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의 실신이나 기립저혈압, 식후저혈압에 의해 발생하는 뇌혈관질환이 드물게 보고된다[1-3]. 기립저혈압은 심장과 심 장외의 교감신경장애와 더불어 압력반사부전(baroreflex failure)의 복합 기전으로 발생하며, 혈압 저하와 심박동 장애를 유발한다. 기립저혈압은 허혈뇌졸중의 위험인자로 되어 있으며, 기립시 나타나는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의 저하는 비열공뇌경색이나 색전뇌경색의 발생빈도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4,5].
기립저혈압은 상당수의 파킨슨병 환자에서 동반되는 흔한 자율신경계 증상 중 하나이다. 절반 정도의 환자는 동반된 임상증상이 있지만, 나머지 절반의 환자에서는 별다른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저자들은 심장색전성 원인과 동맥색전성 원인을 찾을 수 없었고, 기립시 혈압저하로 인해 발생된 것이 의심되는 뇌경색 환자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한다.
증례
78세 여자가 3일전 누워있다 일어나고 난 후 주변을 알아보지 못하고 의사소통을 잘 못하는 상태로 왔다. 환자는 1998년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약물 복용 중인 분으로 2011년부터 임상적으로 수정호엔야척도 4점으로 대다수의 시간을 와상상태로 지내왔다. 방문 일 아침 환자는 보호자에 의하여 화장실에 가기 위하여 수면 후 일으켜졌고, 약 10분 정도 화장실에서 서 있다가 증상이 발생하였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뇌졸중의 가족력 등의 위험인자는 없었다. 2006년 파킨슨병으로 치료도중 기립못참음증이 있어 검사한 기립경사검사에서 앙와위 125/78 mmHg, 3분 60도 기울임에 95/55 mmHg으로 기립저혈압을 진단받았었다. 현재 레보도파 800 mg을 복용 중이었다.
방문시 측정한 앙와위혈압은 104/71 mmHg이었고, 심장박동 수는 분당 67회였으며, 청진시 심잡음이나 경동맥잡음은 없었다. 신경학적진찰에서 의식은 지속적으로 졸려하며 지남력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였다. 동공반사와 안구운동의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얼굴 표정은 대칭적이었다. 통증에 저항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우측 상하지의 근력이 왼쪽에 비해 약간 감소되어 있었다. 바빈스키징후나 발목간대, Hoffmann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양측 전뇌순환과 후뇌순환에 다발뇌경색증이 관찰되었고, 혈관영상에서 양측 경동맥과 두개내혈관의 죽경화판이나 협착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환자는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7일간 심전도감시를 시행하였고 불규칙한 리듬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이후 시행한 심장초음파검사에서도 좌심실비대 외에는 증식증(vegetation)을 포함한 이상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후 시행한 기립경사검사에서 누워있을 때의 혈압과 맥박은 135/97 mmHg, 86회/분으로 측정되었고 60도 기울임에서 109/83 mmHg, 98회/분으로 혈압 저하와 맥박 상승이 관찰되었다. 환자는 입원 5일째 의식이 서서히 호전되기 시작하여 입원 12일째 기능적으로 이전과 비슷한 상태로 퇴원하였다.
고찰
본 증례는 뇌경색이 발생할 만한 다른 위험인자가 없었던 파킨슨병 환자에서 상황 상 기립시 혈압저하와 연관된 것이 의심되는 다발뇌경색이 발생하고, 기립경사검사에서 기립저혈압이 확인된 경우이다. 뇌경색이나 일과성허혈발작에서 기립저혈압의 역할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정상인에서는 뇌혈관이 자동조절능을 가지고 있어 기립에 의해 전신혈압이 감소되더라도 세동맥을 수축하거나 확장함으로써 뇌혈류량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3,4]. 하지만, 본 증례처럼 파킨슨병 같이 뇌의 혈역학적 자동조절기능이 손상된 환자들에서 기립에 의한 혈압감소는 혈관내 적절한 볼륨을 유지하는 보상작용에 문제를 일으키며 결과적으로 뇌의 저관류상태를 유발한다[3,4]. 이러한 과정에서 뇌혈관의 협착이 있다면[1], 경계구역경색증이나 반복적인 일과성허혈발작이 발생되거나, 색전을 제거할 만큼의 충분한 뇌혈류를 얻지 못하여 과다점도(hyperviscosity) 상태에서 색전뇌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기립시 혈압저하로 인한 미주신경긴장도의 증가가 심장 동결절 활성도의 장애로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어 색전뇌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6,7].
본 환자는 고령의 파킨슨병 환자로 좌심실비대같은 심장의 구조적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기저에 있었던 자율신경기능장애가 기립시 혈압저하를 일으키고, 이러한 현상이 심근 및 혈관계의 부하를 가중시켜 다발뇌경색증이 발생되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따라서 심혈관계 자율신경계장애가 상당한 파킨슨병 환자같은 퇴행질환 환자의 간호에 있어서 임상증상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자세 변화나 복압이 증가되는 상황에 대한 예측과 이에 대한 교육을 통해 기립저혈압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본 증례와 같이 다발뇌경색증이 발생하였으나 심장색전성 원인이나 동맥색전성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자율신경기능장애와 연관된 뇌경색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