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분발작의 원인은 뇌졸중, 피질이형성, 뇌종양, 뇌염과 같은 피질의 기질적 병변뿐만 아니라 고혈당과 같은 대사이상, 사립체질환 등이다. 원인에 따라 기전이 다르며 원인 치료가 적절하게 되지 않으면 약물 저항성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항발작약 투여 외에도 원인을 면밀하게 고려하여 수술 치료, 대사이상 교정, 면역 치료 등을 적절하게 수행하여야 한다[1,2]. 저자들은 수막종으로 추정되는 종괴로 인해 발생한 난치부분발작을 조절하기 위해 여러 항발작약을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미흡하였으나 3개월 전에 방사선 수술을 받았고 종괴 크기에 비해 부종이 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후 발작을 완전히 조절하고 수술을 피한 증례를 경험하였다. 이 사례는 발작 치료에 있어서 항발작약 투여에만 집중하여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원인을 조절하는 치료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막종 방사선 수술 후에 새롭게 발생하는 발작 치료에서 스테로이드의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하는 중요한 증례라고 판단되어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47세 여자가 왼쪽 눈꺼풀, 얼굴과 왼손의 불수의적인 간대성 움직임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응급실로 왔다. 3개월 전 오른쪽 전두엽 볼록부의 수막종으로 추정되는 1.4 cm 크기의 종괴(Fig. A)에 대해 50% 등량선(isodose line)에서 경계부조사량(marginal dose) 12 Gy로 1회 감마나이프 방사선 수술을 받았다. 내원 6일 전 처음으로 약 1분 동안 지속되는 왼쪽 눈꺼풀과 얼굴의 불수의적 움직임이 3-4회 발생하였고 부분발작으로 추정되어 레베티라세탐(levetiracetam) 500 mg을 하루 두 번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내원 4일 전에도 비슷한 증상이 약 2분간 한 번 발생하였다. 내원 당일에는 30초에서 2분 사이 지속되는 불수의적인 간대성 움직임이 2시간 전부터 약 10분에 한 번씩 반복되었다. 심할 때는 안구와 목의 왼쪽 편위도 동반되었지만 의식은 명료하였다.
3년 전 건강 검진에서 수막종으로 추정되는 2개의 종괴가 발견되었고 당시에 오른쪽 전두극(frontoplar) 수막종은 절제술을 받았다. 내원 6일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었고 항발작약을 복용한 적도 없으며 다른 질환도 없었다.
환자의 몸무게는 53 kg이었고 신체 및 신경계진찰은 정상이었다. 혈액 검사, 화학 검사, 전해질 검사, 소변 검사, 흉부X선 모두 정상이었다.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오른쪽 전두엽 볼록부의 종괴 주변에 광범위한 부종이 관찰되었다(Fig. B). 뇌파 검사에서 오른쪽 전두엽에 매우 빈번한 예파와 간헐적인 전기발작(electrographic seizure)이 관찰되었다(Fig. D).
응급실에서 즉시 levetiracetam 1,000 mg을 투여하였고 매일 750 mg을 두 번 유지하였다. 6시간 후에도 부분발작 빈도의 변화가 없어 페니토인 800 mg을 세 용량(300-300-200)으로 나누어 경구 투여 후 200 mg을 하루 두 번 유지하였다. 다음 날에도 차도가 없어 발프로산(valproic acid) 1,000 mg을 추가하고 이후 500 mg을 하루 두 번 유지하였다. 입원 3일 차에 빈도가 소폭 줄었지만 중등도의 어지러움과 구역이 있었다. 입원 5일 차에도 상태가 유지되어 토피라메이트(topiramate) 100 mg을 하루 두 번 투여하기 시작하였으나 발작은 지속되었다. 저자들은 3개월 전 방사선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과 종괴 크기에 비해 주위의 부종이 심한 점에 착안하여 입원 8일 차에 스테로이드 투여를 시작하였다. 덱사메타손 10 mg을 정맥 주사하고 이후 4 mg을 6시간마다 주사하였다. 스테로이드 투여 다음날 발작 빈도가 크게 감소하여 세 번만 발생하였고 48시간 후에는 발작이 완전히 멈추었다.
이후 덱사메타손을 6일간 유지하면서 항발작약을 감량하였고 프레드니솔론 50 mg을 하루 한 번, levetiracetam 500 mg과 valproic acid 300 mg을 하루 두 번 유지하면서 퇴원하였다. 퇴원 1주 후에 valproic acid를 중단하고 프레드니솔론을 점차 줄여나갔지만 발작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8주 후 뇌자기공명영상 추적 검사에서 종괴 주위의 부종이 뚜렷하게 감소한 것을 확인하였다(Fig. C).
고 찰
본 증례는 수막종으로 추정되는 종괴로 인해 발생한 난치부분발작을 조절하기 위하여 여러 항발작약을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미흡하였으나 3개월 전에 방사선 수술을 받았고 종괴 크기에 비해 부종이 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스테로이드를 투여한 후 발작이 완전히 조절된 증례이다.
본 증례처럼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분발작의 원인은 다양하며 뇌졸중, 피질이형성, 뇌종양, 뇌염, 외상 병변과 같은 피질의 기질적 병변뿐만 아니라 고혈당과 같은 대사이상, 사립체질환 등이 포함된다. 원인에 따라 기전이 매우 다르며 원인 치료가 되지 않으면 약물 저항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항발작약 투여뿐만 아니라 원인을 면밀히 고려하여 수술적 치료, 대사 이상 교정, 항바이러스제 투여, 면역 치료 등을 적절하게 수행하여야 한다[1,2].
방사선 수술을 받은 수막종 환자 중 20-40%에서 종양 주변에 부종이 발생하며[3] 이 중 일부는 국소 신경학적 결손, 두통, 발작을 겪는다. 이때 발생하는 발작은 종종 항발작약으로 잘 조절되지 않는다. Hwang 등[3]에 의하면 방사선 수술 후 부종이 생긴 43명 중 15명(34.9%)이 새로운 발작을 경험하였으며 이들 중 8명(53.3%)은 약물 저항성이었다. 이러한 약물 저항성 뇌전증을 치료하기 위해 수막종 제거술을 고려할 수 있으나[4] 수막종이 뇌와 심하게 유착되어 있는 경우에는 수술이 쉽지 않다[3].
수막종 주변의 부종은 혈관성이며 종양 내부의 혈관투과성과 연관이 있다. 방사선 조사(irradiation)를 받은 종양에서는 혈관내피성장인자와 같은 혈관형성 표지자와 hypoxia-inducible factor-1과 같은 저산소증 표지자가 높게 발현되어 종양 내부의 혈관투과성이 증가할 수 있다[4]. 혈관내피성장인자는 누출이 발생하는 모세혈관(leaky capillaries)을 생성함으로써 수막종 주위의 부종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4]. 방사선 수술 후 1-24개월 후에 새로운 부종이 발생하며 15개월 이상 지속된다[5,6].
이 증례에서는 처음에 작은 수막종으로 인한 부분발작으로 진단하고 항발작약 투여에 집중하였으나 발작이 조절되지 않았다. 그러나 방사선 수술 후 3개월 뒤에 처음으로 발작이 발생하였고 부종이 심한 것을 고려할 때 이 부종이 부분발작의 발생 및 약물 저항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에 따라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하여 발작을 완전히 조절함으로써 수술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발작 치료에 있어서 항발작약 투여뿐만 아니라 원인을 조절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수막종 방사선 수술 후에 발생하는 발작 치료에서 스테로이드의 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