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운동과 연관된 여러 증상은 파킨슨증을 가진 환자에서 관찰된다.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운동 증상과 동반된 눈깜빡임 속도의 감소나[1] 자율신경장애와 동반된 눈물샘 기능 이상이 안구건조증을 유발한다[2]. 안검경련은 진행핵상마비 및 다계통위축증과 같은 비전형 파킨슨증후군 환자에서 흔하게 보인다[1]. 다계통위축증 환자에서 눈깜빡임반사 검사에서 R2 반응이 손상되고 증가된 회복 주기가 관찰되는데 이는 뇌간 중간뇌신경 세포의 흥분성이 증가하여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3].
뮐러 위눈꺼풀판근육(superior tarsal muscle of Müller)은 교감성 콜린신경에 의해 공동 지배되며 이 근육의 손상은 안검하수를 유발한다[4,5]. 다계통위축증에서 관찰되는 광범위한 자율신경 병리에 의한 여러 증상이 있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한 보고는 없다. 저자들은 다계통위축증 환자에서 선택적 교감성 콜린신경 손상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양측성 안검하수의 증례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한다.
증 례
53세 여자 환자가 8개월 전부터 발생한 오른쪽 다리 떨림으로 내원하였다. 떨림은 휴식 중에만 발생하고 움직일 때, 서 있을 때, 걸을 때는 사라진다고 호소하였다. 이러한 떨림은 오른쪽 하지에 국한되어 있었으며 다른 부위에는 보이지 않았다. 또한 환자는 양쪽 눈의 눈꺼풀 처짐을 호소하였지만 이러한 증상은 하루 중 변동은 없었고 복시나 운동 시 사지 피로감과 같은 증상을 느끼지 않았다. 환자는 기립불내성, 잔뇨감, 빈뇨, 요절박, 야간뇨 등 비뇨기계의 불편감, 변비, 동공 조절 이상, 땀흘림장애, 추위나 더위불내성, 눈과 입의 건조함과 같은 자율신경 이상 증상은 호소하지 않았고 사지의 신경통과 관련된 어떠한 증상도 호소하지 않았다. 과거 병력에서 특별한 이상은 없었고 가족 구성원 중 어느 누구도 신경계질환을 진단받은 적이 없었다. 환자는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떠한 약물도 복용하고 있지 않았다.
신경계진찰에서 안정 상태일 때 오른쪽 다리의 4-6 Hz의 떨림이 관찰되었다. 떨림은 움직일 시 사라지고 환자의 하지가 안정 위치로 돌아간 후 약 10초 뒤에 다시 나타났다. 해당 부위에서 경축 및 운동완만은 매우 경미하였다. 겨냥 이상이나 상반운동반복장애, 실조보행과 같은 소뇌기능 이상은 없었다. 운동 상태 평가에서 수정 호앤야척도(modified Hoehn and Yahr stage scale)는 1점, 통합 파킨슨병척도(unified Parkinson’s disease rating scale, UPDRS) 전체 점수(total score)는 7점, 운동 파트 결과(part III)는 5점이었다. 4년 전에 찍은 얼굴 사진과 비교하면(Fig. A) 양측 눈에서 부분적인 안검하수가 보였다(Fig. B). 동공 크기와 모양은 빛에 적절하게 반응하였고 안구운동장애, 시력장애, 안구 전위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다른 뇌신경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18F-N-(3-fluoropropyl)-2 beta-carbon ethoxy-3 beta-(4-iodophenyl) nortropane을 사용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에서 양측 뇌기저핵에 현저히 감소한 도파민수송체의 흡수가 보였다(Fig. C). 경두개초음파 검사에서는 양측 흑질에 정상보다 늘어난 에코 증강을 보였다(우측, 0.29 cm2; 좌측, 0.32 cm2) (Fig. D). 뇌자기공명영상에서 외안근의 비대와 소뇌나 중뇌를 포함한 뇌간 부위의 위축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E). 갑상샘호르몬, 자가면역항체 측정치, 젖산(lactic acid) 및 피루브산(pyrubic acid)을 포함한 모든 혈액 검사는 이상 없었으며 아세틸콜린수용체결합항체도 정상 범위였다. 네오스티그민 검사는 안검하수를 개선시키지 못하였으며 반복신경자극 검사도 정상이었다. NeurocheckTM (BAROS Medical, Seoul, Korea)를 이용한 발한기능 검사에서는 플라스터 부착 후 색깔 변화가 12분 정도에서 관찰되어 해당 기능의 손상이 보였다[6]. 기립경 검사에서 20분의 평균 앙와위 수축기/이완기혈압은 126/74 mmHg, 60° 기울여 세운 후 측정한 기립 시 수축기/이완기혈압은 3분에 113/73 mmHg, 5분에 120/75 mmHg로 앙와위고혈압이나 기립저혈압은 보이지 않았다. CUBEscanTM BioCon-500 (Mcube Technology, Seoul, Korea)을 이용한 배뇨 후 잔뇨량 검사에서 0 mL로 잔뇨 또한 관찰되지 않았고 깊은 호흡이나 발살바를 통한 심박 변이도, Kolomark를 통한 대장 이동 시간 검사에서는 이상 소견이 보이지 않았다. 123I-metaiodobenzylguanidine을 이용한 심근 섬광조영은 정상 심근-중격동 비율(초기 비율, 2.34; 지연 비율, 2.60)을 보였다(Fig. F). 그러나 교감피부반응 검사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 보이지 않았다(Fig. G).
