 캐나다에서는 척수반사로 판단되는 움직임이 있어도 다른 조건이 합당하다면 뇌사로 확진하도록 뇌사 판정기준을 개정하였다[5-7]. 1995년 미국신경과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AAN)는 18세 이상 성인의 뇌사 판정기준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수정하였다[8]. 이 기준에서 척수 기원의 사지의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은 뇌사 환자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 있고 뇌사 판정과 양립될 수 있다고 기술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팔을 굽히거나 사지를 들어올리거나 주먹을 쥐거나 다리를 갑자기 움직여 걷는 모습을 하거나 기관내관(endotracheal tube)으로 손이 올라오는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8].

우리나라의 경우 1983년 대한의사협회 산하 ’죽음의 정의 위원회’에서 최초로 뇌사 판정 기준안을 제정하였고, 1998년 ‘뇌사 판정기준 및 뇌사자 장기 이식 기준 개정안’을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Table 1). 국내 기준에서 이러한 움직임과 연관된 항목들은 “2. 판정기준”의 “1) 외부 자극에 전혀 반응이 없는 깊은 혼수 상태”와 “5) 자발운동, 제뇌강직, 제피질강직 및 경련 등이 나타나지 아니할 것”이 해당된다. 먼저, 2-1)의 경우 척수반사에 대한 언급 없이 외부 자극에 전혀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만 기술되어 있다. 2-5)의 경우도 척수에서 기원하는 움직임에 대한 설명은 없으며, 자발적 움직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만 기술되어 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이 개정안에 대한 부연 설명을 위하여 ‘뇌사의 판정기준’이라는 종설을 발표하였다[9]. 이 종설에서는 척수에서 기원한다고 판단되는 심부건반사(deep tendon reflex), 배표면반사(superficial abdominal reflex), 바빈스키반사(Babinski reflex), 삼중굽힘반사(triple flexion reflex)는 뇌사 판정에 반하는 소견이 아니라고 기술하였다. 그러나 개정안의 기준에는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과 자발운동이 없어야 뇌사 진단이 가능하다고 정리하였다. 이는 뇌사 환자의 척수 기원 반사나 자발 움직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기준에 따르면 척수 기원 움직임의 경우 뇌사 진단기준의 ‘외부 자극에 전혀 반응하지 않아야’한다는 항목에 위배될 수 있으나 척수 기원의 움직임으로 판단되면 뇌사에 반하는 소견이 아니므로 판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가 함께 공존한다.

Drain death diagnosis guideline of Korea Medical Association in 1998

2. 국내 뇌사 판정 과정

국내 뇌사 판정 과정은 1999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당시 대한신경과학회의 자문을 구하여 큰 틀이 구성되었다. 2011년 도입된 뇌사 추정자 신고제에 따라 뇌사로 추정되는 경우 관련 기관에 알리는 것으로 뇌사 판정의 절차가 시작된다. 여기서 관련 기관은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과 질병관리본부 산하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이다. 신고가 필요한 시점과 신고 필요성 여부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이 뇌사 추정자 신고제에서 제시한 원칙인 1) 중증 뇌손상이 있고, 2) 신경학적 진찰에서 자극에 반응이 없고, 3) 뇌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4)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여 호흡을 유지하고, 5) 글래스고혼수척도(Glasgow Coma Scale) 3점 이하에 근거하여 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객관적이고 일관된 기준을 통하여 뇌사 추정자 신고 시 의료진이 겪는 심리적, 의학적 부담을 줄이고, 뇌사 판정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여 장기 기증 기회를 늘릴 수 있게 되었다.

뇌사 추정자의 존재가 장기구득기관에 알려지면 실무자인 장기 조직코디네이터가 병원을 방문하여 의료진과 상의 후 뇌사 가능성과 기증 적합성을 판단한다. 이에 합당하면 장기조직코디네이터가 직접 보호자와 면담하고 뇌사 판정 및 장기 기증 절차 진행에 대한 보호자 동의를 구한다. 동의가 이루어지면 1차 뇌사조사와 2차 뇌사조사를 진행한다. 6세 이상 환자의 경우 1차 뇌사조사 후 6시간이 지난 시점에 2차 뇌사조사를 실시하고, 2차 뇌사조사까지 뇌사 기준에 합당하면 뇌파검사를 시행하여 결과를 확인한다. 판정을 위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뇌사판정위원회를 구성하여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뇌사를 확정하고 사망 시간을 선언한다. 이후 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장기별 수혜자를 선정하고 타 병원과 수술 시간을 조율한 후 적출 수술 및 시신에 대한 예우 절차를 진행한다.

