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 례
34세 여자가 다리 힘이 약해지고 잘 넘어지게 되어 신경과 외래로 왔다. 수개월 전부터 발이 걸려 넘어지는 일이 잦았으며, 4개월 전 출산을 하고 난 이후 더 심해졌다고 한다. 운전을 할 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일이 어려워졌고, 최근에는 2-3번째 손가락을 굽히는 힘이 약해져서 병뚜껑을 열거나 단추를 잠그기 어렵다고 하였다. 어릴 때 운동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었고 달리기를 할 때 꼴찌를 하였으나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였다. 이러한 증상과 연관된 가족력은 없었다. 신경계 진찰에서 양측 상, 하지먼쪽 부위의 근력이 몸쪽에 비하여 더 저하되어 있었고 Medical Research Council 척도(scale)에 따라 양측 다리벌림(leg abduction)은 4-, 다리모음(leg adduction)은 1, 무릎굽힘(knee flexion)은 3, 무릎폄(knee extension)은 5-, 발등쪽굽힘(ankle dorsiflexion)은 2, 발바닥쪽굽힘(ankle plantar flexion)은 5-로 측정되었고, 양측 손가락굽힘(finger flexion)은 4-, 주먹쥐기(hand grip)는 4에서 5-, 손목굽힘(wrist flexion)은 4, 손목폄(wrist extension)은 4+, 팔꿈치굽힘(elbow flexion)은 4, 팔꿈치폄(elbow extension)은 4에서 5-로 측정되었다(
Table 1). 양측 앞정강근에서 근위축이 관찰되었고, 발처짐걸음(steppage gait)을 보였다. 얼굴 근육은 정상이었고, 조음장애(dysarthria)와 삼킴곤란도 동반하지 않았다. 감각이상도 없었다. 심부건반사는 발목에서 소실되었고, 이 외에 무릎과 두갈래근 및 세갈래근반사는 감소되었다. 병적반사는 관찰되지 않았다.
질문 1. 병터의 위치는?
근력 약화를 일으킬 수 있는 신경계 병터는 크게 위운동신경세포병터(upper motor neuron lesions)와 아래운동신경세포병터(lower motor neuron lesions)로 나눌 수 있다. 위운동신경세포 병터는 뇌와 척수를 지나는 겉질척수로(corticospinal tract)와 운동신경세포(motor neuron)에 해당하며, 아래운동신경세포병터는 운동신경세포, 신경뿌리(nerve root), 말초신경(peripheral nerves), 신경근육접합부(neuromuscular junction)와 근육을 포함한다. 본 증례에서는 양측 상, 하지에서 근력 약화가 있고 근위축이 동반되었으며 심부건반사가 감소되었으므로 아래운동신경세포병터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근력 약화의 양상을 파악하는 것은 병터를 국소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본 증례의 병력과 같이 ‘발부리가 걸려 넘어진다’거나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 일이 힘들어졌다’와 같은 호소는 하지 먼쪽 근육의 약화를 예상할 수 있으며, ‘병뚜껑을 열기 어렵다’거나 ‘단추를 잠그는 일이 힘들어졌다’는 것은 상지의 먼쪽 근력 약화를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일반적으로 먼쪽 근육의 위약과 위축은 신경성 질환(neurogenic disorders)에서 나타나는데 특히, 하지 먼쪽 근육의 위축과 발처짐보행은 만성 다발신경병에서 자주 관찰할 수 있다. 다발신경병은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을 함께 침범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다발신경병 환자들은 저린감, 통증 또는 감각저하와 같은 증상을 흔히 호소한다. 그러나 증례의 환자는 감각증상을 호소하지 않았고 신경계 진찰에서도 감각이상이 없었으므로 운동신경을 주로 침범하거나 감각증상이 상대적으로 덜한 말초신경병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다초점운동신경병(multifocal motor neuropathy)과 같은 운동우세말초신경병이나 유전말초신경병인 샤르코-마리-투스질환(Charcot-Marie-Tooth disease)이 이에 포함된다. 이 중 다초점운동신경병은 먼쪽 근육의 약화가 비대칭으로 나타나며 하지보다는 상지의 근력 약화가 더 흔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므로 본 증례와는 구별된다. 샤르코-마리-투스질환은 실제로 운동과 감각신경을 모두 수반하는 유전말초신경병이지만 감각증상을 호소하지 않거나 감각이상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감별 질환으로 고려해야 한다. 가장 흔한 1A형은 하지 먼쪽 근육의 위약과 위축이 있으며 오목발(pes cavus)과 망치발가락(hammer toes), 발처짐보행도 보일 수 있다.
