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마비는 말초얼굴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일생 동안 60명 중 1명이 경험한다. 정확한 병태생리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단순 포진바이러스(herpes simplex virus, HSV)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1]. 재발 얼굴마비는 드문 경우로 다양한 기저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저자들은 HSV immunoglobulin G (IgG) 및 immunoglobulin M (IgM) 항체가 확인된 재발 양측 얼굴마비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48세 여자가 재발 얼굴마비로 의뢰되었다. 11년 전 처음 좌측 얼굴마비가 발생한 후 좌측 또는 우측에 얼굴신경마비가 10회 이상 재발하였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유방선종의 과거력이 있었으나 감염이나 외상력, 가족력은 없었다. 환자는 과거 다른 병원에서 얼굴마비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 정맥 주사 치료를 받았고 이후 재발 얼굴마비 경과 관찰 중 라임(Lyme)병 IgG 항체 양성이 확인되어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을 투여받았다. 그러나 이후로도 얼굴마비는 반복되어 주기적으로 정맥 내 면역글로불린(intravenous immunoglobulin, IVIg) 치료를 받았으나 일시적으로 증상이 호전되었다가 2개월가량 시간이 경과하면 다시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재발 방지를 위해 아자싸이오프린(azathioprine), 미코페놀레이트 모페틸(mycophenolate mofetil), 타크로리무스(tacrolimus)를 순차적으로 복용해 오면서도 1년간 3회의 재발을 보였다.
반복되는 얼굴마비에 대하여 진료 의뢰되었고 병원 방문 당시 환자는 양측 얼굴마비가 후유증으로 남은 상태로 얼굴마비 정도는 House-Brackmann 척도로 우측은 VI, 좌측은 III이었다(
Fig. 1). 신경계진찰에서 얼굴마비 외 상하지 근력 저하 및 감각 저하, 깊은힘줄반사 저하 등의 다른 국소신경학적 결손은 관찰되지 않아 만성 염증탈수초다발신경뿌리신경병(chronic inflammatory demyelinating polyradiculoneuropathy)의 가능성은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눈깜박반사 검사(blink reflex) 및 얼굴신경전도 검사(nerve conduction study)에서 양측 얼굴신경의 이상이 확인되었다(
Fig. 2).
스테로이드 혹은 IVIg에 반응을 보인 것이 자연적인 호전 경과일 수도 있지만 자가면역 관련 병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경구 면역억제제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사이클로포스퍼마이드(cyclophosphamide) 정맥 주사 치료를 시도하였다. 이후 증상은 호전되는 양상이었으나 5개월 경과 시점에서 다시 재발을 보였고 사이클로포스퍼마이드 2차 투약 시에는 지속 효과가 2개월 정도로 줄었다.
재발 얼굴마비의 원인에 대한 추적 검사를 하였는데 뇌신경 자기공명영상(cranial nerve magnetic resonance imaging)에서 우측 얼굴신경의 조영증강이 확인되었다(
Fig. 3). 형광항핵항체(fluorescent antinuclear antibody, FANA), 항중성 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추출가능핵항원(extractable nuclear antigen, ENA)-I, ENA-II, ENA-III, 루푸스항응고인자 선별 검사(lupus anticoagulant screening), 항Jo-1항체(anti-Jo-1 antibody[Ab]), 항골소세포과산화효소항체(anti-myeloperoxidase Ab), 항단백질 분해효소3항체(anti-proteinase 3 Ab), 항카디오리핀항체(anticardiolipin Ab) IgG, IgM, 항베타2당단백질I항체(anti-beta 2 glycoprotein I Ab) IgM, IgG, 항이중가닥DNA항체(anti-ds-DNA Ab)와 같은 혈관염, 자가면역질환 표지자에서는 FANA 양성(1:40) 외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었다.
반면 Lyme IgG 역가는 경계선(borderline)으로 보고되었고 혈청 HSV IgG 및 IgM의 양성 결과가 나타났다. Lyme IgG 1:16 미만, IgM 1:16 미만으로 낮은 역가를 보였으며 라임병을 의심할 만한 피부 병터와 다른 동반 증상이 관찰되지 않고 다른 혈청 검사에서 새로운 감염의 근거는 관찰되지 않아서 라임병 감염의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5개월 뒤 라임병 항체 재검에서 음성으로 확인되었다.
HSV는 HSV IgM 지수(index) 3.96 (기준치, 1.1)으로 양성이 확인되어 일주일 동안 경구 항바이러스제인 팜시클로버(famcyclovir)를 하루 3회 투약하였다. 외래에서 추적 관찰하였을 때 1개월 뒤 재검에서 HSV IgM 지수는 1.29로 감소하였고 6개월 뒤에는 음전되었으며 6개월 동안 유의한 얼굴마비 재발은 관찰되지 않았다.
현재 환자는 눈감기, 씹기, 말하기장애와 얼굴신경통의 후유증이 남아 있고 이에 대해서는 인공눈물, 카바마제핀(carbamazepine)을 투약하며 증상 치료 중이다.
고 찰
벨마비라고도 불리는 특발 얼굴마비는 말초얼굴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일생 동안 60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흔하다. 정확한 병태생리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HSV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과 연관성이 있다고 추정된다[
1].
재발 얼굴마비는 상대적으로 드문 경우로 벨마비 환자의 2.6-15.2%에서 관찰되며 처음 발병한 쪽과 동측 또는 반대측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다[
2-
5]. 아직까지 재발 얼굴마비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무릎신경절(geniculate ganglion) 내 잠복해 있던 HSV의 재활성화가 주요한 가설이며[
6,
7] Berry 등[
8]은 HSV-1의 재활성화에 의한 재발 얼굴마비 환자의 사례를 보고한 바 있다.
Murakami 등[
7]은 얼굴마비 발생 후 감압술을 받은 벨마비 또는 람제이-헌트증후군(Ramsay-Hunt syndrome) 환자군과 측두골 골절 또는 중이염, 귀밑샘 종양 등으로 감압술을 받은 대조군에서 신경내막액(endoneurial fluid)과 뒤귓바퀴근(posterior auricular muscle) 조직의 표본을 얻어 DNA 중합효소사슬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검사를 시행하였고 벨마비 환자의 표본에서만 HSV-1의 DNA가 검출되었다. Takahashi 등[
9]은 동물실험 연구에서 생쥐의 우측 귀에 HSV-1을 접종시켜 동측 얼굴신경마비를 발생시키고 얼굴마비가 자연 회복된 이후 생쥐의 양측 무릎신경절에서 HSV-1을 검출함으로써 잠복 감염을 확인하였다[
9]. 앞의 두 연구는 얼굴마비의 원인으로 무릎신경절 내 HSV-1의 잠복 감염과 재활성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7,
9].
재발 얼굴마비에 대해서는 자가면역질환, 베체트병, 멜커슨-로젠탈증후군(Melkersson-Rosenthal syndrome), 얼굴신경슈반종(facial nerve Schwannoma), 신경유육종증(neurosarcoidosis) 등 기저질환 혹은 기저질환과 연관된 바이러스 재활성화 가능성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며 특히 동측에서의 재발은 슈반종과 같은 악성 종양을 배제하기 위한 평가가 필요하다[
5].
본 증례는 재발 양측 얼굴마비의 원인으로 HSV 연관성이 의심되는 경우로 원인 미상의 재발 얼굴마비 환자에서 바이러스 관련 추적 검사 확인의 중요성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