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 례
평소 특별한 병력 없이 건강하던 21세 남자가 내원 10일 전 근력운동 도중 갑자기 두통이 발생하면서 주저앉았다. 앙측 정수리가 터질듯이 아프면서 구토하였다. 기침하거나 고개를 숙이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두통이 악화되었다. 양측 안구통이 동반되었으나 빛이나 소리에 예민해지는 증상은 없었다. 극심한 두통은 6시간 후 완화되었지만 이후로도 두통이 지속되었다. 내원 5일 전 인근 병원에서 뇌 computed tomography (CT) 검사를 시행하였으나 정상이라고 들었다. 단순 진통제를 처방받아서 복용해도 두통은 호전되지 않았다.
활력징후는 혈압 129/71 mmHg, 맥박수 분당 60회, 호흡수 분당 20회, 체온 36.6℃였다. 신체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의식은 명료하고, 동공반사 및 안구운동은 정상이었고, 경부강직도 없었으나 유두부종이 관찰되었다(
Fig. 1). 이외에 신경학적 진찰 소견은 모두 정상이었다. 일 년에 두세 번 구강궤양이 생기는 것 외에 약물복용 병력 및 가족력, 담배, 음주력 등의 특이 소견은 없었다.
상기 환자는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7,300/mm3, 혈색소 14.6 g/dL, 혈소판 151,000/mm3, 적혈구 침강속도 30 mm/h였고, D-dimer 수치가 625 ng/mL였다. 이 외의 신장기능검사와 간효소 수치, 소변검사, 흉부 방사선검사 등은 정상 소견이었다. 뇌척수액검사상 무색 투명하였고 개방압력 37 cmH2O, 적혈구 5/mm3, 백혈구 0/mm3, 단백 39 mg/dL, 포도당 63 mg/dL (혈중 포도당 99 mg/dL)였다.
질문 1. 이 환자에게 위험한 이차두통을 의심할 수 있는 요소가 있는가?
두통 환자 진단에서 우선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정확한 병력을 밝혀내는 것이다. 심각한 두통을 의심할 수 있는 병력이 있다면 진단검사나 영상검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이 환자에서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두통, 갑자기 발생한 벼락두통, 발살바나 자세 변화시 악화, 약에 두통이 반응하지 않고 점진적인 두통의 진행이라는 적신호(red flag)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뇌 CT가 정상이라 하더라도 다시 적절한 검사를 계획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또한 위험한 증상이 있는 두통 환자에서는 신경학적 진찰의 이상 여부, 의식 변화, 수막증, 발열 여부, 유두부종, 시야장애, 두부외상이나 두피 상처 여부, 경동맥 잡음, 측두동맥의 맥박감소 여부와 압통 등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검안경검사에서 관찰되는 유두부종은 뇌압 상승에 의한 이차두통을 강력히 시사하는 소견이다.
질문 2. 이 환자의 두통으로 감별해야 하는 진단은 무엇인가?
벼락두통은 보통 1분 이내에 통증이 최고조에 이르는, 이제까지 환자가 경험해 보지 못한 강도로 발생한 심한 두통을 말한다[
1]. 머리가 갑자기 깨질 듯 하다던가 머리를 망치로 내려치듯이 아프기 시작하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벼락두통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수도 있는 이차두통의 발현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감별진단이 아주 중요하다.
벼락두통의 이차원인으로 거미막하출혈, 뇌동맥류에 의한 전초두통(sentinel headache), 뇌경색, 뇌내출혈, 경막하출혈, 뇌정맥혈전증, 자발저뇌척수압, 뇌하수체졸중, 뇌동맥박리,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 키아리기형 등 여러 뇌혈관질환이나 두개내 이상이 벼락두통의 원인일 수 있다[
1]. 특히 거미막하출혈,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 뇌동맥박리, 뇌정맥동혈전증은 빈도가 드물지 않으며 두통으로만 발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요하다. 원발벼락두통은 이러한 질환이 없이도 발생하는 경우로 운동이나 성행위, 기침과 관련하여 발생하기도 하고, 특별한 유발요인이나 원인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Table 1).