또한, 먼쪽 근육의 위약과 위축을 보이고 감각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질환으로 운동신경세포질환(motor neuron disease)을 고려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근위축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은 초기 증상으로 근육 위약과 근위축이 비대칭으로 나타나며 심부건반사의 항진과 병적반사가 관찰된다는 점에서 본 증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비정형적으로 먼쪽 하지의 근력 약화를 먼저 나타내며 초기에 심부건반사의 저하 또는 소실이 관찰되는 근위축하지마비(leg amyotrophic diplegia)도 있으므로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근육병 역시 고려해야 할 질환이다. 후천근육병에 속하는 염증근육병이나 대부분의 유전근육병은 몸쪽 근육의 위약이 두드러지지만 원위근육병은 사지의 먼쪽 근육부터 약화된다. 원위근육병 중 특히 잘 알려진 UDP-N-acetylglucosamine 2-epimerase/N-acetylmannosamine kinase (GNE)근육병은 앞정강근의 위약이 가장 먼저 나타나므로 초기에 발처짐보행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6,890/uL, 혈색소 14.6 g/dL, 혈소판 213,000/uL, aspartate aminotransferase 28 IU/L, alanine aminotransferase 29 IU/L, 포도당 89 mg/dL로 측정되었으며, 적혈구침 강속도 30 mm/hr, 크레아틴키나아제는 752 IU/L로 증가되었다. 신경전도검사는 상지의 정중신경, 척골신경 및 하지의 경골신경과 비골신경, 비복신경에서 운동 및 감각신경 모두 정상이었다. 침근전도검사에서는 위팔두갈래근, 손가락폄근, 앞정강근과 장딴지근에서 모두 양성예파와 섬유자발전위 및 크기가 작고 지속 시간이 짧은 다상성의 운동단위활동전위(motor unit action potential)를 보였고(
Fig. 1), 손가락폄근과 앞정강근에서 빠른 동원 양상(rapid recruitment pattern)이 나타났다.
질문 2. 감별진단은 무엇인가?
위에서 열거한 질환들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혈액검사와 신경전도검사, 침근전도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본 증례에서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는 정상(~200 IU/L)의 세 배 이상으로 증가되어 있었다.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는 근육병에서 흔히 증가하며, 운동신경세포질환에서도 근육병과 유사한 정도로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가 증가하지 않는 근육병도 많으므로 수치가 정상범위일 때에도 근육병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신경전도검사와 침근전도검사는 근위약과 근위축이 신경성(neurogenic)인지 또는 근육병성(myopathic)인지를 감별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검사이다. 신경전도검사가 정상이었으므로 다초점운동신경병과 샤르코-마리-투스질환을 배제할 수 있다. 다초점운동신경병은 신경전도검사에서 운동신경의 다발 전도 차단(multiple conduction blocks)이 관찰되며, 샤르코-마리-투스질환에서는 신경전도검사에서 종말 잠복기가 연장되고 구간 전반에 걸쳐 전도 속도가 감소되는 탈수초변화를 보이거나 복합근육활동전위와 감각신경활동전위의 감소 또는 소실이 관찰되기도 한다. 침근전도검사에서 나타난 양성예파와 섬유자발전위 및 크기가 작고 지속 시간이 짧은 다상성의 운동단위활동전위(motor unit action potential)와 빠른 동원 양상은 근육병에서 관찰할 수 있는 소견이다. 한편, 운동신경세포질환은 신경전도검사에서 복합근육활동전위의 감소가 관찰될 수 있으나 근육병과 마찬가지로 감각신경은 정상이다. 그러나 침근전도검사에서는 근육병과 다르게 진폭이 크고 지속 시간이 긴 운동단위전위를 보인다. 이와 같이 검사 소견을 바탕으로 본 증례에서는 말초신경병과 운동신경세포질환을 배제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원위근육병으로 진단하였다.
