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편측설하신경마비(isolated unilateral hypoglossal nerve palsy, IUHNP)는 드문 신경계 증상으로 원인은 다양하다[1-3]. 설하신경은 여러 부위를 경유해 혀의 내인근육(intrinsic muscles)에 도달하게 되고 이 경로에 다른 뇌신경이 함께 지나가므로[4], IUHNP는 매우 드물다. 악성 종양이 두개골 기저부에 침범하여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게 보고되었으나 전립샘암 전이에 의한 경우는 거의 없었고[5], 상기 임상 소견이 영상으로 잘 증명되어 보고된 경우는 없었다. 저자들은 IUHNP가 전립샘암 최초의 증상인 환자를 경험하여 다른 증례들과 비교하고, 임상적 중요성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증 례
77세 남자가 10일 전부터 발생한 혀의 움직임 둔화로 인한 음식물 섭취장애, 반복적으로 혀를 깨무는 증상과 경미한 구음장애로 내원하였다. 과거 병력에서 고혈압 이외 특이한 질병은 없었고, 두부 외상이나 최근 나타난 두통도 없었다. 계통 문진에서 배뇨장애의 악화를 호소하지는 않았으나, 경미한 체중 감소(2개월간 3 kg 감량)와 전신 위약감을 호소하였다. 신경계진찰상 혀를 내밀었을 때 좌측 편위가 있었고 좌측 혀의 위축도 있었으나, 다른 뇌신경 이상은 없었고 다른 신경계 진찰도 정상으로 좌측 IUHNP에 합당하였다.
이의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뇌신경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경부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과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 검사를 시행하였다. 뇌신경 MRI에서는 좌측 설하신경의 고신호 강도(Fig. 1-A)와 함께 좌측 경정맥공과 설하신경관 주변에서 경계가 불분명한 조영 증강 소견이 있었다(Fig. 1-B). 함께 시행한 자기공명혈관조영술(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 MRA)에서 뇌내혈관이나 경동맥의 이상은 없었다. 경부CT에서는 후두부 관절 융기(occipital condyle)의 골경화 소견이 있었다(Fig. 1-C). CSF 검사상 백혈구 2/μL(정상: 0-5/μL), 포도당 58 mg/dL (정상: 45-80 mg/dL), 단백질 48 mg/dL (정상: 20-40 mg/dL)였다. CSF의 세포 검사(cytology)상 암세포는 없었다. 전이 악성종양 의심하에 종양표지자 혈액 검사를 시행하였고, 그 결과 전립샘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 수치가 매우 상승되었다(2,123.0 ng/mL, 정상 수치: 0-4.0 ng/mL). 이후 시행한 전립샘 MRI 소견은 전립샘암에 합당하였고(Fig. 2-A), 이후 시행한 조직 검사에서 전립샘암이 확진되었다. 병기 진단을 위해 시행한 삼상 뼈 스캔에서 척추, 늑골과 근위 상완골 부위 다발 병소가 보였고(Fig. 2-B), 복부골반 CT에서도 전이성 병변들이 다수 있어 비뇨의학과로 전과되어 항암 치료와 호르몬 치료를 받았다. 치료 후 좌측 IUHNP를 비롯한 임상 증상의 일시적 호전을 보였으나, 5개월 후 다시 악화되어 내원 7개월 후 사망하였다.
고 찰
설하신경핵은 연수의 정중곁(paramedian) 부위에 위치하며, 여기에서 기원한 설하신경은 설하신경공을 통과하여 내경동맥 주위를 지나 혀의 내인근육에 분포해 혀의 움직임에 관여한다[4]. 설하신경마비와 관련된 증상으로는 삼킴 곤란, 구음장애, 혀의 움직임장애가 가장 많이 보고되었고 이외 두통, 혀의 감각 저하, 맛감각 저하, 혀 깨물기 등이 보고되어 있으나[5], 이 중 상당수는 다른 뇌신경마비가 동반되어 나타났을 가능성이 더 높다. IUHNP 증례로만 한정할 경우의 증상은 혀의 움직임, 음식물 저작, 구음장애를 주로 보였고[1,3,6,7], 다른 증상 없이 혀의 위축과 편위만 보인 경우도 있었다[2].
설하신경마비를 일으키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경동맥내막절제술, 경동맥박리, 방사선 치료, 경추 후두부 수술, 외상, 원발뇌종양, 전이종양에 의한 경우 등이 보고되어 있고, 원인 미상인 경우도 있다[1-3,5,8]. 종양으로는 신경초종(Schwannoma), 부신경절종(paraganglioma), 뇌수막종 등 원발종양과 다발골수종이나 림프종 같은 혈액종양과 더불어 전이종양에 대한 보고도 있다[5]. 종양과 관련된 경우에는 IUHNP보다는 다른 뇌신경마비를 동반하는 경우가 더 많다[5].
Collet-Sicard 증후군은 두개골 기저부를 침범하는 병변이 있을 때 나타나는데, 이경우 경정맥공과 설하신경관이 침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설하신경마비와 더불어 다른 하부뇌신경(설인신경, 미주신경, 부신경)이 같이 침범되는 경우가 많아 삼킴 곤란, 쉰 목소리, 편측 승모근마비 등도 같이 나타난다[9]. 본 증례 환자의 경우 뇌영상에서 경정맥공과 설하신경관을 침범하는 것을 보였으나 다른 하부 뇌신경마비 증상이나 징후는 없었다.
최근에는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SARS‑CoV‑2) 감염의 후유증이나 SARS‑CoV‑2 백신 접종과 관련해 나타난 IUHNP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6,7].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면역 관련 신경염(immue-mediated neuritis)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앵바레(Guillain-Barré) 증후군이나 중증근무력증 같이 전신 질환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나 벨마비와 같이 단독 신경마비도 보고되고 있어 SARS‑CoV‑2 관련 신경염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7].
한 명의 국외 환자 증례에서 IUHNP가 전립샘암의 최초 증상으로 나타난 보고가 있었다[10]. 이 환자는 수개월간의 심한 두통과 더불어 서서히 진행한 구음장애를 호소하였는데 신경계 진찰상 IUHNP가 관찰되었다. 본 증례의 환자처럼 MRI에서 경정맥공 주위 조영증강 소견이 보여 전이종양 의심하에 종양표지자 검사를 시행하였고, PSA 수치가 상승해 전립샘암으로 진단하였다. 그러나 상기 환자는 뇌신경 MRI 등의 세밀한 검사는 시행하지 않아 설하신경의 이상 소견은 관찰할 수 없었다. 본 증례에서는 뇌신경 MRI를 이용하여 설하신경의 이상 소견도 같이 관찰해 보다 자세한 임상-영상의학 연관성(clinico-radiological correlation)을 입증하였다.
본 증례의 환자는 뇌영상 소견에서 설하신경을 침범하는 전립샘암의 뇌 전이가 확실하고 임상 소견상 혀의 위축이 확실히 보여 혀의 근전도 검사는 시행하지 않았다. 근전도 검사를 시행했으면 신경생리적으로도 연관성이 증명되었을 것이다.
IUHNP는 매우 드문 신경계 이상이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뇌신경 MRI를 이용하면 설하신경의 병변과 함께 주변 구조물의 이상도 같이 관찰할 수 있다. 경동맥박리에 의해서도 IUHNP가 나타날 수 있어 MRA도 같이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증례는 전립샘암의 최초 증상으로 IUHNP를 보인 국내 최초의 보고이고, IUHNP의 임상-영상의학 연관성을 입증한 최초의 보고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