뇌사는 심폐사와 같은 전통적인 사망의 개념과 달리, 이견이 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하여 체계적인 절차가 수반된다. 그러나 그 절차 또한 완전할 수 없고, 여러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판정을 담당하는 의료진 개인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은 항목은 제외하거나 혼선이 없도록 명확히 하는 것이 좋겠다.

3. 뇌사 환자의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의 임상 근거

뇌사 환자의 움직임은 외부 자극에 의하여 유발되는 반사 움직임과 외부 자극 없이 나타나는 자발 움직임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분류는 특정 병태생리와 관련 없이 임상 판단에 따라 여러 연구를 통하여 적용되어 온 기준이다[10].

1)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의 빈도와 대표적인 형태

‘라자루스징후(Lazarus’ sign)’는 뇌사 환자의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 중 가장 극적인 형태로 알려져 있다[11]. 이 증상에 대한 첫 보고는 1982년 총상으로 뇌사 판정을 받은 28세 남자 환자의 증례이다[12]. 뇌사 진단 15시간 후 팔꿈치를 굽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가 모은 손이 떨어져 가슴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 자발적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움직임은 수일간 지속되었다. 또한, 사지에 통증을 주거나 목을 굽히거나 발바닥을 자극하였을 때 다시 유발되었다.

라자루스(Lazarus)는 신약 성서에서 예수의 지인으로 등장하는 유대인 남성의 이름이다. 외래어 표기법이 정리되기 전 ‘라자로’ 혹은 ‘나사로’ 등으로 표기하였고, 현재까지도 여러 문헌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그의 누이인 매리(Mary)와 마사(Martha)는 라자루스의 병세가 악화되자 예수에게 방문을 부탁하였다. 예수가 그 소식을 듣고 도착하였을 때 라자루스는 죽고 4일이 지난 후였다. 성서에 따르면 예수는 그가 묻힌 곳으로 찾아가 죽은 라자루스를 무덤에서 불러내는 기적을 보였는데, 뇌사 환자의 이러한 움직임을 ‘라자루스징후’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1455년 오우바테르(Albert van Ouwater)는 이러한 성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라자루스의 부활’이라는 작품을 남겼다(Fig.).

Figure.

‘The raising of Lazarus’, Albert van Ouwater, 1455. The printing depicts the Rasing of Lazarus as told in the Gospel of John, Chapter 11 [32].

이후 유사한 증례보고 외에도[13,14], 60명 뇌사 추정자의 뇌사 판정 과정에서 기계환기를 제거하였을 때 라자루스징후를 보인 5명의 증례가 보고되었다[11]. 이들 중 2명은 수동 경부 굽힘을 하였을 때 같은 움직임이 유발되었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상황과 같은 저산소 자극 외에도 경부 굽힘과 같은 물리 자극과 저혈압도 이러한 움직임을 야기할 수 있었다[3-5]. 결론적으로 라자루스징후는 반사기전(reflex mechanism)으로 발생하고, 기원은 척수(spinal cord)로 판단하였다[11-15].

