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진행성 시신경병증에서 시신경염(optic neuritis)과 허혈시신경병증(ischemic optic neuropathy)의 감별은 치료에 따른 예후가 달라 초기 임상적 감별과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시신경염은 성인에서 흔히 발생하는 시신경병증으로 시력감소, 색각소실 및 안구통증이 동반되며, 안저검사에서 시신경유두부종이 특징적으로 동반된다[1,2]. 그러나 눈뒤시신경염(retrobulbar optic neuritis)은 정상 안저 소견을 보이며, 안구통증도 8%에서는 동반되지 않는다[3]. 허혈시신경병증 중 뒤허혈시신경병증(posterior ischemic optic neuropathy)은 시신경 뒤쪽 부위의 허혈로 발생하는데 임상적으로 편측성 시력 감소 및 시야장애를 보이나, 시신경유두부종이 보이지 않아 눈뒤시신경염과의 감별에 혼란을 주는 경우가 있다[1,2].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은 시신경을 압박하는 병변이나 탈수초성 소견을 확인할 수 있고, 조영증강 T1 MRI는 시신경의 조영증강을 확인함으로써 시신경염의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검사 도구로, 보고에 따라 약 85-95%의 환자에서 병측 이상 소견을 보인다[3,4]. 확산강조영상(diffusion-weighted image, DWI)은 조직내 물 분자의 확산운동을 영상화한 것으로 뇌 조직의 허혈 병변을 찾는데 유용하다. 시신경의 허혈 변화에 따른 확산강조영상의 고신호를 확인함으로써 허혈시신경병증의 진단에 도움이 된 보고가 있고[3,5,6], 드물지만 뒤허혈시신경병증 환자에서도 조영증강 T1 MRI에서 병측 시신경 조영증강을 보여준 예도 있다[7]. 이에 저자들은 임상양상은 눈뒤시신경염에 가까운 환자였지만, 확산강조영상에서 신호 증강을 보인 사례가 있어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25세 남자 환자가 10일간 급격히 진행하는 좌안 시력저하로 일차병원에서 전원되었다. 과거력에서 3.5갑년의 흡연력 외 특이사항은 없었고, 내원 당시 활력징후는 정상이었으며, 유토프현상(Uhthoff`s phenomenon)은 보이지 않았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동공은 3 mm로 양측 동일하였고, 외안근의 움직임은 정상이었으며 안구운동과 상관없이 안구통증은 없었다. 양안의 동공반사는 정상이나 좌안에서 상대구심성동공운동장애(relative afferent pupillary defect)가 관찰되었다. 우안의 교정시력은 1.0이었으나, 좌안은 눈 앞 50 cm 거리에서 손가락 수를 셀 수 있는 정도였고, 색깔 구분이 불가능하였다. 시야검사에서 우안은 정상이나, 좌안 수평하방반맹이 확인되었다. 그 외 다른 뇌신경검사는 정상이었고, 사지의 운동, 감각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적혈구침강속도, C-반응단백질을 포함한 일반혈액검사는 정상이었고, 당화혈색소는 5.2%, 총 콜레스테롤 158 mg/dL, 저밀도 콜레스테롤 108 mg/dL, 중성지방 105 mg/dL로 정상이었다. 루프스항응고인자(lupus anticoagulant), 류마티스인자(rheumatoid factor), 항핵항체(anti-nuclear antibody), 항중성구세포질항체(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와 뇌척수액검사는 정상이었으며, 항아쿠아포린 4항체(anti-aquaporin-4 antibody), 올리고클론띠(oligoclonal band)는 음성이며, Immunoglobulin G 지수는 0.44로 증가되지 않았다. 안저검사에서 시신경유두부종이나 출혈 소견은 없었고, 안압은 정상이었으며, 빛간섭단층촬영(optical coherence tomography)에서 망막신경섬유층은 정상이었다. 의뢰된 병원에서 시행한 안와 MRI (orbit MRI) T2 강조영상에서 좌측 시신경부터 시각교차까지 고신호강도를 관찰할 수 있었고, 같은 부위에 DWI 고신호강도를, 겉보기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ADC)가 감소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A, B). CT 혈관조영술에서 양측 경동맥 및 두개내동맥 협착, 폐색 및 확장은 확인되지 않았다. 시각유발전위검사에서 P100파의 잠복기가 좌측에서 123 ms로 연장된 소견이 관찰되었다.
