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은 다양한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다. 내과질환에 의한 전해질 불균형이나 요독증 등에서 발작이 흔히 나타나고 원인 질환이 교정이 될 경우 일과성으로 그칠 수 있으나 제대로 교정하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1]. 발작이 나타난 환자에서 동반된 내과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일차부갑상샘저하증은 드문 내분비질환으로 여러 가지 신경계나 정신 이상 증상을 보일 수 있다[
2]. 저자들은 반복적인 발작이 나타난 일차부갑상샘저하증 환자를 경험하였고 이 환자에서 나타난 임상적, 전기생리적, 영상적 특이점에 관해 논하려 한다.
증 례
50세 여자가 반복적인 발작으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23년 전부터 발작을 겪었는데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난 이후 팔다리를 움찔거리며 떨고 나서 의식을 잃고 1-2분간의 전신강직간대발작을 보였다. 증상은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생하였고 1년에 수회 정도 나타나다가 최근에는 1달에 1-2회까지 빈도가 늘어났다. 환자는 10년간 개인 정신병원에서 처방받은 페니토인 100 mg 하루 2회, 다이아제팜 2 mg 하루 2회 정기적으로 복용 중이었으나 발작은 지속되었다. 내원 당일 혀를 깨무는 증상이 동반되는 심한 발작이 있어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였다.
환자는 불안 증상 및 우울감이 있어 정신과 추적 중이었는데 다른 사람보다 피로감을 빨리 느끼며 피로감을 느낄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손발이 뒤틀리는 증상이 있었고 불안해서 숨을 몰아 쉬면 증상이 더 악화되었다. 피로감은 내원 10년 전부터 느껴왔다고 하였다. 가만히 안정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면 풀리는 때도 있었다.
신체 검사상 특이한 소견은 없었으나 혈압 측정 시 압력을 주면 손이 뒤틀리며 연축을 보였고 하악각 부위를 해머로 두드리면 입술이 동측으로 움찔하며 당겨오는 흐보스테크(Chvostek)징후가 나타났다. 신경계진찰상 국소신경계 이상은 없었다.
특별히 혈액 검사를 한 과거력은 없었다. 본원 혈액 검사에서 혈중 나트륨, 칼륨, 염소 수치는 정상이었으나 크레아틴포스포키나제는 1,620 IU/L (정상, 26-140)로 증가되어 있었고 혈중 칼슘 수치는 4.1 mg/dL (정상, 8.2-10.8), 인산 수치는 6.2 mg/dL (정상, 2.5-5.5)로 측정되었으며 마그네슘 수치는 1.6 mg/dL (정상, 1.9-3.1)로 측정되었다. 이온화 칼슘 수치는 0.44 mMol/L (정상, 1.13-1.32)로 매우 감소되어 있었다. 갑상샘기능 검사상 정상 소견을 보였으나 무손상부갑상샘호르몬(intact parathyroid hormone, PTH-intact) 수치는 2.6 pg/mL (정상, 14-72)로 매우 저하되어 있었다. 그 외 1,25-dihydroxyvitamin D3 수치도 20.1 pg/mL (정상, 25.1-66.1)로 조금 저하되어 있었다. 부신피질자극호르몬, 황체형성호르몬, 난포자극호르몬, 알도스테론, 코르티솔, 에스트라디올 수치는 정상이었다.
뇌파 검사상 전두엽간헐리듬델타활동(frontal intermittent rhythmic delta activity, FIRDA)을 보였으며(
Fig. 1) 뇌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에서는 양측 기저부, 시상, 뇌와 소뇌의 회백질접합부위에 진한 석화화 소견이 관찰되었다. 뇌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e)에서도 동일 부위의 석회화 소견을 보였다(
Fig. 2). 급성기 발작에 대해 발프로산(500 mg 하루 2회)을 투여한 이후 발작은 보이지 않았고 저칼슘혈증 치료를 위해 내과로 전과하였다. 내과로 전과 후 칼슘과 비타민D를 투여하였고 이후 전신발작은 보이지 않았으나 1년에 1-2번 간대성 근경련증을 보여 신경과에서 발프로산도 같이 투여하며 외래에서 진료 중이다. 발프로산을 투여 후 간대성 근경련증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1년 후 추적한 뇌파에서도 이상 소견은 없었다.