환자는 초기에 파킨슨병으로 진단하여 레보도파-카비도파를 적정 농도로 지속적으로 투약하였다. 초기 6개월 정도는 환자가 약간의 운동완만의 완화를 보고하였지만 이후 레보도파에 대한 on 반응은 보이지 않았고 1년 경과 후에 자세 불안정이 발생하여 화장실을 가거나 할 때 한 달에 한 번 정도 낙상이 생겼다. 당시 시행한 신경계진찰에서 양측의 심한 운동완만과 경축, 소뇌기능 평가에서 겨냥 이상과 보행실조가 관찰되었고 간헐적으로 병적인 웃음과 울음이 보였다. 2년 경과 시점에서 시행한 운동 상태 평가에서 수정 호앤야척도는 4점, UPDRS 전체 점수는 70점, 운동 파트 결과(part III)는 45점으로 악화 소견이 확인되었으며 3년 정도 지나면서 독립보행이 완전히 불가능해진 휠체어 의존 상태가 되었고 5년 정도 추적 조사 후에는 침상 의존 상태로 나빠졌다.
고 찰
본 증례의 환자는 최초 내원 시에는 우측 하지의 떨림과 운동 완만, 경축 등 수정 호앤야척도 1점 정도의 임상 증상, 양측 흑질에 정상보다 늘어난 에코 증강 등 초기 파킨슨병의 증상과 검사 소견을 보였지만[7] 불과 1, 2년 정도에 수정 호앤야척도 4점까지 악화되는 빠른 진행과 더불어 보행실조, 겨냥 이상과 같은 소뇌 이상 증후를 보였다. 환자에서 다계통위축증의 임상 확정(clinically established) 진단 기준에 맞는 비뇨기계 이상, 신경성 기립저혈압 등 자율신경 이상이 초기에 확인되지 않았지만 영상 검사에서 환자의 증상에 비해 기저핵의 광범위한 도파민수송체의 결손과 더불어 심근 123I-metaiodobenzylguanidine 섬광조영에서의 정상 교감신경 분포 소견과 더불어 운동 증상 발생 이후 3년 이내 빠르게 진행되는 진행 경과와 병적인 웃음과 울음 같은 비운동 증상으로 미루어 임상적 추정(probable) 다계통위축증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8,9].
본 증례에서 특징적으로 병전 시기에 비해서 양측 눈의 부분적인 안검하수가 보였다. 환자의 가족력이나 발병 연령 및 이와 동반된 다른 임상 증상의 부재는 특징적으로 만성 진행외안근 마비(chronic progressive external ophthalmoplegia)를 감별할 수 있었고 여러 중증근무력증에 대한 검사에서도 이러한 안검하수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환자에서 특징적으로 보인 교감피부반응 검사 및 NeurocheckTM를 이용한 발한기능 검사 이상은 콜린성 교감신경 손상을 시사한다. 윗 눈꺼풀을 뜨는 것은 뮐러 위눈꺼풀판근육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는 호르너 증후군에서 보이는 부분적 안검하수처럼 교감신경의 손상에 의해 이루어진다[4,5]. 이러한 이상을 종합하면 환자에서 보인 부분적 안검하수의 원인으로 다른 부가적인 질환을 발견할 수 없었고 정확한 원인에 대한 검사가 없어 환자의 질환과 연관 지어 그 발생 원인을 추정하면 다계통위축증에서의 땀 분비 이상과 연관된 콜린성 교감신경 손상이 부분적 안검하수의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환자의 증상이 아주 빠르게 나빠져 추적 검사를 통하여 다계통위축증의 여러 자율신경계 이상이나 영상 검사나 전기생리학 검사 소견을 통해 임상 확정 다계통위축증의 진단을 확인하진 못하였고 또한 직접적으로 해당 신경의 손상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자들은 검사실 소견에서 콜린성 교감신경의 선택적 손상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양측 안검하수를 가진 젊은 임상 추정 다계통위축증 환자를 보고한다. 이러한 증례는 파킨슨증을 가진 환자에서 동공 시스템 이외의 안과 증상에 대한 주의 깊은 검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