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에 따르는 이차변성은 동물실험과 임상보고를 통하여 널리 보고되고 있다. 중대뇌동맥 폐색 모델(middle cerebral artery occlusion model)이 소개되면서 동물실험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자기공명영상과 같은 진단 기술의 발달에 따라 임상에서도 영상 변화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1-10]. 이차변성이 발생하는 위치로 시상(thalamus), 흑색질(substantia nigra), 창백핵(globus pallidus)과 추체로(pyramidal tract) 등이 보고되고 있으며 각각의 기전이 제시되고 있다[1-3]. 이러한 이차변성이 한 명의 환자에서 흑색질과 창백핵에 발현된 경우는 국내에 보고되어 있으나[1] 흑색질과 시상에 단계적으로 발현된 경우는 아직 국내에 보고된 바 없어 저자들은 이를 확산강조영상을 통하여 확인하였고 이에 대한 임상적 의의와 기전을 고찰하는 바이다.
증 례
77세 남자가 내원 한 시간 전에 발생한 갑작스런 왼쪽 상하지 마비로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환자는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그리고 심부전으로 치료받고 있었으며 clopidogrel을 복용하고 있었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지남력은 보존되어 있었으나 졸린 상태였으며 우측 주시선호를 보이고 있었고 구음장애와 좌측 안면마비를 보였다. 근력은 medical research council (MRC) 척도 3, 2로 각각 좌측 상하지 부분마비를 보여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뇌졸중척도 9점으로 측정되었다. 심전도에서 심방세동이, 뇌 CT에서 우측 중대뇌동맥에 조밀중대뇌동맥징후(hyperdense middle cerebral artery sign)가 확인되었고 즉시 조직플라미노겐활성제(tissue plasminogen activator)를 정맥 내 투여하였다. 확산강조영상에서 우측 줄무늬체의 경색이 확인되었으며 자기공명혈관조영술에서 우측 속목동맥부터 중대뇌동맥까지 폐색이 보였다(Fig. 1-A, B). 증상 발생 10일 후 전산화단층혈관조영술에서 상기동맥의 재관형성(recanalization)이 확인되었다(Fig. 1-C, D). 환자는 항응고제를 투여받으면서 재활치료를 병행하였다. 증상 발생 후 4, 6, 20주를 경과하여 주관적인 구음장애의 악화를 세 차례 호소하였고 뇌경색 진행 및 재발을 확인하기 위하여 확산강조영상, 겉보기확산계수 그리고 액체감쇠역전회복영상 추적검사하였다(Fig. 2). 4주 후 추적검사에서는 뇌경색과 감별이 필요한 확산강조영상 고신호강도와 겉보기확산계수 저하가 동측의 흑색질에서 발견되었다. 두 번째 추적검사에서는 앞선 흑색질의 신호강도는 감소하였으나 등안쪽 시상과 꼬리핵머리의 고신호강도와 겉보기확산계수 저하가 확인되었다. 20주 후 추적검사에서는 앞서 확인한 확산강조영상 고신호강도가 모두 사라졌다.
고 찰
줄무늬체 경색 이후에 발생하는 흑색질의 이차변성은 줄무늬체흑질경로(striatonigral pathway)의 신경세포경유앞방향변성(transneuronal anterograde degeneration)으로 생각되고 있다. 줄무늬체에서 흑색질로 투사되는 감마아미노부티르산성 신경세포(gamma-aminobutyric acidergic neuron)의 소실이 흑색질 내 지속적인 흥분을 야기하며 이 흥분독성에 의하여 흑색질의 이차변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된다[2-6].
중대뇌동맥 폐색으로 인한 대뇌피질 경색 이후에는 흑색질 뿐만 아니라 시상에도 이차변성을 야기한다[3,5-8]. 시상의 변성은 흑색질의 변성보다 더 늦은 시기에 나타나며 이는 흑색질의 이차변성과는 서로 다른 기전이 있을 것을 암시한다[5]. 그리고 초기 뇌경색의 범위에 따라 시상 내 이차변성의 분포가 달라지며 배쪽 시상핵의 변성은 T2 저신호강도를 보이고 등안쪽 시상핵의 변성은 고신호강도를 보인다. 이와 같은 이차변성의 분포 차이는 각 시상핵과 피질구역을 연결하는 다양한 경로들의 해부학적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배쪽 시상핵의 저신호강도 변화는 철분침착이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2,6-7]. 마지막으로 시상의 변성은 시상피질경로(thalamocortical pathway)의 뒤방향변성(retrograde degeneration)이 그 병태생리로 제시되고 있다[2,3,6]. 흥미롭게도, 줄무늬체경색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에 경색이 대뇌피질에만 한정되어 있는 경우보다 이차변성의 발생 빈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7]. 아직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기전은 없지만 시상, 기저핵 그리고 대뇌피질 사이의 복잡한 회로와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 증례에서 흑색질과 시상의 변성은 객관적인 신경계 변화의 부재와 혈류 공급 영역의 차이로 보아 기존 뇌경색의 진행이나 추가 뇌경색으로 보기는 어렵다. 흑색질의 변성은 이전 보고에서와 같이 줄무늬체흑질경로(striatonigral pathway)의 손상과 탈억제에 따르는 신경세포경유앞방향변성(transneuronal anterograde degeneration)으로 생각된다. 시상의 경우 비록 초기 병변이 피질을 침범하지 않았지만 속섬유막앞다리(anterior limb of internal capsule)를 침범하였고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앞시상부챗살(anterior thalamic radiation)이 손상되어 시상피질경로(thalamocortical pathway)의 뒤방향변성(retrograde degeneration)이 일어나 변성이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등안쪽 시상핵은 앞시상부챗살(anterior thalamic radiation)을 통하여 전두전엽 피질(prefrontal cortex)과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앞시상부챗살은 속섬유막앞다리(anterior limb of internal capsule)를 통과한다[6]. 또한, 본 환자에서의 흑색질과 시상의 변성이 발견된 시기는 각각 뇌경색 발생 후 4주와 6주이며 이는 기존의 보고와 유사할 뿐만 아니라[5,6] 내원 시 발견된 심방세동은 이차변성을 야기한 뇌경색의 대부분이 색전증이나 동맥박리와 같은 급격한 혈역동학적 상황에서 발생하였다는 기존의 임상보고와도 일치한다[9]. 꼬리핵머리의 고신호강도 또한 시상의 신호강도 증가와 함께 나타났으나 이는 중대뇌동맥 영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시상과 같은 이차변성인지 추가 뇌경색 병변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비록 세 차례의 위약감과 구음장애의 악화가 일시적으로 발생하였지만 객관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본 변성과 임상적 상태의 연관성은 설명하기 어렵다.
저자들은 한 명의 환자에서 줄무늬체 경색 후 수 주 내에 발생한 동측의 흑색질과 시상의 이차변성을 확산강조영상에서 확인하여 보고하는 바이다. 확산강조영상은 급성 뇌경색의 진단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검사이지만 아급성기의 고신호강도는 반드시 이차변성을 감별하여야 하며 그 기전과 임상적 연관성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