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은 임상에서 매우 흔하게 접하는 증상 중 하나로, 가장 흔한 말초성 어지럼인 양성돌발체위현훈(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BPPV)은 특정 체위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어지럼과 안진의 양상으로 진단한다. 수평반고리관 BPPV는 누운 자세에서 양쪽으로 머리를 돌릴 때 변하는 안진 방향에 따라 땅방향(geotropic)과 하늘방향(apogeotropic)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안진 방향이 땅에서 멀어지는 하늘방향 안진은 땅방향 안진과 비교하여 잠복시간이 짧고 피로현상이 없으며, 자세를 계속 유지하는 동안 지속적인 안진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중추병변에 의한 안진과 감별이 필요하다[1]. 저자들은 하늘방향 수평반고리관 BPPV로 생각했던 환자가 최종적으로 소뇌결절(nodulus)경색으로 진단받은 경우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한다.
증 례
58세 남자가 갑자기 발생한 어지럼, 오심, 구토 때문에 응급실에 왔다. 어지럼은 회전성으로, 움직일 때 심해지며 가만히 있으면 나아졌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당뇨병 외에 다른 병력은 없었다. 프렌젤안경을 이용하여 시선고정을 제거하였을 때 우측으로 수평방향의 자발안진이 나타났고, 머리흔듬검사(head shaking test)에서도 안진의 방향은 바뀌지 않고 약 10초 동안 안진의 강도만 증가되었다. 누워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을 때 좌측으로 안진의 방향이 바뀌었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는 자발안진의 방향과 같은 우측으로 하늘방향 안진이 보였으며, 양측에서 안진의 강도는 비슷했고, 1분 이상 지속되었다(video). 머리를 숙이면 하향안진이 보였고, 바로 누울 때에는 안진이 유발되지 않았다. 안정했을 때 자발안진이 나타났고 머리를 숙이면 하향안진이 보이는 것은 전형적인 수평반고리관 BPPV에서 나타나는 안진과 맞지는 않았으나, 고개를 돌릴 때 유발되는 하늘방향 안진은 마루결석형(cupulolithiasis) 수평반고리관 BPPV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므로 이석정복술을 하였다. 머리흔듬을 통해 안진방향의 역전을 시도하였으나 변화가 없었고, 변형구포니수기(modified Gufoni’s maneuver)를 반복하였으나 땅방향 수평반고리관 BPPV로 변화하거나 증상과 안진의 소실은 없었다. 경미한 보행실조가 있었으나 혼자 걸을 수 있었고, 다른 신경계진찰에서는 이상이 없었다. 중추병변을 감별하기 위해 뇌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을 촬영하였으며, 확산강조영상(Diffusion-weighted image)에서 우측 소뇌결절에 뇌경색으로 보이는 고신호강도가 보였다(Fig.). 환자는 아스피린 300 mg과 아토르바스타틴 20 mg을 복용하였고, 안진은 3일 후 소실되었다. 보행실조는 수일 동안 서서히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으며, 입원 1주일째 호전된 상태로 퇴원하였다.
고 찰
어지럼 환자의 진단에서 가장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중추와 말초원인을 감별하는 것이다. 중추돌발체위현훈(central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CPPV)은 비교적 드물며, 전체 체위성 현훈의 12%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대부분의 환자가 실조, 보행과 균형장애, 구음장애 같은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나, 일부 환자에서는 체위성 어지럼 외에는 경미한 증상과 징후만이 나타나서 감별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내측 후하소뇌동맥(medial posterior inferior cerebellar artery) 영역에 발생한 뇌경색은 다른 중추신경계 증상 없이 어지럼, 구토와 자세불안만 단독으로 나타날 수 있어, 말초전정계질환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으므로 진단에 주의가 필요하다[3].
중추돌발체위안진(Central Paroxysmal Positional Nystagmus, CPPN)의 방향은 대부분 체위변경할 때 머리 움직임과 일치한다. 안진의 형태는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을 때(straight-head hanging) 보이는 하향안진, 바로서기할 때 나타나는 상향안진, 그리고 누워서 고개를 옆으로 돌릴 때 나타나는 하늘방향 안진 같은 것이 알려져 있다. CPPN은 주로 소뇌결절이나 목젖(uvula)병변에서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전정신경계를 억제하는 소뇌와 목젖의 억제 신호가 전달되지 않고 중력방향을 인식하는 기능에 장애가 생기기 때문이다[4]. 또한 소뇌 편엽소절엽(flocculonodular lobe)이나 전정소뇌(vestibulo-cerebellum)를 포함하는 소뇌벌레(vermis) 병변에서도 전정안반사의 불완전한 억제에 의해 체위성 현훈이 나타날 수 있다[5].
BPPV의 안진과 CPPN은 양상이 서로 비슷하여 임상적으로 정확하게 감별하기 어렵다. 특히 CPPV에서 하늘방향 안진은 BPPV와 비슷한 양상으로 보일 수 있다. 본 증례에서도 경미한 균형장애와 머리회전검사에서 하늘방향 안진을 보여 하늘방향 수평반고리관 BPPV가 의심되었다. 하지만 머리회전검사에서 양측 안진의 강도가 비슷하고, 반복적인 체위변환검사에서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잠복기와 피로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안진이 1분 이상 지속되는 양상은 전형적인 BPPV의 특징과 일치하지 않았다. 특히 두부충돌검사가 정상이고, 안정했을 때도 지속되는 자발안진은 중추병변의 가능성을 시사하므로 뇌영상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고령이나 고혈압, 당뇨병, 심방세동 같은 뇌졸중 위험인자를 지닌 환자에서 급성 어지럼을 호소할 때는 중추성 어지럼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특히 체위 변화성 안진이 보여도 BPPV의 전형적인 특징과 일치하지 않거나 반복적인 이석정복술에도 증상이나 안진에 변화가 없는 경우에는 보다 철저한 신경계진찰과 뇌영상검사로 중추병변을 확인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