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성허혈발작은 내원 당시에 신경학적 증상이 완전히 회복된 상태이기 때문에 임상적인 상황 및 환자의 병력 청취에 근거하여 진단을 한다. 뇌경색 환자에게 발견되는 뇌미세출혈의 경우 투여할 항혈전제 종류를 결정할 때 확인해야 하는 뇌병변이다. 하지만 대개 무증상인 뇌미세출혈의 경우가 많아 여러 상황에서 쉽게 간과하기도 한다. 뇌미세출혈은 그 크기와 위치에 따라 인지기능 저하, 치매, 경련발작 그리고 심한 경우에 뇌전증지속상태를 유발할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미세출혈에 의한 경련발작의 경우 아직 국내 신경과 학회지에서 보고된 바가 없다. 저자들은 갑자기 발생한 좌측 상하지 위약을 주소로 내원하여 일과성허혈발작으로 오인하다가 뇌미세출혈에 의한 경련발작으로 확인된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1세 여자가 내원 당일 오후 5시 30분에 주방에 앉아서 채소를 손질하다가 갑자기 발생한 좌측 상하지 위약 때문에 응급실에 왔다. 부정맥,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뇌혈관질환의 위험인자없이 평소 건강하였다. 증상 발생 시에 왼쪽 상하지 위약과 더불어 이유없이 주관적인 기분 나쁜 느낌이 동반되었다. 증상 발생 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남편과 같이 있었으나 남편과 갈등 상황이 아니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근래에 특별한 금전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도 없었다고 한다.
갑자기 발생한 좌측 상하지 위약이 30분 이상 지속되어 119 구급차를 통하여 본원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증상 발생 2시간 이내에 응급실에 도착하였으며 활력징후는 130/80 mmHg, 맥박 68회, 호흡수 20회로 확인되었다. 신경계 진찰에서 Medical Research Council 척도 4+의 좌측 편마비가 확인되었다. 그 이외에 신경학적으로 감각이상, 얼굴마비 및 구음장애는 확인되지 않았다. 급성 뇌출혈을 배제하기 위하여 조영제 사용 없이 뇌 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였으나 특별한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Stroke Scale 점수가 2점으로 확인되어 급성 혈전용해 치료 시술을 하지 않았다. 이후 급성 뇌경색을 확인하기 위하여 응급실에서 뇌 확산강조영상을 촬영하였으나 급성 뇌경색 병변은 보이지 않았다(
Fig. 1-A). 환자의 ABCD2 점수를 환산하면 총점 7점에서 5점(나이 ≥60세: 1, 혈압: 0, 편측 위약: 2, 지속시간 60분 이상: 2, 당뇨 동반 여부: 0)이었다. 임상적 상황에 근거하여, 일과성허혈발작에 준하여 아스피린 300 mg 및 로수바스타틴 10 mg을 투여하였다. 다음날 아침에도 좌측 편마비는 지속되었다. 추가적으로 시행한 뇌 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와 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 (MRA)에서 의미 있는 협착이나 심한 동맥경화증을 시사하는 소견은 없었다(
Fig. 1-B). 그 외에 gradient-echo 소견에서 우측 두정엽 부위 3.0 mm에 미세출혈이 확인되었다(
Fig. 2).
좌측 편마비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연관되는 뇌병변이 확인되지 않아 경련발작에 대한 감별을 위하여 뇌파를 검사하였다. 좌측 편마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증상 발생 다음날에 시행한 뇌파에서 우측 전두엽 및 중앙 부위에 뇌전증모양방전이 빈번하게 확인되었다(
Fig. 3). 뇌전증약 lacosamide 100 mg/day을 투여한 후에 좌측 편마비는 호전되었으며, 편마비와 동시에 지속되던 설명할 수 없는 기분 나쁜 느낌도 점차적으로 개선되었다. 입원 중 24시간 심전도 모니터링 및 경흉부심장초음파검사를 시행하였으나 심장성 색전 원인의 뇌경색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환자는 현재까지 추가적인 좌측 편마비 및 경련발작 없이 lacosamide 200 mg/day을 유지하면서 외래에서 추적관찰 중이다.