임상적으로 벼락두통을 호소하는 모든 환자에게 이차두통을 배제하기 위한 검사를 시행하도록 권고해야 한다. 두통의 위치나 양상은 원인질환을 감별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며 이차두통이라도 급성기 두통 약물에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질문 3. 이 환자에서 의심되는 질환과 적절한 검사는?
환자는 국소신경이상결손이나 뇌막자극징후 없이 두통만을 호소하였다. 초기 뇌 CT가 정상이었고 발열이 없고 뇌척수액검사상염증이나 출혈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없었기 때문에 뇌공간점유병소질환, 거미막하출혈, 뇌경색, 뇌내출혈, 경막하출혈 등은 배제될 수 있고 전형적인 기립성 두통이 아니고 뇌척수액검사에서 개방압력이 37 cmH2O로 상승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발저뇌척수압도 가능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키아리기형, 뇌하수체졸중과 가역뇌혈관수축증후군은 뇌 CT로는 감별이 어렵기 때문에 뇌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와 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 (MRA)가 필요하다.
D-dimer 수치가 높고 두개뇌압상승이 관찰되어 뇌정맥동혈전증을 의심하여 MRI와 MR정맥조영(magnetic resonance venography, MRV)을 시행하였고 다음과 같은 소견이 보였다(
Fig. 2,
3). 조영증강 후 T1-강조영상에서 상시상정맥동과 좌측 뇌횡정맥동에서 혈전을 확인할 수 있었고 피질정맥이 울혈되어 있었다(
Fig. 2). 또한 뇌 MRV에서 상시상정맥동, 좌측 뇌횡정맥동, 좌측 구불정맥동이 혈전으로 인하여 보이지 않음을 통하여 확진하였다(
Fig. 3). 뇌정맥혈전증 환자는 초기 비조영 CT로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뇌정맥혈전증이 의심된다면 뇌 MRI와 MRV를 실시하는 것이 더 좋다.
질문 4. 원인질환을 밝히기 위하여 고려해야 할 사항은?
뇌정맥혈전증의 원인은 다양하며, 만성적 원인과 일시적 원인이 있다. 만성적 원인에는 항트롬빈Ⅲ 결핍, C단백질 결핍, S단백질 결핍 등과 같은 혈전성향, 철결핍성 빈혈, 신증후군, 적혈구증가증과 같은 혈액질환, 베흐체트병, 전신홍만루푸스, 갑상선질환 등과 같은 전신질환, 암과 항암제 관련 질환이 이에 속한다. 일시적 원인에는 임신과 산욕기, 경구피임약복용, 다나졸, 리튬 등과 같은 악물 관련, 감염, 외상, 탈수가 이에 속한다. 뇌정맥혈전증 환자의 12% 정도는 뚜렷한 원인을 밝히지 못한다(
Table 2) [
2,
3].
이 환자에서는 뇌정맥동혈전증의 원인규명을 위하여 시행한 혈액응고검사에서 프로트롬빈 시간, 활성부분프로트롬빈 시간, 항트롬빈 III, C단백질 항원, C단백질 활성도, S단백질 항원 등은 모두 정상이었다. 항카르디올리핀항체(IgG, IgM), 루프스항응고인자는 모두 음성이었고 면역혈청검사에서 혈청매독검사, 류마티스양인자 그리고 항핵항체 모두 정상이었다. 당뇨병, 궤양성 대장염, 크론씨병, 헤모글로빈뇨증 등의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과거력상 2년 전부터 반복되는 구강궤양과 슬관절통증이 있었지만 성기궤양은 없었고 이상초과민(pathergy) 결과는 음성이었다. 안과적인 증상은 없었지만 안과협진상 유두부종과 포도막염을 확인하였고 human leukocyte antigen (HLA) type 51가 양성이어서 베흐체트병으로 관련한 뇌정맥혈전증으로 진단하였다.
