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뇌졸중은 전 세계적으로도 주요한 사망 원인 중 하나이며 국내에서도 주요한 사망 원인으로 중증도 및 이환율이 높은 질환이다[1]. 특히 암과 뇌졸중이 동반 이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으며 암 환자의 약 15%에서 뇌혈관질환이 동반되고 반대로 뇌경색 환자들의 약 10-15%에서 동반된 암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2].
암 관련 뇌졸중(cancer-related stroke)은 기존에 잘 알려져 있는 유발 요인인 심인성 색전증, 대혈관질환 및 소혈관질환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도 많지만 암에 특화된 위험 요인들에 의해서 부가적으로 유발될 수도 있다. 특히 암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면역 반응, 염증 반응, 혈관기능 조절 등의 다양한 생리적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사이토카인(cytokine)들의 분비 및 활성도를 교란시켜 혈관 내 응고병증(intravascular coagulopathy)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정맥 또는 동맥혈전증은 뇌경색의 발생 위험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그 결과 특히 폐암이나 췌장암 환자들에서 혈전증에 의한 뇌경색의 발생 위험도가 높게 확인된다[3]. 그 외 일부 일차 또는 전이 뇌종양이 뇌혈관을 직접적으로 침범하거나 압박하여 허혈뇌졸중을 유발하거나 수술, 방사선 요법, 일부 화학 요법 약물 등 암 치료 과정에서 유발된 혈관 손상, 내피기능 저하 및 혈전의 발생 등이 뇌경색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4].
저자들은 다발 전이가 동반된 육종양암종(sarcomatoid carcinoma) 환자에서 종양의 직접 색전과 동반된 혈전으로 인해 기저동맥(basilar artery, BA) 폐색이 발생한 이후 동맥 내 혈전제거술(intra-arterial thrombectomy, IAT)을 시행하는 중에도 반복적으로 내경동맥(internal carotid artery, ICA) 폐색이 발생하여 광범위한 뇌경색으로 사망에 이른 증례를 경험하여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64세 여성이 갑자기 발생한 의식 저하로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환자는 내원 3개월 전 외부 병원에서 좌측 중대뇌동맥(middle cerebral artery, MCA) 뇌경색 진단을 받고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및 스타틴 제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내원 2개월 전 재활 치료를 병행하던 도중 반복되는 복통으로 시행한 복부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 검사상 척추 및 좌측 장골근(iliacus muscle) 부위에 전이성 암 병변(metastatic cancer)이 확인되었다. 이후 시행한 양전자방출단층 촬영술(positron emission tomography-CT, PET-CT) 검사 상 후두암(hypopharyngeal cancer)을 일차 병터로 하는 다발 전이가 동반된 암으로 확인되었으며 최종적으로 흉추에서 시행한 조직 검사에서 육종양후두암(laryngeal sarcomatoid carcinoma)으로 진단받고 보조적 방사선 치료(palliative radiotherapy) 이후 항암 치료(chemotherapy)를 준비하고 있었다. 내원 당시 신경계진찰상 의식은 혼미하였으며 강직이 동반된 사지마비와 함께 동공의 크기는 1/1 mm였고 동공반사는 저하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뇌간부(brainstem)의 광범위한 기능 저하가 의심되었다. 혈액 검사에서 혈색소 8.1 g/dL, 혈소판 399,000개/mm3, 활성화부분트롬보플라스틴시간은 37.3초(정상, 22.7-30.3초), 프로트롬빈시간 국제정상화비율은 1.06 (정상, 0.93-1.14), D-dimer 3.06 μg/mL (정상, <0.5)로 확인되었다. 이후 시행한 두부CT 검사상에서는 출혈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뇌혈관조영CT 검사상 BA의 폐색과 관류영상에서 BA 및 후하소뇌동맥 영역에서 관류가 저하된 것을 확인하였다(Fig. 1). 증상 발생 시간은 명확하지 않았으며 마지막으로 정상이었던 시간으로부터 4.5시간이 경과한 시점이었기에 정맥 내 혈전용해술의 적응증은 되지 않았으나 뇌간 부위의 허혈 중심부(ischemic core)와 허혈 반음영(ischemic penumbra)의 차이가 있어 IAT를 시행하였다. 혈관조영 검사상 BA에 기이한 모양의 혈전이 좌측 측면벽에 매달린 듯한 소견으로 확인되었고 이는 일반적인 동맥박리(dissection)에 의한 폐색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후 혈전을 회수하였고 BA는 대뇌허혈에서의 혈전 용해점수(thrombolysis in cerebral ischemia, TICI)가 IIc로 재개통되었으며 개통 직후 환자는 명료한 수준으로 의식이 회복되면서 지시사항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10분 뒤 다시 환자는 의식이 저하된 소견을 보였으며 이후 시행한 추적 뇌혈관조영영상에서 척추동맥조영술을 수행하였을 때 이전에는 관찰되지 않았던 좌측 후교통동맥(posterior communicating artery)을 통해 좌측 MCA로 연결되는 혈류가 관찰되어 좌측 ICA 폐색이 의심되었다(Fig. 2-A). 이후 좌측 경동맥 조영술을 시행하였을 때 좌측 원위부 ICA에 새로운 폐색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초기 검사상 관찰되지 않았던 소견으로 BA 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하던 중에 새롭게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여 시술을 진행하였고 이후 좌측 원위부 ICA의 혈전은 회수하였으나 좌측 MCA의 원위부에 발생한 폐색은 환자 상태의 악화로 인하여 더 이상 시술을 진행하지 못하였다(Fig. 2-B). 시술 직후 환자는 반혼수 상태로 확인되어 기도 유지 및 호흡 부전 예방을 위해 기관 내 삽관을 진행하였고 이후 뇌부종에 의한 뇌압 상승에 대비하여 삼투압 제제 등을 사용하였으나 환자는 광범위한 뇌경색으로 인한 뇌간탈출증(brainstem herniation)으로 사망하였다.
