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외측은 후방순환계의 척추 동맥의 혈류를 공급 받는 뇌간의 최하단 구조이다. 외측연수경색은 주로 척추동맥의 대혈관질환(large artery disease)에 의한 죽상혈전(atherothrombosis)이나 심장성 기전에 의해 발생한다. 외측연수경색의 증상은 현훈, 운동실조, 감각이상, 삼킴 곤란, 쉰 목소리, 호너증후군과 같은 Wallenberg 증후군으로 나타나며 대부분 양호한 예후를 보인다[
1]. 하지만 일부의 환자에서는 심각한 신경학적 장애가 남거나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
외측연수경색에서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으로는 흡인, 심장마비, 호흡부전, 동반된 소뇌경색에 의한 뇌압 상승 등이 있으며[
2], 일부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급사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외측연수경색에서 발생하는 급사의 빈도는 매우 드물며, 몇 개의 증례가 보고되고 있으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3,
4]. 본 저자들은 경한 증상으로 발현한 외측연수경색 환자에서 입원 이틀 만에 사망한 환자를 경험하였기에 이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81세 남환이 어지럼으로 응급실에 왔다. 증상은 내원 3시간 전 일하던 도중에 발생하였으며, 이와 동반하여 우측으로 몸이 기우는 증상이 발생하였다. 어지럼은 현훈 양상으로 구역과 구토 증상을 동반하였다. 내원 후 시행한 신경학적 진찰에서 우측 눈꺼풀 처짐과 삼킴 곤란이 발견되었으며 우측 상하지의 운동실조도 동반되었다. 내원시 활력징후는 혈압 182/77 mmHg, 맥박 63회/min였으며 체온은 36.6ºC로 특이사항은 없었다. 내원 직후 시행한 혈액 검사도 Na 135.1 mmol/L, K 4.6 mmol/L, WBC 9.67×103/uL, CRP 0.08 mg/dL, CK 98 U/L, CK-MB 1.3 ng/mL, Troponin I<0.017 ng/mL로 특별한 이상은 없었고, 심초음파검사 결과도 박출률 60%였으며 좌심방의 부피 지수가 40 mL/m2 로 증가된 소견 외에는 이상이 없었다. 환자는 고혈압 외에 이전 특이 병력이 없었다.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 DWI)에서 우측 소뇌 및 우측 후외측 연수의 고신호 강도가 보였으며 액체감쇠역전회복(fluid 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FLAIR) 영상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함께 시행한 자기공명혈관조영술에서는 우측 척추동맥의 V2에서 V4 구간까지 폐색 소견이 동반되어(
Fig.) 대혈관질환에 의한 허혈성경색으로 판단하여 아스피린 300 mg/일을 투약하였다.
하루 뒤 오후 1시경, 삼킴 곤란이 악화되었으며, 우측으로 안구가쪽쏠림(ocular lateropulsion)이 발생하였다. 당시 활력징후는 혈압 137/56 mmHg, 맥박 57회/min, 체온 36.9ºC로 큰 변화는 없었고 신경학적 증상의 악화에 대해서 DWI 영상을 추가로 촬영하였다. 기존의 우측 후외측 연수 병변의 크기가 커진 것을 확인하고, 대혈관질환에서의 증상 악화를 고려하여 클로피도그렐 75 mg을 추가하였다.
환자는 다음 날 오전 2시 30분경 혼자서 화장실을 다녀온 것이 마지막으로 확인되었고, 3시간 뒤 활력징후를 측정하러 간 간호사에 의해 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되었다. 당시 의식 수준은 혼수 상태였으며, 양측 동공은 6 mm로 확장되어 있었고 빛 반사는 소실되었다. 입술을 비롯한 얼굴 전반에 걸쳐 청색증을 보였으며 대퇴부 맥박은 촉진되지 않아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였다. 심폐소생술 시작하면서 시행한 맥박산소측정기(pulse oximeter) 모니터링에서 산소포화도는 85%였고 제세동기(defibrillator) 상에서 리듬은 보이나 맥박이 지속적으로 촉지되지 않는 무맥성 전기활동(pulseless electrical activity)이 나타났다. 에피네프린을 1 앰플씩 3번 투약하며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던 도중 산소포화도는 61%까지 감소하여 기관삽관을 시행하였고, 심전도는 지속적으로 무맥성 전기활동으로 맥박은 회복되지 않았다. 1시간 동안 심폐소생술을 진행하였으나 자발순환이 회복되지 못하고 사망하였다.
고 찰
연수는 뇌간의 최하단부에 있는 구조물로 자발 호흡과 심장박동에 관련된 많은 핵이 존재한다. 이들 핵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여러 증례 및 연구를 통해 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최근 신경병리학적 연구를 통해 심부전으로 급사한 증례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연수의 양측 고립로핵(nucleus tractus solitarius)을 침범하는 병변이 있었다[
4]. 심장은 부교감 신경절 및 척수의 중간외측(intermediolateral) 회색질 기둥으로부터 신경자극을 받아 조절되며 이들 경로는 연수의 여러 핵을 거치게 된다. 고립로핵, 모호핵(nucleus ambiguous), 배후 미주신경핵(dorsal vagal nucleus)이 이에 관여할 것으로 생각되나 인과관계 및 정확한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5]. 자발호흡에 있어서도 연수가 관련될 것으로 생각되며 이전 연구에서는 솔기핵(raphe nucleus)과 활꼴핵(arcuate nucleus)이 저산소증(hypoxia) 및 고이산화탄소증(hypercapnia)에 반응하여 이를 조절할 것으로 제시하였다[
6,
7]. 영아돌연사증후군을 다룬 다른 연구에서는 미주신경등쪽핵(dorsal motor neuclei of vagus nerve)의 침범시 중추수면무호흡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8].
본 증례의 환자의 경우 내원시 NIH 뇌졸중척도(National Institute of Health Stroke Scale) 점수상 2점으로 경한 증상이었으며 사망 1일 전 신경학적 증상의 악화가 있었으나 사망하기 3시간 전에도 혼자서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은 경미하였다. 환자의 삼킴 곤란이 내원 초기보다는 진행되었으나 입원 중 질식과 같은 사건은 전혀 없었고 기관삽관 과정에서도 흡인을 시사할 만한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내원 후 시행한 활력징후와 혈액검사 그리고 심전도 및 심초음파에서도 심폐정지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본 증례의 경우 사망원인은 외측연수경색에서 발생한 상세 불명의 급사로 생각된다. 처음 시행한 DWI 영상에 비해 하루 뒤 촬영한 영상에서 후외측 연수의 고신호 강도가 강해지고 병변이 커졌다. 이는 척추 동맥의 폐색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색 주변의 반음영(penumbra) 부위의 혈류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추가적인 손상을 입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병변의 위치상 고립핵, 미주신경등쪽핵, 모호핵의 침범이 가능하며 이로 인한 심폐기능의 부전이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존의 해외에서 보고된 증례에서도 환자들은 심폐부전으로 사망하였으며, 이들의 주된 사망원인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부정맥[
9] 혹은 호흡정지(respiratory holding)[
10]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예측이 어려운 사항이며 따라서 외측연수경색 환자는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경색 발생 초기에 적극적인 산소포화도 및 심전도 모니터가 필요하다.
본 증례를 통하여, 중증의 심각한 신경학적 증후가 없는 외측연수경색의 경우에도 초기 진행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급사가 가능함을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며, 외측연수경색 환자의 경우 급성 시기에 적극적인 경과관찰 및 신속한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