2000년대 중반까지 뇌사 환자 움직임에 대한 보고들은 일화성 증례나 후향적 환자군 연구에 국한되어 있었다[3,4,15-19]. 1973년 Ivan [3]은 뇌사로 판단되는 54명의 환자 중 39명(72.2%)에서 반사적 혹은 자발적 움직임이 관찰되었고, 가장 흔한 움직임은 발바닥쪽굽힘반응(plantar flexion response)과 복부반사(abdominal reflex)였다고 보고하였다. 같은 해 Jorgensen [4]의 연구에서도 63명의 뇌사 환자 중 50명(79.3%)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관찰되었고, 삼중굽힘반사와 팔의 신전과 엎침(extension and pronation of the arm)을 가장 흔한 움직임으로 보고하였다. 두 연구 모두 뇌사의 원인 질환은 외상 뇌손상(traumatic brain injury)이 가장 많았다[3,4]. 하지만 이 연구들은 AAN에서 제시하고 있는 뇌사 진단기준을 따르지 않았고, 움직임을 유발하는 표준화된 프로토콜 적용 없이 후향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한계가 있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움직임의 빈도와 종류 및 움직임 발생과 관련된 인자들을 확인하기 위하여 2000년 중반 이후 발표된 대표적인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20-22]. Döşemeci 등[20]은 AAN 뇌사 판정기준에 합당한 134명의 뇌사 환자들을 대상으로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을 유발하는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적용하여 관찰하였다. 18명(13.4%)의 환자에서 척수반사로 판단되는 움직임을 관찰하였으며 손가락발가락움찔반응(finger and toe jerk response)이 가장 흔하다고 보고하였다. Saposnik 등[21]도 107명의 뇌사 환자에게 표준화된 움직임 유발 프로토콜을 적용하였을 때 47명(43.9%)의 환자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관찰되었으며, 가장 흔한 움직임은 발가락시계추움직임(undulating toe movement)과 삼중굽힘반사로 보고하였다. 하지만 이들 연구에서 발생 빈도는 13.4%와 34.9%로 차이를 보였고, 가장 흔히 관찰되는 움직임도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가장 최근에 Hosseini 등[22]은 단일 이식센터의 단면 관측 연구를 통하여 1년간 뇌사 환자 122명 중 40명(33%)의 환자에서 척수반사로 판단되는 움직임을 관찰하였다. 이들은 가장 흔한 움직임으로 발바닥쪽굽힘반응(17%)과 근간대경련(myoclonus, 10%)을 보고하였다.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과 연관된 인자 분석 연구에서 Saposnik 등[21]은 뇌사의 원인이 국소 병변이거나 평균 혈압이 높은 경우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움직임이 더 많이 발생한다고 기술하였다. Hosseini 등[22]은 움직임이 있는 군에서 평균 수축기 혈압(mean systolic blood pressure)이 유의하게 높다고 보고하였다.

앞서 각 연구마다 대표적인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에 대하여 간략하게 기술하였다. Saposnik 등[21]은 이전 증례나 연구에서 언급된 대표적인 움직임을 16가지로 정리하였고, Hosseini 등[22]의 연구에서는 빈도에 따른 움직임의 종류와 설명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그 외 다수의 일화성 증례와 후향적 환자군 연구, 코호트 연구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움직임을 참고하여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움직임을 표로 정리하였다(Table 2).

Common reflex or spontaneous movements of brain death patients in the process of determining brain death

2)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의 발생 시기

뇌사의 과정은 뇌사를 일으키는 질환의 경과와 상당 부분 연관이 있겠으나 한 순간에 뇌 전체가 기능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일정한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특히, 체온 조절(temperature regulation),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 척수반사 등은 뇌사 이후 수시간에서 수일까지 지속될 수 있다[23]. 따라서, 환자가 실제로 뇌사 상태에 이르는 순간을 정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임상적으로 이미 뇌사로 충분히 의심되는 경우 뇌사 판정 절차가 시작되며, 뇌사 판정이 확정되기까지 성인의 경우 최소 6시간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뇌사 판정 이후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은 기존 관련 증례들에서 절반 이상이 48시간 이내 관찰되었고[13,14,18,19], 한 증례에서는 6일 이후에 발생한 경우를 보고하기도 하였다[17]. 대부분의 척수반사는 뇌사 진단 후 24시간까지 관찰될 수 있고[24,25], 72시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고 한다[20]. 뇌사 시기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만큼 이러한 움직임의 발생 시점을 특정하거나 움직임을 유발한 원인을 밝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뇌사 결정 시점까지 지속되기도 하고, 약해지거나 사라지기도 하며, 위치나 양상이 달라지기도 한다. 움직임이 발생한 후 예측하기 힘든 경과를 보이는 특징도 뇌사 판정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3)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의 기전

뇌사 혹은 뇌사 추정자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병태생리학적 기전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여러 증례를 통하여 추정되는 가설로 첫 번째는 이러한 움직임이 물리 자극으로 인하여 유발된다는 것이다. 수동 경부 굽힘 후 발생한 라자루스징후[11-15]를 통하여 척수뿌리(spinal roots)의 물리 신전, 척수의 직접적인 압박(direct compression) 혹은 감각입력자극(sensory input stimuli)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유발한다고 가정하였다. 척수의 무수히 많은 신경세포연결(neuronal interconnections) 혹은 신경세포망(neuronal networks)이 이러한 움직임의 중추생성기(central generator)로 작용하고, 척수를 자극하는 물리 신호들이 중추생성기를 활성화시켜 움직임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26].

