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상풍은 파상풍균(
Clostridium tetani)이 오염된 상처를 통해 체내에 침투하여 발생하는 질병이다. 파상풍균은 자연적으로 토양 또는 동물의 배설물에 서식하고, 녹슨 물건에 찔리거나 베어서 감염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만 명 가량 감염되며[
1] 한국에서도 연간 20-30명의 환자가 보고된다[
2]. 파상풍균은 두 가지 독소를 분비하는데, 먼저 테타노라이신(tetanolysin)은 상처 부위 조직 괴사를 촉진해 세균의 번식을 돕는다. 또한 테타노스파스민(tetanospasmin)은 신경 세포에 침투하여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막아 지속적 흥분 상태를 유발하며 연축(spasm)이나 자율신경계 이상과 같은 증상을 야기한다[
3]. 초기 치료로 파상풍 독소 생성을 중지하기 위해 상처의 죽은 조직을 제거(debridement)하고 항생제를 처방한다. 또한 유리 독소를 제거하고자 사람 파상풍 면역글로불린을 근육 주사하며, 파상풍 능동 접종을 병행한다. 이후 파상풍 독소가 자연 소실될 때까지 증상 조절이 필요하다[
3]. 연축을 감소시키기 위해 벤조디아제핀, 근이완제, 마그네슘 등의 치료제가 사용된다. 이 중 척수강 내 바클로펜 주입은 뇌 병변으로 경직(spasticity)이 있는 환자들에게 사용되던 방법으로, 파상풍 환자에서 경직 및 연축을 줄이기 위해 시도되었는데, 증상을 줄일수록 입원 일수 및 합병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3 본 증례는 기존의 치료 방법으로 증상 조절이 어려웠던 파상풍 환자에서 척수강 내 바클로펜 투여가 효과를 보였던 예로, 향후 전신 파상풍 환자의 치료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증 례
52세 남자가 하루 전부터 턱이 벌어지지 않아 응급실로 왔다. 환자는 턱과 입술을 움직이기 힘들었고 목이 뻣뻣하였다. 환자는 일 년 전부터 반복적으로 못을 이용해 자해를 하여 양팔에 시기가 다른 상처가 많았다. 다른 기저 질환은 없었으며, 최근 10년 이내 파상풍 예방 접종을 맞지 않았다. 턱이 벌어지지 않는 증상으로부터 약 24시간 뒤 전신 뻣뻣함이 발생했고, 2시간에 걸쳐 전신 연축으로 진행하였다. 전신 연축과 함께 호흡 곤란이 발생하여 근이완제인 베쿠로늄(vecuronium) 4 mg을 정맥 투여 후 기관 내 삽관 및 기계호흡을 시행하였다. 체위 변환이나 주사와 같은 약한 자극에도 전신 연축이 심했고, 고혈압, 빈맥, 발열과 같은 자율신경계 항진이 발생했다. 프로포폴(propofol)을 최대 30 μg/kg/min, 미다졸람(midazolam)을 6 mg/h로 정맥 주사하였는데, 의식 수준이 혼수였는데도 자극 시 자율신경계 항진과 연축이 악화되었다.
임상 증상과 병력을 토대로 파상풍으로 진단하였고, 파상풍 면역글로불린 총 3,000 unit을 근육 내로 투여했다. 좌측 팔에 농양을 동반한 상처가 있어 절개 및 배농하였으며, 상처 부위에도 파상풍 면역글로불린 1,000 unit을 추가 주사하였다. 항생제인 메트로니다졸(metronidazole) 500 mg을 하루 4회 10일 동안 투여하고 파상풍 능동 백신을 접종하였다. 전신 연축으로 인한 기관 압착이 우려되어 기관 삽관한 다음날 기관절개술을 시행하였다.
전신 연축 완화를 위해 마그네슘 2 g을 단회 주사 후 동일한 양을 1시간 동안 점적 주사했고, 디아제팜(diazepam)을 최대 80 mg까지 정맥 주사하였으나 호전이 없었다. 연축은 근육이완제 베쿠로늄을 1 μg/kg/min 점적 주사하고서야 멈췄다. 하지만 체위 변경이나 기도 흡인 등의 자극에 의해 여전히 전신 연축과 함께 자율신경계 항진이 발생하였는데, 심할 경우 수축기 혈압 250 mmHg 이상, 심박수 분당 177회를 초과했고, 감염의 증거가 없는데도 38.0℃ 이상의 발열이 발생했다(
Fig. 1). 식은땀이 나고 가래와 침이 증가하는 자율신경계 증상도 동반되었다. 베쿠로늄은 점적 주사하는 동안 장음이 들리지 않고 배변활동이 없는 장마비가 나타나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전신 연축을 호전시키기 위해 내원 5일째 근이완제 바클로펜(baclofen) 200 μg을 척수강 내로 단회 주사하였다. 투약 직후 수축기 혈압이 70 mmHg까지 떨어져 일시적으로 승압제를 사용하였으나, 전신 연축은 일부 호전되었다. 다음 날부터 척수강 내로 바클로펜 점적 주사를 시행하였다. 바클로펜 200 μg을 단회 재주사한 뒤 20 μg/h의 초기 주입 속도로 투여하였으며, 자율신경계 항진 또는 턱 부분의 경직이 있을 때 2-4 μg/h씩 증감 조절하여 최대 34 μg/h까지 주입하였다. 바클로펜 점적 주사를 시작한 뒤로 전신 연축은 호전을 보였다. 당시 미다졸람 6 mg/h, 프로포폴 30 μg/kg/min, 베쿠로늄 1 μg/kg/min를 주사 중이었으나 모두 중단할 수 있었다. 베쿠로늄 중단 이후 환자의 장음이 들렸고 배변활동도 회복되었다.