질문 3. 확진을 위하여 도움이 되는 검사는 무엇인가?
근육 침범의 분포를 확인하기 위하여 하지의 근육 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였다. 양측 앞정강근의 위축이 가장 두드러졌으며, 뒤넓적다리 근육과 아래팔의 굽힘 근육에서 부분적인 근육 위축이 관찰되었다(
Fig. 2-A,
B, large arrows). 좌측 앞정강근에서 근생검을 시행하였고, 근세포 크기의 변이가 증가되고 사이질세포가 증가되었으며(
Fig. 2-C), 다수의 근세포에서 테두리공포(rimmed vacuoles)가 관찰되었다(
Fig. 2-D, arrows). 테두리공포는 트리크롬염색(trichrome stain)에서 가장자리가 붉게 염색되고 속이 비어있는 형태로 보이며, 전자현미경에서는 자가포식공포(autophagic vacuoles)의 군집으로 나타난다(
Fig. 2-E, arrows). 원위근육병에 속하는 GNE근육병, Udd근육병, Welander근육병이나 봉입체근염(inclusion body myositis), 눈인두근디스트로피(oculopharyngeal muscular dystrophy), 팔다리이음근디스트로피 1A형 등 다양한 근육병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들 질환 중 임상증상을 토대로 GNE근육병의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GNE 유전자의 중합효소사슬반응과 염기순서 분석을 시행한 결과 c.620A>T (p.Asp207Val)와 c.1807G>C (p.Val603Leu)의 두 돌연변이를 확인하였다. 따라서, 병력과 신체진찰, 검사 소견 및 유전자검사를 종합하여 본 증례를 GNE근육병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토 의
많은 유전근육병이 넓적다리, 엉덩이이음부(hip girdle), 위팔과 어깨 등 몸쪽 근육의 위약과 위축이 먼저 나타나는 것과는 달리 원위근육병은 근위약이 사지의 먼쪽 근육부터 나타난다. GNE근육병에서 보이는 발처짐보행은 다발신경병에서도 흔히 관찰되는 증상이므로 진단 과정에서 근육병보다는 신경성 질환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 그러나 본 증례 환자의 신경계 진찰에서 발등쪽굽힘과 손의 근력 약화와 같은 먼쪽 근육의 약화뿐만 아니라 무릎굽힘과 다리모음의 근력 약화가 두드러지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소견은 다발신경병이나 근위축성하지마비와는 구별되는 소견이며, 본 증례의 근육 컴퓨터단층촬영에서 관찰된 바와 같이 뒤넓적다리 근육의 위축이 두드러지는 것과 연관된다. 따라서, 하지 먼쪽 근육의 약화가 있는 환자에서 원위근육병을 의심한다면 이와 같은 근력의 측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먼쪽 근육의 위약을 보이는 환자에서 감별의 대상이 되는 질환과 이들을 감별해 나가는 과정은
Table 2와
Fig. 3에 나타낸 바와 같다. 신경계 진찰을 통하여 감각증상의 유무를 확인하고 상지와 하지 중 어디에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지, 근력 약화의 비대칭이 있는지 또는 동반된 징후는 없는지 살펴봄으로써 병터를 국소화할 수 있다. 임상 소견과 더불어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 신경전도검사 및 침근전도검사를 시행하는 것 또한 이들 질환을 감별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신경전도검사는 말초신경병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며, 침근전도검사는 근력 약화의 원인이 신경성인지 근육병성인지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원위근육병의 종류는
Table 3과 같다. 원위근육병은 각각의 질환에 따라 가장 먼저 약화되는 근육이 다양한데, GNE근육병은 질환의 초기에 앞정강근의 위약과 위축이 나타나며 이로 인하여 발처짐(foot drop)과 발처짐보행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1]. 미요시근육병(Miyoshi myopathy)은 장딴지 근육이 가장 먼저 약화되는 질환이며, 따라서 발바닥쪽굽힘이 잘 되지 않고 장딴지 근육의 위축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다[
2]. 매우 드물지만 이 외에도 Udd근육병과 Laing근육병 역시 먼쪽 근육 중 앞정강근의 위약이 먼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매우 드문 질환인 Welander근육병은 손의 폄근에서 먼저 증상이 발현된다[