두 번째는 무호흡검사 중 인공호흡기 제거 혹은 저혈압 발생 시 이러한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보인 증례보고에서 제시한 가설이다[11,15,27]. 뇌사로 진행된 입쪽뇌영역(rostral brain area)으로부터 분리된 척수 경추부의 신경세포들이 저산소자극(hypoxic stimulation)이나 고탄산혈증으로 유발된 활성(hypercapnia induced activity)에 의하여 흥분되어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수의 증례에서 무호흡검사 중 혹은 이를 준비하기 위하여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관찰되었다고 보고하였다[11,15,27]. 그 외 눈을 뜨거나(eye opening) 혹은 얼굴근육잔떨림(facial myokymia)과 같이 안면 근육에서 기원하는 자발적 움직임도 있었다[28-30].

4. 국내 뇌사 및 뇌사 추정자의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 보고

뇌사 판정 과정에서 관찰되는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에 대한 국내 보고는 2006년 단일 3차 의료기관에서 2년간 18세 이상 26명의 성인 환자들에 대한 보고가 유일하다[31]. 이들 중 5명(19.2%)이 뇌사 판정 과정에서 반사 혹은 자발 신체 움직임을 보였다. 가장 흔한 움직임은 3명에서 관찰된 신전과 엎침반사(pronation-extension reflex)였다. 전체 뇌사 원인으로는 지주막하출혈을 포함한 뇌내 출혈이 가장 많았고,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 5명 중 4명이 외상 뇌손상이었다.

저자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도움으로 영남권역 내 뇌사 진단이 가능한 15개 병원에서 2013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뇌사로 확진받은 환자 436명의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 자료를 분석하였다. 모든 환자들은 1998년 ‘뇌사 판정기준 및 뇌사자 장기 이식 기준 개정안’ 기준에 따라 최종적으로 뇌사 판정을 받았고,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을 유발하는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적용하였다. 실제로 뇌사 판정이 완료되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적출 수술이 진행되기 때문에 본 자료의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은 뇌사를 판정하는 과정에서 관찰된 것이다. 총 436명 중 74명(17.0%)의 환자가 다양한 양상의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이 관찰되었다. 이 중 22명(30%)에서 발바닥굽힘/폄반응(plantar flexion/extension response)이 관찰되어 가장 흔한 움직임이었다. 뇌사 원인별로는 외상 뇌손상이 134명(30%)으로 가장 많았고, 이후 저산소뇌손상이 110명(25%)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특히 다른 사망 원인에 비하여 저산소뇌손상 환자에서 더 흔히 자발 움직임이 관찰되었다. 이 결과는 2005년 Saposnik 등[21]이 뇌사의 원인이 국소 뇌병변일 때 움직임이 더 많이 나타났다는 보고와는 상반된 결과이다. 하지만 Saposnik 등[21]의 보고는 전체 107명의 뇌사 환자 중 원인이 저산소뇌손상인 경우는 9명에 불과하였다.

발생 빈도에 대한 이전 결과는 13.4-43.9%로 연구마다 큰 차이를 보였지만[20-22], 국내 연구 자료[31]와 저자의 이번 분석 결과는 17.0%와 19.2%로 비교적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가장 흔한 움직임 형태 또한 연구마다 차이가 있었으나 저자의 국내 자료 분석 결과는 2015년 Hosseini 등[22]의 연구와 동일하게 발바닥굽힘/폄반응이었다.

결 론

뇌사 판정 과정에서 관찰될 수 있는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은 여러 연구 결과 드물지 않다. 연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국내 보고에 따르면 10명의 뇌사 환자 중 1-2명은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다. 뇌사에 이르는 순간은 특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반사 혹은 자발 움직임의 발생 시기, 형태의 변화, 경과 및 예측인자 등을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본고에서 정리한 내용에 따라 대표적인 움직임의 종류, 형태, 빈도, 의미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숙지한다면 신속하고 정확한 뇌사 판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뇌사 판정은 제시된 기준에 따라 여러 의료진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져서 결과를 도출하는 절차를 밟는다. 판정 과정에서 개인의 도덕적 견해나 임상 경험이 결정적인 영향을 줄 여지는 적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들을 뇌사 판정 과정에서 관찰하였을 때 판단의 혼란을 야기하고 개인마다 다른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한 인격체의 죽음과 장기 기증 여부를 결정짓는 순간에 지식이나 경험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나타낼 수 있는 기준은 혼선이 없도록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이 원고의 사안과 더불어 뇌사와 관련된 축적된 여러 지식과 사회적 인식 변화를 수렴하는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겠다.

Acknowledgements

We appreciate kind support of Korea Organ Donation Agency (KODA) for their collaboration of data analysis and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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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Figure.

‘The raising of Lazarus’, Albert van Ouwater, 1455. The printing depicts the Rasing of Lazarus as told in the Gospel of John, Chapter 11 [32].

