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위축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은 운동신경세포가 침범되어 근위축을 일으키는 신경계 퇴행질환이다. 오늘까지 알려져 있는 치료제들로는 리루졸(riluzole) [1], 에다라본(edaravone) [2], 자가골수유래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인 뉴로나타알-주[3] 등이 있으며, 모두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래에 들어 다양한 약물이 나오고 있으며 이 중 뉴덱스타(Nuedexta, dextromethorphan 20 mg, quinidine 10 mg)가 ALS 환자에서 자주 동반되는 감정실금(pseudobulbar affect)에 대한 치료제로 2011년 미국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이 약물이 근래에 한 임상시험에서 ALS 환자들에서 연수마비를 유의하게 호전시켰다[4]. 이에 저자들은 연수마비가 있는 ALS 환자를 대상으로 이 약물을 사용하고 임상적 호전을 보였기에 이를 보고한다.
증 례
31세 남자가 1년 전부터 발생한 상하지 위약감으로 병원에 왔다. 신경학적 진찰에서 구음장애, 연하장애, 혀의 위축 및 연축을 보였고, 양측 어깨관절의 외전이 Medical Research Council 척도 4등급, 팔꿈치관절의 신전이 4+등급, 고관절 굴곡 5-등급으로 감소되어 있었다. 심부건반사에서는 상하지 모두 비정상적으로 항진되어 있었고, 호프만징후(Hoffman sign) 양성, 발목간대(ankle clonus) 양성, 바빈스키징후(Babinski sign) 또한 양성이었다. 척수병 감별을 위하여 시행한 경추 자기공명영상검사는 정상범위였고, 가족성 ALS 관련 유전자검사를 하였고, ALS에 연관된 주요 유전자[5] SOD1, C9orf72, TARDBP, FUS 포함 모두 음성으로 확인되었다. 침근전도검사에서도 경부(cervical), 요천추부(lumbosacral) 두 영역 이상에서 탈신경전위가 확인되어 신경학적 진찰과 함께 revised El Escorial진단기준[6]에 따라 clinically probable ALS로 진단하였다. 뉴덱스타를 복용 시작한 시점의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Functional Rating Scale Revised (ALSFRS-R) 점수는 40점으로, 말하기 능력 3점, 침 흘리기 4점, 삼키기 3점, 글쓰기 3점, 음식 먹을 때 불편함 3점, 옷 입기 및 위생 상태 3점, 침대에서 몸 돌리기 및 모포 정리 3점, 걷기 능력 3점, 계단 오르기 3점, 숨쉬기 4점, 누운 자세에서 숨쉬기 4점, 호흡부전 4점이었다. ALSFRS-R 외에 연수마비 기능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척도인 Center for Neurologic Study Bulbar Function Scale (CNS-BFS)을 같이 확인하였다. CNS-BFS는 총 31점으로, 타액 분비 7점, 말하기 14점, 삼키기 10점 확인되었다. 환자는 뉴덱스타를 1회 1캡슐씩 12시간 간격으로 하루 2회 복용하기 시작하였다. 6개월 가량 복용 후 측정한 ALSFRS-R 점수는 총 36점으로, 옷 입기 및 위생 상태에서 2점, 걷기 능력 2점, 계단 오르기 1점으로 처음보다는 4점 감소하였다(Table 1). 반면 같은 날 시행한 CNS-BFS 점수는 총 27점으로 타액 분비 7점, 말하기 10점, 삼키기 10점으로 연수마비 기능이 호전된 것을 확인하였다(Table 2). 실제 환자는 이전에 비하여 말의 속도가 빨라졌고,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말을 반복하는 빈도가 감소하였다.
고 찰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은 대표적인 운동신경세포질환으로, 이 질환은 특징적으로 상위운동신경세포와 하위운동신경세포를 함께 침범한다. 현재까지 ALS의 원인은 명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으나 5-10%는 유전적 원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아직까지 ALS의 진행을 멈추거나 호전을 가져다 주는 치료제는 없으며,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보존 치료를 통하여 수명을 연장시켜 주는 것이 주된 치료 방법이다. 그중 리루졸은 항글루타메이트 효과를 나타내어 세포흥분독성을 낮춰주는 작용을 하며, ALS 환자들에서 인공호흡기 사용까지의 기간을 연장시켜주는 효과가 있었고 이를 통하여 1995년에 미국 FDA 승인 후 상용화되었다[1]. 근래 들어 나온 에다라본(edaravone)은 항산화제로, probable과 definite ALS 환자군에서 6개월간의 치료 후 대조군에 비하여 ALSFRS-R 점수가 33%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한국에서도 2015년부터 사용되고 있다[2]. 이와 함께 2014년부터 국내에서 척수경막내로 주입되는 자가골수유래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인 뉴로나타알-주가 있고[3], 이외에 환자의 증상 악화에 따른 위루술 및 인공호흡기 등의 보조 요법들이 있다.