고 찰
뇌전증이나 다른 신경계 이상이 없는 환자에서도 발작이 나타나는 경우는 흔하다. 특히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전신질환을 가진 환자에서 발작을 보이는 경우는 임상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경련성 발작뿐만 아니라 비경련성 발작도 많이 관찰되며 발작 분류상의 국소발작이나 전신발작 모두 나타날 수 있다[
3]. 원인으로는 특정 장기 이상, 전해질 이상, 저혈당이나 고혈당, 저산소뇌병증, 약물 중독이나 금단 등이 많이 보고되어 있다[
1]. 내과적 질환은 신경세포 흥분과 억제의 균형에 영향을 주어 발작을 일으킨다. 전해질 불균형은 발작 생성 기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세포 외 칼슘이나 마그네슘 수치 저하는 시냅스의 흥분도를 증가시켜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1]. 칼슘저하증의 경우 칼슘 저하 수치 자체보다는 기존 농도에 비해 저하된 정도와 칼슘 저하 속도가 발작의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부갑상샘저하증은 드문 임상 양상으로 목 주위 수술에 의해 나타나거나 유전성 혹은 자가면역질환에 의해 나타나며 유병률은 100,000명당 23-37명으로 추정된다[
5]. 부갑상샘호르몬은 직접적으로는 뼈와 콩팥에 영향을 주고 간접적으로는 1,25-dihydroxyvitamin D 합성에 영향을 주어 혈중 칼슘과 인산의 수치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기능 저하 시 칼슘 수치는 감소하고 인산 수치는 증가한다. 저칼슘혈증은 신경근 기능 이상과 연관이 있고 고인산혈증은 연부조직의 이소성 석회화와 연관이 있다[
5].
부갑상샘저하증의 증상은 피로감이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증상이고 감각 이상에 뒤따른 손발연축(carpopedal spasm)이 그 다음 흔한 증상이다. 손발연축은 가장 흔한 입원의 원인이고 절반 이상에서 발작이 뒤따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2].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부갑상샘저하증 환자의 3.8-8.0%에서 발작이 보고된 바 있다[
6]. 부갑상샘저하증으로 인하여 신경계통에 발작 외에도 기저핵의 석회화, 감염의 고위험성, 인지 저하, 드물게 파킨슨증과 같은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7].
부갑상샘저하증으로 인한 발작 환자에 대한 증례 보고들이 있으나 본 환자의 증례는 국내 보고이며 장기간 항발작약물 투약에도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발작 환자에서 부갑상샘저하증 진단 및 치료와 함께 환자 경과에 호전이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반복되는 발작 환자에 있어서 신경계진찰뿐 아니라 다양한 신체 증상 및 징후를 확인하고 자세히 검사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적절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항발작약물만 투약하는 경우 환자의 증상은 호전되지 않는다. 또한 항발작약물, 특히 효소유도약물(페니토인, 카바마제핀)을 오래 사용하면 저칼슘혈증을 조장하고 비타민D의 생성을 저해하여 발작 및 골연화증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8].
지속되는 저칼슘혈증의 경우 뇌파 이상이 동반될 수 있다. 미만성 서파, 발작성 서파(paroxysmal slow activity), 국소적 혹은 전반적 발작파 등이 관찰될 수 있다[
4]. 본 환자의 경우 FIRDA가 나타났는데, 이는 발작파의 형태일 수도 있고 저칼슘혈증과 관련해 나타난 소견일 가능성도 있다. 환자의 경우 항발작약물을 끊으면 간대성 근경련증이 나타났으므로 저칼슘혈증으로 나타난 발작 외 다른 전신뇌전증증후군(generalized epilepsy syndrome)도 같이 존재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염색체22q11.2결실증후군의 경우 유전전신뇌전증(genetic generalized epilepsy)이 나타날 소인이 있다는 보고들도 있어 유전적 요인도 뇌전증 발생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9].
본 환자의 경우 유전자 검사 등의 원인 질환 감별 검사는 시행하지 않았으나 환자의 연령과 외상이나 수술적 제거 등에 의한 이차부갑상샘저하증을 의심할 병력이 없음을 고려하면 일차부갑상샘저하증에 합당하다 사료된다.
일차부갑상샘저하증 환자에서 반복적인 발작은 칼슘 저하와 동반되어 관찰되는데 항경련약물의 투여만으로는 발작이 교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부갑상샘저하증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발작의 예방에 필수적이다. 혈중 칼슘 농도의 저하와 인산 농도의 상승과 더불어 영상 소견상 광범위한 이소성 석회화가 관찰되면 PTH-intact를 측정하여 부갑상샘저하증을 진단할 수 있다. 잘 치료받지 않은 부갑상샘저하증 환자에서 반복되는 발작에 대한 국내 보고가 있으나 본 증례를 통하여 칼슘 보충과 같은 내과 치료 외에도 항발작약물 투약이 필요함을 확인하였다[
10]. 다만 항발작약물 투여 시 효소유도약물의 장기간 투여는 발작 및 골연화증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일차부갑상샘저하증은 드물지만 적절한 치료를 하게 되면 발작의 예방 및 골연화증의 진행 억제가 가능하므로 이른 진단과 치료를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