Table 1.

Drain death diagnosis guideline of Korea Medical Association in 1998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 21조 관련 다음의 선행조건 및 판정기준에 모두 적합하여야 한다.
1. 선행조건 1) 원인 질환이 확실할 것
2) 치료될 가능성이 없는 기질적인 뇌병변이 있을 것
3) 깊은 혼수상태로서 자발호흡이 없고 인공호흡기로 호흡이 유지되고 있을 것
4) 치료 가능한 약물 중독(마취제, 수면제, 진정제, 근육이완제, 독극물 등으로 인한 중독을 말한다)이나 대사성장애의 가능성 이 없을 것
5) 치료 가능한 내분비성 장애(간성혼수, 요독성혼수, 저혈당성뇌증 등을 말한다)의 가능성이 없을 것
5) 저체온 상태(직장온도가 섭씨 32° 이하인 상태를 말한다)나 쇼크 상태가 아닐 것
2. 판정기준 1) 외부 자극에 전혀 반응이 없는 깊은 혼수상태
2) 자발호흡이 되살아날 수 없는 상태로의 소실
3) 두 눈의 동공이 확대 고정되어 있을 것
4) 뇌간반사가 완전히 소실되어 있을 것
다음에 해당하는 반사가 모두 소실된 것을 말한다.
 (1) 광반사(light reflex)
 (2) 각막반사(corneal reflex)
 (3) 안구두부반사(oculo-cephalic reflex)
 (4) 전정안구반사(vestibulo-occular reflex)
 (5) 모양체척수반사(cilo-spinal reflex)
 (6) 구역반사(gag reflex)
 (7) 기침반사(cough reflex)
5) 자발운동, 제뇌강직, 제피질강직 및 경련 등이 나타나지 아니할 것
6) 무호흡검사 결과 자발호흡이 유발되지 아니하여 자발호흡이 되살아날 수 없다고 판정될 것. 무호흡검사가 불충분하거나 중단된 경우에는 뇌혈류검사로 추가 확인하여야 한다
7) 다음의 구분에 따른 방법에 따라 1)부터 6)까지의 규정에 따른 판정 결과를 재확인하였을 때에도 그 결과가 같을 것
 (1) 뇌사 판정 대상자가 6세 이상인 경우: 1차 판정부터 6시간이 지난 후에 실시
 (2) 뇌사 판정 대상자가 1세 이상, 6세 미만인 경우: 1차 판정부터 24시간이 지난 후에 실시
 (3) 뇌사 판정 대상자가 생후 2개월 이상, 1세 미만인 경우: 1차 판정부터 48시간이 지난 후에 실시
8) 다음의 구분에 따른 방법에 따라 뇌파검사를 시행하였을 때에 평탄 뇌파가 30분 이상 지속될 것
 (1) 뇌사 판정 대상자가 1세 이상인 경우: 7)에 따른 재확인 이후에 실시
 (2) 뇌사 판정 대상자가 생후 2개월 이상, 1세 미만인 경우: 7)에 따른 재확인 이전과 이후에 실시

Table 2.

Common reflex or spontaneous movements of brain death patients in the process of determining brain death

Movement type Description
Flexor/extensor plantar response Plantar flexion or extension, elicited by tactile or noxious plantar stimulation
Triple flexion reflex Flexion of the thigh, leg, and foot, elicited by noxious stimulation on the foot
Abdominal reflex Contraction of abdominal muscles, elicited by abdominal skin stimulation
Tonic neck reflex Extensions of the arm and sometimes the leg on the side to which the head is forcibly turned, with flexion of the contralateral limbs
Pronation extension arm reflex Pronation and extension of the upper limb, elicited by noxious hand stimulation or spontaneously
Undulating toe reflex Slow and repetitive flexion/extension movements of the toes, spontaneous or elicited by tactile or noxious foot stimulation
Myoclonus (spinal) Contraction of a muscle or a group of muscles, especially involving lower limbs or abdominal muscles
Lazarus’ sign Bilateral arm flexion, shoulder adduction, and hand raising to the chest/neck, seems to be grasping for endotracheal tube
Respiratory like movement Adduction of shoulders and slow cough-like movements minutes after removal of mechanical ventilation
Quadriceps contraction Contraction of quadriceps, spontaneous or elicited by tactile or noxious stimulation on the lower limb
Facial myokymia Repetitive and rhythmic twitching of facial muscles lasting <5 seconds

Adapted from reference 10, 22, and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