임상증상에서 안구통증은 동반되지 않았지만 시각 및 색각손실이 확인되고,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혈관염의 소견이나 경동맥 및 두개내동맥질환이 확인되지 않은 점에서 뒤허혈시신경병증보다 시신경염의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여 고용량 정맥 스테로이드 치료를 5일간 시행 후 프레드니솔론 경구 투여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확산강조영상에서 좌측 시신경 고신호강도가 확인된 점에서 뒤허혈시신경병증도 함께 고려하여 아스피린 100 mg 및 아토르바스타틴 10 mg을 함께 투여하였다. 입원 5일째 시행한 안와 MRI에서 좌측 시신경 DWI 고신호강도 및 ADC 저신호강도는 소실되었지만, 조영증강 T1 MRI에서 시신경의 조영증강이 관찰되었다(Fig. C-E). 퇴원 후 경구 프레드니솔론은 감량 후 종료하였고, 아스피린 100 mg과 아토르바스타틴 10 mg 복용을 지속하였으며, 2개월 후 병측 시력은 0.8로 호전되었다.
고 찰
시신경염과 허혈시신경병증은 임상적으로 고유의 증상을 가지고 있지만 임상양상 간 중복되는 특성이 많다. 두 질환의 감별이 중요한 이유는 시신경염의 경우 다발성경화증과 같은 다른 질환의 시작점이 될 수 있으며, 시력 회복의 예후에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5].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다양한 진단 도구가 제안되는데, 그중 하나가 MRI이다.
시신경염 환자의 85-95%에서 조영증강 T1 MRI 고신호가 병변측 시신경에서 관찰되며, 동시에 short T1 inversion recovery 고신호가 시신경염 환자의 84%에서, 비동맥성 앞허혈시신경병증 환자의 16%에서 보여 감별진단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3,4]. 또한 급성 뇌졸중 환자의 허혈 병변을 찾는데 쓰이는 DWI를 시신경 질환에 응용한 연구에서 5명의 급성 허혈성 시신경병증 환자는 모두 ADC 감소가 보였으나, 시신경염 환자 25명 중 2명이 ADC 감소를 보여 시신경염과 허헐시신경병증의 감별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다[6].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MRI 중 어느 영상기법도 시신경염과 허혈성 시신경병증을 확연히 구별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DWI는 시신경과 같은 작은 구조물이 촬영 시 포함되지 않을 수 있고, 촬영 동안 안구운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허상과 주위 지방 조직으로 인하여 거짓음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시신경염 급성기에 수초가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대식세포, 별아교세포반응과 임파구의 응집 그리고 부종의 기전으로 ADC 저하가 관찰되기도 하여 단순히 허혈을 시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양성이 나타날 수 있다[5].
초기 시신경 확산강조영상 고신호가 조영증강 T1 MRI 고신호로 변화를 보인 본 증례를 통하여, 처음 영상만으로 뒤허혈시신경병증을 확진하거나 나중 영상만으로 시신경염을 확진하기에는 어려우므로, 임상증상과 다른 검사를 통합하여 진단해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본 환자의 경우 임상증상과 발병 연령 및 기저질환 유무를 통하여 시신경염의 가능성을 고려하였으나, 초기 영상학적 검사 소견을 바탕으로 뒤허헐시신경병증도 함께 고려한 치료를 시행하였다. 증례와 같이 명확히 두 질환이 구분되지 않을 때는 두 질환을 모두 고려하여 치료해야 하며, 진단 및 예후를 확인하기 위하여 장기적인 경과 관찰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