토 의
뇌정맥혈전증에서 두통은 가장 먼저 발현하고 또 가장 흔한 증상이다. 대개 서서히 시작되어 점차 심해지는 진행성의 심한 두통이며, 악화되면서 두내내압항진의 다른 증상이나 징후와 동반되어 나타난다. 하지만 간혹 편측성이거나, 갑자기 발현하거나, 벼락두통 양상으로도 발현할 수 있다. 특이양상이 없기 때문에 최근에 발생하여 지속되는 두통이라면 반드시 한번쯤 의심하여야 한다. 특히 혈전이 유발되는 상황이 있다면 더 주의하여야 한다.
임상적으로 뇌정맥혈전증이 의심되면 영상검사로 진단한다. 뇌 CT가 첫 검사로 시행되지만 조영제를 주입하지 않은 CT는 확진하기에 미흡하다. MRI와 MRV, CT 관류영상이 유용하며 때로는 확진을 위하여 고식적 혈관조영술(angiography)이 필요하기도 하다. 영상에서 정맥폐색 또는 정맥내 혈전이 관찰되는 직접징후와 정맥경색, 정맥의 곁순환 형성, 꼭지돌기염(mastoiditis) 등 뇌실질의 이차적인 변화를 관찰하는 간접징후로 진단한다. 직접징후에는 조영제를 주입하지 않은 CT에서 고음영의 혈전이 관찰되는 치밀응고징후(dense clot sign), 조영제 주입 CT에서 고음영이 삼각형모양의 중앙의 저음영을 둘러싸고 있는 빈델타징후(empty delta sign), MRI에서 정상적인 혈류신호소실이 없어지는 소견 등이 있다(
Table 3).
뇌정맥혈전증은 항응고제가 가장 중요한 치료이다. 가능하면 빨리 정맥동을 재개통시키고 경련이나 뇌부종, 뇌압상승, 시력상실 등의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이다. 항응고제 치료 기간은 일시적 원인인자가 있었는지, 혹은 원인없이 발생하였는지, 혈전 성향이 경한지 또는 심한지에 따라 결정한다. 일시적 원인에 의하여 생긴 뇌정맥혈전증환자는 3-6개월간 와파린 치료를 권고하며, 원인이 없는 뇌정맥혈전증은 6-12개월간 와파린 치료를 유지한다. 뇌정맥혈전증이 재발한 경우, 뇌정맥혈전증 후 혈전색전증이 발생한 경우, 2가지 이상의 혈전성향 또는 항인지질항체증후군 등과 같은 심각한 혈전성향이 있을 때에는 평생 항응고제 치료를 권고한다. 항응고제를 사용하더라도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에는 정맥내 혈전을 우로키나제 또는 재조합조직플라스미노젠활성제(recombinant tissue plasminogen activator)를 투여하여 녹이거나 직접 혈전을 제거하기도 한다[
4].
두개내압상승은 경색 또는 출혈, 뇌부종 등을 유발하며 뇌압을 더 상승시킨다. 환자의 머리를 올리고 진정시키며 만니톨이나 과호흡 치료가 도움이 되며, 발작이 있는 환자에게는 항뇌전증약을 투여한다. 이 때 발프로에이트, 카르바마제핀, 페니토인 같은 항뇌전증약은 항응고제와 상호작용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투여하여야 한다.
KEY POINTS
1. 벼락두통
• 벼락두통은 보통 1분 이내에 통증이 최고조에 이르는 심한 두통
• 원인: 거미막하출혈, 가역적뇌혈관수축증후군, 뇌동맥박리, 뇌정맥동혈전증 등 이차두통이 흔함
• 진단: 뇌 CT 및 뇌척수액검사에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거미막하출혈의 소견이 없다면 조영제를 사용한 뇌 MRI와 MRA를 최우선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거미막하출혈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있다면 혈관조영술로 동맥류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2. 뇌정맥혈전증
• 증상: 경련, 유두부종, 의식 변화, 국소신경이상 등의 두개내압항진과 연과된 증상과 동반하기도 하지만 초기에는 두통만으로 발현할 수 있다.
• 진단: 임상적으로 뇌정맥혈전증이 의심되면 뇌 MRI와 MR정맥조영술(MRV)을 시행하여 진단한다.
• 치료: 헤파린이나 와파린과 같은 항응고제로 치료하며 뇌정맥혈전증의 원인에 따라 항응고제 투여 기간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