2]. 임상증상이 서로 유사하지만 발병 연령과 유전 양상, 자세한 신경계 진찰을 통하여 근육 위약의 양상을 파악하고 혈청 크레이틴키나아제를 측정함으로써 이들 질환을 감별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검사는 근육 생검이다. 이 때 침근전도를 시행한 쪽은 피하는 것이 좋은데 이는 근전도검사가 생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검 대상이 되는 근육은 위약과 위축이 가장 두드러진 곳을 먼저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근위축의 정도가 매우 심한 경우 대부분의 근육세포가 지방세포로 대체되어 명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반대로 근위약이 두드러지지 않은 근육을 선택하면 이상 소견을 관찰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근육 컴퓨터단층촬영이나 근육 자기공명영상과 같은 영상검사를 통하여 근육 침범의 분포와 정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영상검사를 통하여 얻은 근육 침범의 분포에 대한 정보는 원위근육병의 감별진단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3]. 본 증례에서와 같이 앞정강근과 더불어 허벅지 뒤쪽의 근육을 먼저 침범하는 것은 GNE근육병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4]. 반면, 허벅지 앞쪽의 대퇴사두근은 질병 기간이 상당히 경과한 이후에도 보존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GNE근육병을 ‘대퇴사두근보존근육병(quadriceps sparing myopathy)’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근육 조직 소견에서는 테두리공포를 관찰하는 것이 진단에 가장 도움이 된다[
1,
4]. 테두리공포는 GNE근육병 이외에도 다양한 근육병에서 관찰할 수 있으므로 질병특유소견(pathognomonic sign)은 아니지만 임상 정보를 종합하면 어렵지 않게 GNE근육병을 진단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GNE 유전자의 염기순서 분석을 통하여 동형접합 또는 복합이형접합 돌연변이를 찾으면 GNE근육병을 확진할 수 있다.
먼쪽 근육의 근력 약화 증례를 통하여 감별진단을 위하여 고려해야 할 내용을 살펴보았다. 먼쪽 근육의 위약과 위축을 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병터를 고려하고 정확한 신경계 진찰과 전기생리학검사를 통하여 이를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경성 질환 이외에도 본 증례와 같이 먼쪽 근육을 주로 침범하는 원위근육병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KEY POINTS
1. 신경계 진찰
• 원위근육병의 근력 저하는 먼쪽 근육에서 가장 두드러지지만 말초신경병 등과는 달리 이에 국한되지 않고 허벅지 등 다른 그룹의 근육에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근력 측정을 보다 자세하게 할 필요가 있다.
2. 전기진단검사
• 먼쪽 근육의 위축으로 인하여 운동신경전도검사에서는 복합근육활동전위 진폭의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감각신경전도검사는 정상이다. 침근전도검사에서는 상대적으로 근력 저하와 근위축이 심한 근육에서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3. 혈액검사와 영상검사
• 혈청 크레아틴키나아제의 증가는 근육병을 시사하는 중요한 소견이지만, 증가하지 않는 근육병도 많이 있으므로 해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 근육 컴퓨터단층촬영 또는 근육 자기공명영상촬영은 근육의 침범이 어디에서 두드러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검사이다. 근육 침범 양상을 통하여 원위근육병의 감별진단을 할 수도 있다.
• 또한, 영상검사는 조직검사를 시행할 근육을 선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근위축과 지방조직 대체가 심한 근육의 경우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며, 상대적으로 근력저하와 근위축이 두드러지지 않은 근육에서는 정상 소견을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