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Korean Neurol Assoc > Volume 37(4); 2019 > Article
임상 추론: 급성 어지럼으로 내원한 42세 남자

증 례

42세 남자가 새벽에 자고 있던 도중 어지럼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심한 오심을 느껴 화장실로 비틀거리며 걸어갔으며 수차례 반복하여 토하였다. 누워서 쉬어도 비슷한 강도의 회전성 어지럼(rotatory vertigo)이 지속되어 증상 발생으로부터 11시간 후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예전에 유사한 양상의 어지럼 및 두통을 경험한 적 없었으며, 고혈압 이외의 기저질환은 없었다. 최근 외상 및 감염병력은 없었다. 머리와 상체를 바로 세운 자세에서 정면의 한 곳을 보게 하였을 때 오른쪽-위쪽-시계방향으로 향하는 자발안진(right-up-clockwise beating spontaneous nystagmus)을 보였다. 이 자발안진은 우측을 주시하였을 때 강화되었고, 좌측을 주시하였을 때 감소하였다. 프렌젤(Frenzel)안경을 사용하여 시고정을 제거하였을 때 자발안진의 방향은 유지되었고 세기는 커졌다. 두진후안진검사(head shaking test)에서도 자발안진의 세기가 커졌으며 안진 방향의 역전은 나타나지 않았다. 두부충동검사(head impulse tests, HITs)를 시행하였을 때 왼쪽 수평반고리관과 앞반고리관에서 양성을 보였다. 그 밖에 신경학적검사에서 스큐편위(skew deviation) 및 양쪽 상하지의 실조는 관찰되지 않았다. 사지 근력 및 감각, 심부건반사는 정상이었다. 환자는 혼자 앉아 있는 자세 및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고, 두 발을 일직선으로 세운 상태에서 롬버그자세를 취하게 하였을 때(강화롬버그검사, enhanced Romberg test) 좌측으로 체간이 기울어졌다. 독립보행이 가능하였지만 간헐적인 비틀거림을 보였다.

질문 1. 어지럼의 분류는?

어지럼은 응급실 및 일차 진료 현장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증상 중의 하나다. 어지럼을 유발하는 원인은 정상적 생리 반응에서부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뿐 아니라 시각계, 전정신경계, 체성감각계 및 고위 중추신경계 등의 다층적 신경계가 어지럼 발생에 기여한다. 어지럼을 일으키는 많은 질환에서 확진할 수 있는 단일한 검사 방법이 없다. 따라서 어지럼의 진단을 위해서는 발생 양상과 경과, 여러 검사 결과의 해석을 포괄하는 통합적인 접근 방법이 요구된다. 어지럼의 진단을 위해서는 정확한 병력 청취와 진료실에서 시행하는 신경학적검사가 무엇보다 우선시된다.
어지럼의 양상을 회전성(rotatory) 또는 비회전성(non-rotatory)으로 분류하고, 회전성 어지럼은 말초 전정신경계의 이상으로, 비회전성 어지럼은 중추신경계 및 심혈관계 등의 이상으로 간주하는 이분법적 접근 방법은 더 이상 권장되지 않는다. 환자들이 자신이 겪고 있는 어지럼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환자의 인지 능력, 교육수준, 신체 상태에 따라서 표현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문진을 통하여 어지럼의 양상을 파악할 때 회전성-비회전성 양상을 파악하기 위하여 노력하기보다는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첫째, 어지럼 발생 시점이 급성인지 만성인지 확인하며, 어지럼의 지속 시간이 구체적으로 얼마 동안인지 확인한다. 둘째, 동일하거나 유사한 양상의 어지럼 삽화가 예전에도 반복되었는지 이번에 처음 나타났는지 확인한다. 셋째, 어지럼이 발생하였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 확인한다. 아침에 잠에서 깨서 몸을 일으켰을 때 1분 미만의 짧은 어지럼이 유발되었고,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자 어지럼이 소실되었다고 한다면 체위어지럼(positional dizziness or vertigo)을 일컫는다. 만일 환자가 가만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자세에서 갑자기 어지럼증을 겪기 시작하여 머리 움직임이나 자세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어지럼을 느꼈다고 한다면 자발어지럼(spontaneous dizziness or vertigo)으로 간주한다. 어지럼 유발 상황에 대한 이와 같은 확인은 중요한데, 전형적인 체위어지럼의 경우 대부분의 병인이 양성돌발두위현훈(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BPPV)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Barany학회에서 제시한 정의에 따르면 체위어지럼은 중력축에 변화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머리 위치가 변화한 후에 발생하는 어지럼을 일컫는다[1]. 따라서, 체위어지럼은 중력축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머리움직임에 의하여 유발되는 두위동작어지럼(head-motion dizziness or vertigo)이나 기립어지럼(orthostatic dizziness or vertigo)과 구분해야 한다.
발생 시점과 지속 시간, 반복 삽화인지 단독 삽화인지 여부, 유발 당시 상황이 어떠하였는지 상기 세 가지 사항을 확인하고 나면 어지럼을 다음의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1) 급성자발지속어지럼(acute prolonged spontaneous dizziness or vertigo), 2) 반복자발어지럼(recurrent spontaneous dizziness or vertigo), 3) 반복체위어지럼(recurrent positional dizziness or vertigo), 4) 만성어지럼(chronic dizziness) (Table 1). 증례의 환자는 예전에 경험한 적 없는 어지럼이 응급실 내원 11시간 전에 발생하여 계속되고 있으며, 발생 상황에서 머리 움직임과 관계없이 유발되었다는 점에서 첫째 범주인 급성자발지속어지럼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질문 2. 감별진단은?

