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운동은 교뇌에 위치한 안면신경핵의 조절을 받으며, 안면신경핵 상위 또는 하위에서 손상 수준에 따라 표현되는 안면마비 형태가 다르다[
1]. 안면신경운동핵에서 기원한 신경다발은 외전신경핵의 뒷부분을 감아 바깥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교뇌 병변에서는 안면마비와 외직근마비가 동반될 수 있다[
2]. Millard-Gubler증후군은 안면신경핵 수준의 교뇌 병변을 포함하기 때문에 동측 말초안면마비, 외직근마비 및 반대측 편마비라는 특징적인 임상 증상을 나타낸다[
3]. 저자들은 아직 국내에 보고되지 않은 뇌경색에 의해 발생한 Millard-Gubler증후군 환자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55세 남자가 갑자기 발생한 좌측 상하지 위약감과 우측 안면마비를 호소하며 내원하였다. 환자는 좌측 상하지 근력 저하와 우측 눈이 잘 감기지 않고, 우측 입가로 물이 새는 느낌이 있다고 하였으며, 멀리 볼 때 심해지는 수평복시를 호소하였다. 환자는 고혈압을 진단받았으나 복용하는 약물은 없었으며, 당뇨, 이상지질혈증의 과거력은 없었다. 가족력에서는 특이 병력이 없었으며, 10갑년의 흡연력이 있었다.
내원 당시 혈압 238/113 mmHg였으며, 맥박, 호흡, 체온 등의 활력징후는 모두 정상이었다. 신경계진찰에서 의식과 지남력은 명료하였으며, 뇌신경 검사에서 시야 검사, 빛반사는 정상이었으나 안구운동 검사에서 우측 눈 외전에 제한을 보였다(
Fig. A). 또한 우측 말초안면마비가 관찰되었으며, 얼굴 감각의 이상 소견은 없었다(
Fig. B). 근력 검사에서 좌측 상지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척도 4+, 좌측 하지 MRC 척도 4로 확인되었으며, 감각 및 소뇌기능 검사, 심부건반사에서 이상 소견은 없었다.
일반혈액 검사, 일반화학 검사, 혈액응고 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없었으며, 요분석 검사에서 요당이 검출되었고 당화혈색소는 7.8%로 측정되어 당뇨로 진단되었다. 혈중지질농도는 저밀도콜레스테롤이 170 mg/dL, 총 콜레스테롤이 222 mg/dL였다. 입원 당일 시행한 뇌 자기공명영상의 확산강조영상(diffusion weighted image)에서 우측 교뇌의 국소적인 고신호 강도가 확인되었으며(
Fig. C), 뇌 자기공명혈관조영술(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 MRA)에서는 기저동맥의 경미한 협착을 동반한 내강 불규칙의 소견이 있었다(
Fig. D).
환자는 입원 기간 동안 경구 항혈소판제를 투여하였으며, 좌측 상하지 MRC 척도 5/4+ 및 양안 수평복시 호전 추세로 퇴원하였다. 퇴원 당시 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 뇌졸중 척도(stroke scale) 3점, 수정 Rankin 척도(modified Rankin scale) 1점이었다.
고 찰
안면운동은 교뇌 하부 뒤판(tegmentum)에 위치한 안면신경핵의 조절을 받으며, 안면신경핵의 배측(dorsal)면은 얼굴의 상부 1/3을 지배하고 복측(ventral)면은 얼굴의 하부 2/3를 지배한다[
1]. 대뇌 운동피질에서 기시한 피질연수섬유는 반대쪽 안면신경핵에 도달하는데, 안면신경핵의 배측면은 양쪽에서 신호를 받고, 복측면은 반대쪽 피질연수섬유의 입력을 받는다[
1]. 즉 핵상 병변이 있는 경우 안면신경핵의 배측면은 양쪽 핵상 조절로 인해 보존되어 병변 반대쪽의 중추안면마비를 보이며, 안면신경핵과 안면신경다발 병변에서는 동측의 말초안면마비가 나타난다. 안면신경핵은 외전신경핵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안면신경핵을 포함하는 교뇌 병변은 외전신경핵과 다발(abducens fascicle or nucleus) 손상을 초래하여 안구운동마비를 야기할 수 있다[
2]. 또한 정중곁다리뇌그물체(paramedian pontine reticular formation), 피질척수로(corticospinal tract), 삼차신경핵(nucleus of the trigeminal nerve), 척수시상로(spinothalamic tract) 등의 인접한 구조물의 손상으로 반대측 편마비, 감각 이상과 운동실조, 안진 등의 다른 신경계증상들이 동반될 수 있다(
Fig. E) [
1].
본 증례에서는 우측 말초안면마비, 우측 외직근마비와 좌측 상하지 근력 저하의 임상 증상을 통해 안면신경핵 수준의 교뇌 병변이 의심되었고, 뇌 영상 검사에서 급성 우측 교뇌경색이 진단되었다. 동측 말초안면마비와 외직근마비, 반대측 편마비의 특징적인 임상 증상은 Millard-Gubler증후군을 시사한다. Millard-Gubler증후군은 프랑스 의사 Auguste Louis Jules Millard와 Adolphe-Marie Gubler에 의해 명명된 복측 교뇌 증후군을 말한다[
3]. 선행 문헌에서는 Millard-Gubler 증후군을 보인 뇌경색 증례에서 양측 척추동맥 및 기저동맥의 죽상경화성협착 및 폐색과 드물게 1건의 혈관박리를 보고하고 있다[
4]. 본 증례에서 교뇌경색의 기전은 Trial of ORG 10172 in Acute Stroke Treatment (TOAST) 분류에 의거하면 심장색전의 고위험인자나 공급 동맥의 50% 이상의 심한 협착이 없지만 병변의 직경이 2 cm보다 크므로 원인불명뇌졸중(stroke of undetermined etiology)에 해당하며, 뇌 MRA에서 보이는 기저동맥의 경미한 협착을 동반한 내강 불규칙의 소견을 고려할 때 가지죽종 질환(branch atheromatous disease)에 의한 관통동맥폐색이 의심된다. 환자의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 병력과 흡연력이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위험인자이다.
Millard-Gubler증후군은 뇌혈관성 원인 외에 공간점유 병터를 야기하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신경낭 미충증, 감염육아종에 의한 증례가 보고된 바 있다[
5,
6]. 동일한 임상 증상을 보일지라도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체계적인 평가가 필수적이다.
저자들은 임상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Millard-Gubler증후군 증례를 통해 뇌간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본 환자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