BA와 좌측 ICA에서 회수된 혈전은 육안으로도 주로 회색에 잘 부스러지는 양상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주로 적혈구를 포함한 검붉은색의 일반적인 혈전과는 차이가 있어 조직병리학적 분석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회수된 혈전은 이전 흉추에서 시행되었던 조직 검사 소견과 유사한 양상으로 육종양암종 자체로 확인되었다(Fig. 3).
고 찰
본 증례는 다발 전이가 동반된 육종양암종(sarcomatoid carcinoma) 환자에서 종양의 직접 색전과 동반된 혈전으로 인해 BA 폐색이 발생한 이후 IAT를 시행하는 중에도 반복적으로 ICA 폐색이 발생하여 반복적인 대혈관 폐색으로 인한 광범위한 뇌경색으로 사망에 이른 증례이다.
일반적으로 암 관련 뇌졸중은 특히 활동성 암(active cancer)이 동반된 환자들에서 발생 위험도가 높으며 암종의 종류에 따라 발생 위험도도 차이가 있다. 특히 폐암과 췌장암의 경우 암과 연관된 혈관 내 응고 기전 항진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정맥 및 동맥 혈전색전증에 의한 뇌졸중의 발생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또한 시기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특히 암 진단 후 6개월 이내에 정맥 또는 동맥 내 혈전증의 증가로 인한 뇌경색의 발생 위험도가 높은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알려져 있다[3].
그중 육종양암종은 암 중에서도 매우 드문 악성 종양으로 암종(carcinoma)과 육종(sarcoma)의 성질을 모두 가진 암이다. 그 종류로는 이형성증(dysplasia), 상피 내 암종(carcinoma in situ), 침윤암(invasive carcinoma)이 있다[6]. 그중에서도 특히 육종양후두암(laryngeal sarcomatoid carcinoma)은 주로 후두부의 성문 부위(glottic region)에서 관찰되며 육종형 후두암종은 형태가 폴립(polypoid)이나 자루 형태(pedunculated)를 보이기 때문에 폐쇄적인 증상을 일으키고 쉰목소리(hoarseness), 연하곤란(dysphagia), 연하통(odynophagia)이 나타날 수 있다. 육종양후두암은 전체 후두부 편평세포암종(squamous cell carcinoma)의 0.5%를 차지한다[7,8]. 육종양암종 자체가 드문 암이기 때문에 다른 암과의 비교 및 육종양암종에 의한 허혈뇌졸중의 위험도 및 발병 기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다. 암 환자에서 원인 불명 색전뇌졸중(embolic stroke of undetermined source)의 1년간 재발률은 14-29%로 이는 암이 없는 군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암 환자에게서 재발하는 간격은 수일에서 수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다[9].
암과 뇌졸중은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본 증례처럼 시술 중 반복적으로 발생한 색전은 보고된 바 없으며 특히 암 관련 뇌졸중을 유발하는 주요한 원인인 뇌혈관 내 응고의 기전으로 보기에는 혈소판이나 혈액 응고 관련 수치들이 대부분 정상 범위로 확인된 점을 감안한다면 파종성 혈관 내 응고장애의 관련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무균성 혈전성 심내막염이나 역행적 색전을 감별하기 위해 시행한 심장초음파 검사에서도 우종(vegetation)이나 구조적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색전이 발생한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서 혈전에 대한 조직병리학적 분석을 시행하였고 결과적으로 회수된 혈전은 육종양암종 조직 자체임을 확인하였다. 이는 암세포 자체로 인해 뇌혈관 내 혈관 직경이 가장 큰 혈관 중 하나인 BA 및 ICA에 직접적으로 반복적인 폐색이 유발된 매우 드문 형태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암세포 자체의 색전증은 암의 전이적 확산에 중요한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암세포가 혈류나 림프계를 통해 확산되면서 타 장기들에 전이되어 암과 관련된 질병의 사망률과 이환율을 증가시키게 되는데 이러한 전이는 주로 미세색전증으로 유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10]. 그렇기 때문에 본 증례처럼 암세포 자체가 BA 및 경동맥과 같은 대혈관을 막을 정도의 큰 색전증을 유발하는 것은 일반적인 암종과는 다른 독특한 형태의 병태생리 기전을 가진 육종암의 특성에 기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암과 뇌졸중의 밀접한 연관성을 이해하고 비전형적인 혈전이 관찰되는 경우 조직병리학적 분석을 통해 암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진단 및 치료에 중요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특히 암과 관련된 허혈뇌졸중의 발생 기전 및 위험도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