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완신경총차단술(brachial plexus block) 중에서 액와접근법(axillary approach)은 다른 접근법(interscalene, supraclavicular, infraclavicular approaches)에 비해 기술적으로 용이하고 기흉, 지주막하차단, 경막외차단 등의 합병증이 적어 수부와 아래팔수술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액와상완신경총차단 후 0.2%에서 21%의 빈도로 쇄골하상완신경총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정중신경(median nerve) 손상이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저자들은 3개월 전 액와상완신경총차단술마취하에 수술받은 후 좌측 첫째와 둘째손가락 위약이 발생한 환자를 근위정중신경병으로 진단하였던 증례를 경험하여 이를 보고한다.
증 례
44세 남자가 3개월 전 회전톱날에 좌측 셋째손가락끝부분을 수상하여 타원에서 액와상완신경총차단술마취하에 수술받은 후, 좌측 첫째와 둘째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아 신경과외래에 왔다. 증상은 수술이 끝난 직후에 발생하여 3개월 동안 호전이 없었다. 손가락 이외에 다른 부위의 근력저하는 부인하였으나 좌측 손바닥 외측의 감각저하를 호소하였다. 좌측 어깨, 팔꿈치, 손목의 외상이나 감염력은 없었고, 말초신경병이나 신경근병증을 진단받은 병력 또한 없었다. 마취 당시 좌측 어깨 이하 팔에 전체적으로 찌릿한 느낌이 들었으나, 수술이 끝난 후 위팔에 통증을 느꼈거나 혈종이 형성된 병력은 없었다. 신경학적진찰에서 좌측 긴엄지굽힘근(flexor pollicis longus, MRC grade 1)과 둘째 손가락의 깊은손가락굽힘근(flexor digitorum profundus, MRC grade 1)위약이 있었고 요골쪽손목굽힘근(flexor carpi radialis) 또는 긴손바닥근(palmaris longus)의 경미한 위약(MRC grade 4)이 의심되었으며, 엄지두덩위축(thenar atrophy)과 원엎침근(pronator teres) 및 요골쪽손목굽힘근(flexor carpi radialis)의 위축이 관찰되었다(
Fig.). 또한 정중신경이 지배하는 영역인 손바닥 외측과 첫째, 둘째손가락에 약 50%의 감각저하가 있었다. 하지만 자쪽손목굽힘근(flexor carpi ulnaris)과 4, 5번째손가락의 깊은손가락굽힘근 및 소지외전근(abductor digiti minimi) 위약은 없었고, 손등과 손바닥 내측 및 4, 5번째 손가락의 감각은 정상이었다. 이외에 다른 근위부근육의 근력저하는 없었고, 압통을 호소하는 부위도 없었으며 요골동맥의 맥박은 정상적으로 촉지되었다. 신경전도검사에서 좌측 정중운동 신경의 말단잠복기는 정상범위였으나 우측에 비해 연장되어 있었고 복합근육활동전위(compound muscle action potential)의 진폭은 전 구간에서 현저히 감소되어 있었으며 신경전도속도는 전 구간에서 경미하게 감소되었고 F파는 전위가 형성되지 않았다. 좌측 정중감각신경은 2번째손가락과 손바닥에서 전위가 형성되지 않았고, 손목과 팔꿈치에서는 감각신경활동전위(sensory nerve action potential)의 진폭이 우측에 비해 현저히 감소되어 있었다(
Table 1). 침근전도검사에서 좌측 원엎침근, 긴엄지굽힘근, 짧은엄지벌림근(abductor pollicis brevis)에서 삽입활동전위(insertional activity)가 증가되어 있었고 양성예파(positive sharp wave, 2+)와 섬유자발전위(fibrillation potential, 2+)가 보였으며 운동단위활동전위(motor unit action potential, MUAP) 분석에서 거대운동단위활동전위(giant MUAP)가 관찰되었다(
Table 2). 저자들은 환자의 임상 양상과 전기생리학적검사 결과를 토대로 근위정중신경병으로 진단하였다. 환자는 수개월간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지속하였고, 증상 발생일로부터 약 1년 후 신경학적진찰에서 좌측 긴엄지굽힘근과 둘째손가락의 깊은손가락굽힘근 모두 MRC grade 4 이상으로 호전되었다.
고 찰
액와상완신경총차단술 이후 주사침에 의한 직접신경손상, 국소마취제의 신경내흡수, 액와동맥의 열상(laceration) 등의 기전에 의해 말초신경병이 발생할 수 있다[
2]. 이 중에서 액와동맥의 경미한 손상에 따른 내측상완근막구획(medial brachial fascial compartment, MBFC) 증후군에 의해 말초신경병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액와동맥의 혈액이 겨드랑이에서 팔꿈치까지 연결된 내측상완근막(medial brachial fascia)내부로 천천히 새어나오면서 발생하는 신경혈관합병증으로 일종의 구획증후군(compartment syndrome)이다[
1,
3].
마취주사침에 의한 직접신경손상이나, 국소마취제의 신경내흡수에 의해 말초신경병이 발생하였을 경우, 마취 당시에 팔이 저린 증상을 경험하고 수술 직후부터 위약과 감각증상을 호소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주사침에 의해서 축삭절단(axonotmesis)에 이를 정도로 심하게 말초신경이 손상되었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반면, 고농도 국소마취제의 세척제(detergent)특성에 의해 신경세포막이 용해되어 비가역신경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4]. 이전 연구에 따르면 액와상완신경총차단을 위해 마취약을 주사할 때, 환자가 감각이상을 느끼는 위치를 찾는 방법(paresthesia method)과 액와동맥의 맥박을 촉지하는 방법(arterial method)을 비교한 경우, 감각이상이 있었을 때 수술 후 신경계후유증 발생률이 더 높았다(2.8% in the paresthesia method vs 0.8% in the arterial method)[
2].
MBFC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상완신경총차단 후 수시간(1~4시간)이 지나서 발생하고, 정중신경 단독으로 손상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지만 척골신경(ulnar nerve) 손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액와상완신경총차단술 이후에 신경계후유증이 발생한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5명은 단일정중신경병으로 진단되었고 3명은 정중신경병과 척골신경병이 동반되어 있었다. 이 13명의 환자 중 수술 직후에 증상이 발생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의 환자에서 MBFC증후군에 의해 말초신경병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1,
3]. 하지만 본 증례는 수술 후 위팔에 통증이 있었거나 혈종 형성 같은 액와동맥 열상을 시사하는 병력은 없었다.
이 외에도 수술시 출혈량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압박띠에 의한 압박띠마비(tourniquet paralysis)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이러한 손상은 요골신경(radial nerve)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고 신경전도검사에서 국소적인 전도차단을 동반한 탈수초양상을 보이며, 대개 완전히 회복되는 경과를 보이는 등 본 증례의 임상양상과는 차이가 있다[
1].
상완신경총차단술에 의해서 발생한 말초신경병의 예후에 대해서는 보고된 바가 없으나, 전신마취하에 수술 후 상완신경총의 손상이 발생한 경우, 손상으로부터 1주 후의 회복 정도가 중요한 예후인자의 하나이며, 3-4주 동안 감각증상의 호전이 없거나 또는 6-8주 동안 운동기능의 호전이 없을 때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본 증례는 신경전도검사와 침근전도검사 결과 축삭절단에 이를 정도로 손상이 심했고 6개월 이상 증상호전이 거의 없어 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장기간 적극적인 재활 치료를 통해서 상당히 호전되었다.
이상으로 저자들은 액와상완신경총차단술 후 발생한 근위정중 신경병 환자를 전기생리검사를 통해 진단하였던 증례를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