고 찰
본 증례는 갑자기 발생한 주관적인 불쾌감과 동반된 좌측 편마비로 내원한 환자이다. 뇌 MRI와 MRA 및 뇌파에 근거하여 허혈성 병변이 배제되었고 우측 두정엽에 위치하는 뇌미세출혈에 의한 경련발작으로 판단된다. 일과성허혈발작의 진단은 뇌 확산강조영상에서 병변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간접적으로 ABCD2 점수를 산출하여 평가한다. ABCD2 점수 항목 중에서 편측 위약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 일과성허혈발작과의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1]. 또한, ABCD2 점수가 낮은 환자군은 뇌혈관질환의 가능성이 낮아 진단적 배제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본 증례는 ABCD2 점수가 5점으로 확인되고 편측 위약을 동반하였으나 급성 뇌혈관질환과는 무관하였다. 이와 같이 ABCD2 점수는 일과성허혈발작의 참고 지표로 활용되나 전적으로 의존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일과성허혈발작은 유사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들이 있어 임상적으로 진단할 때 유의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실신, 편두통 편마비, 경련발작, 말초신경 병변 그리고 정신질환인 전환장애 혹은 신체화장애 등 감별해야 할 질환이 많다[
2,
3]. 급성 뇌혈관질환은 특성상 시간적 압박을 받으면서 진단과 치료를 해야 하는 질환이다. 일과성허혈발작의 유사 증상을 보이는 경우 뇌파검사는 경련발작의 여부를 감별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신경학적 결손과 뇌혈관 상태에 뚜렷한 연관이 있는 일과성허혈발작을 제외하고 잠정적으로 일과성허혈발작이 의심된 환자(n=80)를 대상으로 뇌파를 시행하여 경련발작의 동반 여부를 확인한 결과 약 16%에서 경련발작으로 확인되었다[
4].
근래에는 MRI 민감도의 향상으로 신경학적 증상이 없는 정상인 상황에서도 미세출혈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임상적으로 무증상 뇌미세출혈의 존재는 일과성허혈발작과 뇌경색 발생 이후에 2차 예방 항혈소판제 및 항응고제를 결정할 때 영향을 주기도 한다[
5]. 노인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뇌 MRI검사에서도 무증상의 미세출혈이 11.1-23.5%로 적지 않은 비율로 확인되었다[
6]. 뇌미세출혈은 뇌전증 및 뇌전증지속상태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뇌병변으로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다[
7-
9]. 특히, 상대적으로 많은 미세출혈의 양과 미세출혈이 뇌피질에 위치하게 되는 경우 뇌전증으로 야기하는 병변일 가능성이 높다[
9].
본 환자의 경우 지름이 3.0 mm의 미세출혈의 병변으로 중심고랑에 인접한 뇌피질에 위치하였다. 병변의 위치가 중심고랑에 위치한 이유로 순수운동뇌졸중(pure motor stroke)이나 일과성허혈발작과 유사한 갑자기 발생한 편마비 양상을 보였다. 본 증례를 통하여 알 수 있듯이, 일과성허혈발작 유사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 ABCD2 점수가 높은 경우로 확인되어도 다른 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진단적으로 애매한 경우는 적극적으로 뇌파 혹은 비디오 뇌파를 시행하여 경련발작 동반 여부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임상양상에 따라 뇌 MRI에서 확인되는 뇌미세출혈이 피질에 위치하는 경우 뇌파를 시행하여 뇌전증 동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증례는 비디오 뇌파검사를 통한 증상의 호전 및 뇌파의 개선을 확인하지 않아 보고함에 있어 제한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뇌경색 관련 검사에서 특이 이상 소견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뇌미세출혈의 병변과 뇌전증모양방전의 위치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아울러, 해당 환자의 신경학적 결손과 주관적인 불편감이 뇌전증약 투여 후에 호전되어 경련발작에 의한 편측 위약으로 진단하였다. 본 증례의 경우 뇌미세출혈에 의한 경련발작으로 임상적으로 드문 경우는 아니지만 진단적 접근 과정에서 일과성허혈발작으로 오인하여 시행착오를 겪었던 사례로, 공유할 만한 증례로 사료되어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