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전증의 위험성이 높은 심장질환이 있으면서 뇌졸중이 발생한 경우 심장성색전증의 가능성이 높다[1]. 심방중격결손(atrial septal defect)은 좌우션트를 만들기 때문에 색전증의 위험군으로 고려되지 않는다[2]. 하지만 결손이 크고 환자의 나이가 많아질 때까지 수술하지 않으면 폐동맥 고혈압이 생기고, 이때는 우좌션트를 일으켜서 색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2]. 국내에는 크기가 작은 심방중격결손을 가진 환자에서 모순색전증(paradoxical embolism)으로 인한 뇌경색이 1예 보고되었지만 그 기전에 대한 설명은 없다[3]. 저자들은 폐동맥고혈압을 동반하지 않은 심방중격결손을 가진 환자에서 색전뇌경색이 발생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
특별한 과거력이 없는 22세 남자가 수면 중에 발생한 어지럼으로 내원했다.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오른쪽 소뇌에 뇌경색이 발견되었고(Fig. A) 혈액검사에서 저산소혈증(산소분압 58.1%)과 적혈구증가증(헤모글로빈 18.8 g/dL)이 관찰되었다. 뇌자기공명혈관조영술에서 협착 부위는 없었고, 혈액응고인자와 24시간심전도는 정상이었다. 입원 3일째 갑작스러운 흉통이 있으면서 심전도에서 이전에 없던 ST분절상승이 관찰되었고, 당시 시행한 경흉부심초음파에서 좌심실에 부분적으로 심한 운동 부전이 관찰되었다. 심혈관조영술에서 관상동맥의 죽상경화증은 없었다. 색전증과 저산소혈증의 원인을 찾지 못한 채 뇌졸중 이차예방 위하여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면서 외래에서 경과 관찰하였다.
1년 뒤, 사물이 왼쪽으로 기울어져 보이는 증상으로 응급실에 왔고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오른쪽 시상의 뇌경색이 관찰되었다(Fig. B). 뇌경색의 원인에 대하여 추가 검사를 진행하였고 두개경유초음파를 통한 microbubble test에서 정상 호흡에서 약 90개, 발살바수기에서 약 40개 가량의 미세색전신호가 관찰되어 우좌션트를 일으키는 심장 기형이 있다고 생각하였다(Fig. C, D). 식도경유심초음파와 심장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에서 우좌션트와 좌우션트를 모두 가지는 18 mm 크기의 심방중격결손이 관찰되었다(Fig. E, F). 심방중격결손은 하대정맥을 향하여 있었고 대동맥의 연장, 비대, 심낭삼출, 우심실 경색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심장도관삽입을 시행하였을 때 폐동맥압은 15 mmHg로 폐동맥고혈압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추가로 실시한 병력청취에서 유년기부터 동료들에 비하여 운동하거나 오르막을 오를 때에 숨이 더 차는 증상이 있었다고 하였고 신체검사에서 곤봉형 손톱이 관찰되었다. 전신마취하에 심방중격결손에 대한 단순봉합술을 시행하였고, 이후 환자의 동맥혈가스분석 결과에서 산소분압이 86%로 저산소혈증이 호전되었고, 일반혈액검사에서 헤모글로빈 11.5 g/dL로 적혈구 증가증도 호전되었다. 술후에 시행한 초음파에서 심방중격결손은 관찰되지 않았고 두개경유초음파를 통한 microbubble test에서도 미세색전신호는 보이지 않았다. 이후 2년간 색전증의 재발은 없는 상태이다.
