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화질소는 ‘웃음가스, whippet’이라는 별명을 가진 기체로, 기존에는 의학적으로 마취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나 환각유발 효과로 인해 수십 년 전부터 전 세계 일반인들에게 오락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국내에서도 최근 ‘해피벌룬’이라는 이름으로 유흥주점에서 성행하여 젊은 세대에 쉽게 노출되어 있으나 아산화질소 남용의 부작용에 대한 보고나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본 증례에서는 수 차례 아산화질소를 흡입 후 발생한 아급성연합변성 및 폐색전증의 사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특별한 기저질환은 모르고 지내던 26세 남성이 양측 상지 및 하지의 위약감으로 입원하였다. 환자는 1주일 전부터 양 발끝에서부터 전기 오르는 느낌과 위약감이 하지부터 상지까지 올라오는 양상으로 발생하다가 점차 보행이 어려워졌으며, 4-5일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쁘며 목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하였다. 환자는 6주 전부터 2-3주간 ‘해피벌룬’을 총 400개 가량 흡입했다고 하였으며 마지막 흡입 이후 3주째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다고 하였다.
신체 진찰 결과 양측 상지 및 하지의 근력은 정상이었다. 감각검사 결과 C5 피부분절 이하 부위에서 진동감각의 소실, 양측 손가락과 발가락의 고유감각의 소실이 확인되었다. 뇌신경검사나 소뇌기능검사,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으나 독립적인 보행이 불가능하고, 롬버그검사에서 양성이었다.
혈액검사 결과, 혈색소의 감소(12.2 g/dL, 정상 13-17 g/dL) 및 평균적혈구용적의 증가(100.3 fl, 정상 81-96 fl)가 확인되었으며, 비타민B12 및 엽산 수치는 정상이었다. 그러나 호모시스테인(56.7 μmol/L, 정상 0-15 μmol/L) 및 소변의 메틸말론산의 수치(12.27 mg/g/Cr, 정상 0.01-3.76 mg/g/Cr)가 정상 범위보다 크게 증가되어 있었다. 동맥혈가스분석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신경전도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몸감각 유발전위검사 결과는 경추 이하 부위의 병변을 시사하였으며, 뇌 자기공명영상검사는 정상으로 확인되었으나 경추 자기공명영상검사에서 C2-C5 수준 등쪽 척수부위의 T2 신호증가 및 척수의 부종이 확인되었다(
Fig. A,
B). 뇌척수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나 단백질 수치는 정상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가슴 CT검사 결과 폐색전증이 확인되었다(
Fig. C).
이에 아산화질소의 반복적 흡입에 따른 비타민B12의 기능적 결핍에 의한 아급성연합변성으로 진단하고 비타민B12 공급을 시작하였으며, 폐색전증에 대해 에녹사파린 피하주사 치료를 시작하였다.
비타민B12 투여 이후 3-4일까지는 환자의 감각 이상과 보행 장애는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다가 이후 점차 기구를 잡고 보행이 가능해지고 하지의 이상 감각도 점차 호전되었다. 폐색전증에 대해서는 에녹사파린 투여 2주 후부터 다비가트란 경구제제로 변경하여 유지하였으며 지속적인 호전추세를 보여 퇴원하였다. 퇴원 2주 후 외래 추적 결과, 환자는 증상이 거의 호전되었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되어 추가 검사나 치료 없이 경과관찰 중이다.
고 찰
비타민B12는 5-methyl-tetrahydrofolate를 tetrahydrofolate로 대사하여 DNA 합성에 관여하고, 동시에 잘려 나온 메틸기를 이용하여 호모시스테인을 재메틸화시켜 메티오닌을 합성하는 과정의 조효소로서 작용한다. 아산화질소는 비타민B12의 코발트기를 비가역적으로 산화시킴으로써 위 과정을 억제시키게 되며, 이에 따라 메티오닌이 감소되어 신경세포의 수초화에 문제를 초래하고 호모시스테인의 농도는 상승하게 된다. 한편, 비타민B12 대사의 이상으로 메틸말론산의 석신산(succinyl-)CoA로의 대사가 저해되어 메틸말론산의 농도가 증가하게 되고 이는 신경세포 수초의 불안정화를 초래한다. 이렇게 아산화질소의 과도한 흡입은 신경세포의 탈수초화를 일으켜 아급성연합변성 및 말초신경병의 원인이 된다[
1]. 비타민B12 결핍에 의해 축삭이나 탈수초 또는 혼합형으로 말초신경병이 흔히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반면 정상으로 보고된 사례도 있었다[
1-
2]. 본 증례에서도 신경전도검사에서 정상으로 확인되었으나 말초신경병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위 증례에서 혈청 비타민B12 농도는 정상 범위로 확인되었는데, 이는 혈액 내에서 비타민B12와 결합하는 단백질들의 분포에 따라 비타민B12가 비활성화되거나 결핍되더라도 검사상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증가된 메틸말론산 수치를 통해 비타민B12의 기능적인 결핍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3].
이전의 보고와는 달리 위 증례에서는 폐색전증이 확인되었는데, 고호모시스테인혈증이 혈전증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은 수차례 보고된 적이 있으며 위 환자에서는 아산화질소 흡입 후 비타민 B12 비활성화로 증가된 호모시스테인에 의한 이차적인 결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4]. 위 증례와 같이 아산화질소를 남용한 환자에서 폐색전증 및 다른 혈전증 발생 가능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본 증례에서 비타민B12 공급 이후 임상양상은 약 3-4일간 급격히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가 호전되었는데, 이는 비타민B12 대사과정의 일시적 불균형으로 인한 악화양상으로 생각되며 비슷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5]. 또한 위 증례에서의 임상양상과는 달리 아산화질소 흡입 후 근육긴장이상, 거짓느린비틀림운동 등 이상운동증이 발생한 경우도 보고된 적이 있고, 정신병증상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으며, 비타민B12 치료 후 발생한 심한 운동신경병과 같은 비정형적인 양상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보고된 적이 있어, 진단과 치료에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5].
본 증례와 유사한 사례가 해외에서도 수차례 보고되어 왔고 국내에서도 아산화질소의 만성 남용으로 인한 아급성연합변성 사례가 2003년에 보고된 적이 있으나 최근 유흥주점에서 ‘해피벌룬’이 국내에서 매우 유행하고 이와 관련한 사망의 사례 또한 보고되어 2017년부터 법으로 환각물질로 지정되고 남용이 금지되었다[
6,
7]. 그러나 현재까지도 일반인들에게 쉽게 노출되어 남용이 지속되는 상태이며, 위 증례와 같은 병력을 가진 환자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어 아산화질소의 남용에 따른 위험성에 대한 재환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