뉴덱스타(Nuedexta)는 덱스트로메토르판(dextromethorphan hydrobromide) 20 mg과 퀴니딘(quinidine sulfate) 10 mg이 합쳐진 복합체다. 퀴니딘은 CYP2D6를 억제함으로써 덱스트로메토르판의 O-탈메틸화(demethylation)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7]. 덱스트로메토르판은 N-methyl-D-aspartate 수용체의 비경쟁 길항제로 처음 알려졌으며[8], Sigma-1 수용체 길항제로도 작용함이 밝혀졌다[9]. Sigma-1 수용체는 뇌줄기와 소뇌에 우선적으로 분포하며[10] 뇌줄기의 운동신경세포를 구성하고 있다. 감정 표현의 조절 또한 뇌줄기와 소뇌에서 관여하므로, 덱스트로메토르판이 감정실금 증세뿐 아니라 말하기와 삼킴 능력 또한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 근래의 한 연구에서 60명의 ALS 환자들을 대상으로 1년간 시행한 이중맹검 무작위 교차설계 2상 임상시험을 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환자군을 30명씩 두 군으로 나누어 위약 28-30일 복용 후 휴약기 10-15일 뒤에 뉴덱스타를 28-30일 복용하였고, 또 다른 군에서는 같은 기간을 뉴덱스타 먼저 복용 후 위약을 복용하였다. 위약을 복용한 구간에서의 평균 CNS-BFS 점수는 59.3점, 뉴덱스타를 복용한 구간에서의 평균 CNS-BFS 점수는 53.5점으로 뉴덱스타를 복용한 구간에서 CNS-BFS의 총점이 통계학적으로 유의하게 호전되었다[4]. 이 연구에서 보여준 CNS-BFS의 각 영역별 점수에서 타액 분비, 말하기 그리고 삼키기의 소항목에서 각각 평균 1.52점, 말하기 2.35점, 1.77점 감소하였으며 모두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흥미롭게 이 연구에서는 3개의 소항목 중 말하기가 가장 많은 호전을 보였다[4].
CNS-BFS 점수표는 말하기(speech), 삼키기(swallowing), 타액분비(salivation) 3가지의 항목이 있고, 각 항목 안에 해당 기능에 대한 7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질문마다 경한 증상은 1점에서 심한 증상은 5점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고, 말하기가 불가한 환자에서는 말하기 영역에서만 각 질문에 6점까지 점수를 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CNS-BFS에서 가장 낮은 총점은 21점이 되고, 가장 높은 총점은 112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증상이 중하다. 본 증례는 처음 시행한 ALSFRS-R은 40점, CNS-BFS는 타액 분비 7점, 말하기 14점, 삼키기 10점으로 총 31점이었다. 이후 뉴덱스타를 하루 2번 12시간 간격으로 6개월간 복용 후 측정한 ALSFRS-R은 36점으로 옷 입기 및 위생 상태, 걷기 및 계단 오르기 능력에서 유의하게 기능이 감소하였다. 반면 같은 시기 측정한 CNS-BFS는 타액 분비 7점, 말하기 10점, 삼키기 10점, 총 27점으로 특히 말하기 기능이 가장 많이 개선되어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정확한 이해를 위하여 말을 반복하는 빈도가 줄어들었고, 이는 이전 논문과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증례에서는 삼키기와 타액 분비 항목에서는 변화가 없었고 이는 뉴덱스타 복용 기간이 6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나, 척수운동신경(spinal motor neuron)이 연수기능을 담당하는 뇌운동신경(cranial motor neuron)과 다른 기원에서 형성됨을 시사할 수 있으며[4], 앞으로 ALS 치료제를 개발할 때 부위별 운동신경세포에 적합한 기전으로 작용하는 치료적 접근도 생각해볼 수 있다.
뉴덱스타의 부작용으로는 변비, 설사, 메스꺼움, 어지러움 등이 있었으나, 대부분 가벼운 수준이었고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다[4]. 현재 우리나라에서 뉴덱스타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어 국내 희귀의약품센터에서의 수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2018년 10월 31일자로 개정하였고, 앞으로 환자 요청 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자가 치료를 목적으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성분 의약품을 수입하여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뉴덱스타는 기존 ALS 치료제들과 다르게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연수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까지 뉴덱스타에 대한 국내 연구 자료는 없으며, 본 증례에서는 해당 약물 복용 후 말하기 기능의 개선을 보인 국내 ALS 환자를 처음 기술하는데 의의가 있어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