고찰
심방중격결손은 선천심장기형으로 우심방과 좌심방 사이 벽의 결손을 통해서 혈류가 새는 것이다. 심방중격결손이 있으면 폐순환을 지나서 좌심방으로 돌아온 동맥혈의 일부가 심방중격결손을 통해서 우심방으로 유입되고 좌심방압이 우심방압보다 높기 때문에 좌우션트가 발생하게 된다[4]. 심방중격결손을 통해 유입된 혈류는 우심실을 거쳐서 다시 폐순환으로 들어가게 되고 정상보다 많은 혈류유입으로 우심방과 우심실의 부담이 커져 폐혈류량이 증가하게 된다[4]. 매우 작은 정도(<10%)의 우좌션트가 일반적인 심방중격결손에서도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나타나는 것으로 색전의 위험요소가 되지 못한다[2]. 그러나 좌우션트가 오래 지속되어 우심방과 우심실에 부담이 생겨 폐고혈압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우좌션트가 발생하여 저산소혈증과 색전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5]. 그러나 폐동맥 압력의 증가 없이 심방중격결손을 가진 환자에게서 우좌션트가 형성되는 경우는 드물며 그 기전도 명확하지 않다. 우측 심방의 점액종, 우측 심실경색이나 기계적 환기로 인해 우측에서 좌측으로 압력차가 발생하는 경우나 심방중격결손의 수평방향으로 휘어진 심방중격과 과도하게 발달된 유스타키오판이 하대정맥의 혈류를 좌측 심방으로 흐르게 하는 경우 폐동맥고혈압 없이도 심방중격결손이 우좌션트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4,6,7]. 그러나 이러한 추가적인 구조적인 문제나 폐동맥 고혈압 없이 우좌션트를 보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4]. 국내에는 크기가 작은 심방중격결손을 가진 환자에서 모순색전증으로 인한 뇌경색을 보고하였으나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언급이나 그 기전에 대한 자세한 고찰은 없었다[3]. 국외에서는 크기가 큰 심방중격결손이 하대정맥의 입구 앞쪽 위에 놓여 있어 하대정맥으로부터의 정맥혈이 심방중격결손을 통해 좌심방으로 흘러가 폐동맥고혈압 없이도 우좌션트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한 저산소증과 청색증이 생긴 보고가 있다[3,4]. 남아있는 이차중격이 바람을 모아 전진하게 해주는 돛(spinnaker)의 역할을 하여 하대정맥으로부터의 정맥혈을 좌심방으로 잘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4]. 본 환자에서도 이와 유사한 위치에 크기가 큰 심방중격결손이 관찰되어 심방중격결손에 의한 우좌션트가 모순색전증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면 중이나 가만히 누워있는 상태에서 뇌경색이 발생하여 발살바수기나 기침으로 일시적인 우좌션트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은 낮겠다. 심초음파에서 좌심실에서 부분적으로 심한 운동부전이 보이는 것은 첫 뇌경색 이후 입원 기간 중에 발생하였고 심혈관조영술에서 관상동맥의 이상은 없었기 때문에 이는 색전뇌경색의 원인이 아니라 모순색전증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생각된다. 또한 술후에 시행한 microbubble test에서 미세색전신호가 나타나지 않은 점은 이 환자에서 뇌졸중의 원인이 심방중격결손임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본 증례의 심방중격결손은 18 mm로 그 크기가 크지만 처음 방문 당시 실시한 흉부경유심장초음파와 심혈관조영술에서는 심방중격결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는 심방중격이 수평으로 위치하여 있고 심방중격결손이 하대정맥 바로 주위에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우리 환자에서처럼 일반적인 흉부경유심장 초음파로는 선천심장병을 놓칠 수 있으므로 경식도심초음파나 microbubble test 등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첫 번째 뇌경색 발생시 선천심장질환의 가능성에 대한 자세한 병력청취와 곤봉손가락과 같은 저산소증의 증거에 대한 신체진찰을 하지 못하였다. 색전뇌경색이 의심되는 경우 자세한 병력청취와 신체진찰로 우좌션트의 증거를 놓치지 않아야 하겠고 본 증례에서처럼 폐동맥고혈압을 동반하지 않아도 심방중격결손이 드물게 우좌션트를 일으켜 색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