척수강 내 바클로펜을 주사한 뒤로 전신 연축이 사라지며 사지이완마비를 보였다. 의식 수준은 혼수 상태였으며, 동공 크기는 양측 3 mm였으나 동공반사, 각막반사, 전정안반사가 소실됐고 안구 방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이향 주시를 보였다. 바클로펜 주사 3일째 시행한 뇌파 검사상 양측 전두엽에서 지속적인 편측 주기방전(lateralized periodic discharges)이 확인되었다(
Fig. 2-A). 바클로펜 주입 용량을 24 μg/h로 감량했을 때는 의식 수준 또는 뇌간기능 회복 없이 전반적인 서파가 관찰되었다(
Fig. 2-B).
바클로펜 투여 중 활력 징후는 저혈압, 저체온, 느린맥을 보였으며, 기도 흡인이나 체위 변경과 같은 외부 자극이 있을 때 자율신경계 항진 증상이 재발했다. 자율신경계의 불안정성을 조절하기 위해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 20 mg을 하루 3회 투약하였으나 효과는 없었다. 바클로펜이 34 μg/h 최대 투여 속도로 주입되어 전신 연축이 조절되고 있는 중에도 때때로 혀에 열상을 만들 정도로 턱과 목에 연축이 반복되었다. 이때는 다이아제팜 10 mg을 최대 하루 4번까지 추가 투여하였다.
연축 및 자율신경계 항진 증상은 약 4주간 지속 후 소실되었다. 척수강 내 바클로펜 점적 주사는 22일 동안 유지 후 5일에 걸쳐 감량했다. 바클로펜이 감량되며 뇌간 기능 및 의식 수준이 호전되어, 감량 2일째부터 빛반사와 각막반사가 확인됐으며, 5일째부터는 스스로 눈을 깜빡일 수 있었고, 통증을 피하려는 반응을 보였다. 바클로펜 투여를 중단한 지 2일이 지나자 간단한 명령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 수준이 호전됐다. 중단 3일째부터 의사소통이 가능했고 뇌파도 정상화되었다. 기관절개관을 유지 중이었지만 산소 공급 없이 자가 호흡이 가능했고, 기관절개관을 막고 말을 할 수 있었으며 자필로 소통이 원활히 가능했다. 입원 38일째 시행한 간이 정신상태 검사는 29/30로 정상이었다. 환자는 전신 연축과 자율신경계 이상이 호전되고 식사 및 개인 위생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었으며, 퇴원 한 달 뒤에는 보행을 비롯한 일상 활동을 무리 없이 수행할 만큼 호전되었다.
고 찰
위 증례에서는 전신 파상풍 환자에서 베쿠로늄, 미다졸람, 프로포폴로 조절되지 않은 전신 연축을 억제하기 위해 바클로펜을 척추강 내 점적 주사하였다. 연축은 효과적으로 조절되었으나 진정성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뇌간기능 저하 및 편측 주기방전을 보였다. 바클로펜을 투여하는 동안 경미한 흡인성 폐렴 외 내과적 합병증은 없었고, 바클로펜 투여를 중단한 후에는 신경계 후유증 없이 회복하였다.
파상풍 독소 자체를 치료하는 약물은 없으므로 테타노스파스민 독소가 자연 소실될 때까지 전신 연축 및 자율신경계 이상 증상을 대증 치료해야 한다[
2]. 전신 연축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치료 방법이 시도되어 왔으나 디아제팜이나 마그네슘은 효과가 약하고, 베쿠로늄은 장마비와 같은 전신 부작용으로 장기 사용이 어렵다[
4].
바클로펜은 B형 감마아미노부티르산수용체(GABA-B) 작용제로 신경 전달을 억제시켜 연축과 경직을 감소시킨다. 척수강 내 바클로펜 주입은 뇌성마비 또는 전신 경직이 심한 환자에게 시도되는 방법으로, 척수강 내로 바클로펜을 투약하는 치료 방법이 파상풍 독소에 의한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고된 바 있다[
5].
바클로펜은 일반적인 치료 용량 내에서 사용되면 뇌혈관장벽을 통과하지 않아 대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고용량으로 투여되었을 시에는 중추신경 부작용이 나타난다[
6]. 보고된 부작용으로는 의식 저하가 두드러졌으며, 호흡 저하 및 느린맥, 저혈압도 있었다. 또한 동공반사와 각막 반사의 저하나 전신근긴장 저하 및 무반사증도 보고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은 척수강 내로 주입한 바클로펜의 효과가 사라질 때 본 증례와 마찬가지로 후유증 없이 회복되었다[
7,
8].
본 증례에서는 척수강 내로 바클로펜을 투여하여 전신 연축을 동반한 파상풍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었다. 척수강 내 바클로펜을 고용량으로 사용했을 때에는 의식 저하와 뇌간기능 이상을 초래하였고, 이는 약물 중단 시 신경계 후유증 없이 회복되었다. 저자들은 심한 전신 연축을 보이는 파상풍 환자에서 척수강 내 바클로펜 투여의 유용성을 경험하였기에,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