첫째 범주인 급성자발지속어지럼을 보이는 질환으로, 전정신경염(vestibular neuritis)과 후순환계(posterior circulation)의 신경계 구조물에 발생하는 허혈 병변 두 가지가 가장 흔하다(Table 2) [2]. 만일 급성 어지럼과 동반하여 청력 감소가 발생하였다면 감별진단의 목록에 미로염(labyrinthitis) 및 미로경색(labyrinthine infarction)이 추가된다. 최근 유의한 머리의 외상 및 충격의 병력이 있다면 외림프누공(perilymph fistula)을 고려한다. 둘째 범주인 반복자발어지럼에 속하는 병인은 매우 다양한데, 대표적인 말초 원인으로 전정편두통이나 메니에르병이, 중추 원인으로는 추골기저동맥부전(vertebrobasilar insufficiency)이 포함된다. 셋째 범주인 반복체위어지럼의 경우 양성돌발두위현훈(BPPV)이 가장 흔한 병인이며, 소뇌결절(cerebellar nodulus)과 같은 일부 중추 국소 병터에서 드물게 중추돌발체위현훈(central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을 유발할 수 있다. 넷째 범주의 만성 어지럼은 보통 3개월 이상 어지럼이 지속되는 경우를 말하며, 불안 및 우울과 같은 심리적 원인 및 뇌의 퇴행성 변화, 전정-감각신경계의 기능 저하와 같은 광범위한 병인에 기인한다. 증례의 환자는 첫째 범주인 급성자발지속어지럼에 속하며, 청력의 감퇴를 동반하지 않았고 최근 유의한 머리 외상력이 없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말초 원인인 전정신경염과 중추 원인인 후순환계 뇌경색 두 가지를 감별진단 목록으로 정리할 수 있다.

질문 3. 감별을 위하여 확인해야 하는 이학 소견은?

급성자발지속어지럼과 더불어 구음장애, 감각저하, 사지 실조와 같은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하였다면 중추병터의 존재를 강력히 시사한다. 하지만 중추전정병터를 가진 많은 급성 어지럼 환자들이 다른 신경학적 증상 없이 어지럼을 유일한 증상으로 호소한다. 따라서 말초전정병증과 중추전정병증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뇌신경기능 및 사지운동과 감각기능, 소뇌 실조를 비롯한 일반 신경학적검사를 포함하여 다음의 항목들을 빠짐없이 확인해야 한다. 첫째, 자발안진 및 주시유발안진(gaze-evoked nystagmus, GEN)을 관찰한다. 둘째, 두부충동검사를 시행하여 따라잡기신속안구운동(catch-up saccade)이 나타나는지 관찰한다. 셋째, 안구기울임반응(ocular tilt reaction, OTR)의 세 요소, 즉 스큐편위, 머리기울임(head tilt), 안구회선(ocular torsion)의 존재 여부와 그 방향을 확인한다. 넷째, 독립보행 및 체간 균형 유지가 가능한지 확인한다.

1) 안진

인체는 양쪽 전정신경의 끊임없는 정보 전달에 힘입어 균형 상태를 유지한다. 갑자기 한쪽 말초 전정신경 기능이 저하되면 전정불균형(vestibular imbalance)이 발생하여 병변측으로 안구가 편위된다. 기저 전정불균형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이러한 편위가 안진의 느린 성분(slow phase)을 결정한다. 중추신경계는 이러한 편위를 극복하고 시선이 똑바로 앞을 향한 상태, 즉 정위(primary position)를 유지하려 하며, 결과적으로 병변 반대쪽으로 향하는 보상성안구운동(compensational eye movement)이 발생한다. 이 움직임이 안진의 빠른 성분(fast phase)을 구성한다. 따라서 급성 일측 전정신경병에서 자발안진은 건측으로 향한다. 전형적으로 한쪽 전정신경이 모두 손상되었을 때 나타나는 자발안진은 수평-회선안진(horizontal-torsional nystagmus)이며, 자발안진이 향하고 있는 방향인 병변 반대쪽을 주시할 때 안진이 커지고, 병변 쪽을 주시할 때 안진이 줄어든다(Alexander’s law). 또한 시고정에 의하여 안진세기가 줄어들고 시고정을 제거하면 안진 세기가 커지지만 안진 방향은 유지된다. 말초안진은 수평두진(horizontal head shaking)에 의하여 강화되며, 두진후안진의 방향은 자발안진 방향과 일치한다.
전형적인 유형성을 가지는 말초전정병증과 달리, 중추어지럼에서 나타나는 자발안진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순수한 수직안진이나 회선안진은 중추병변을 시사하지만 중추전정병변에서도 수평-회선안진이 나타날 수 있음을 염두해야 한다. 즉 수평-회선자발안진이 보인다고 하여 반드시 말초전정병변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3,4]. 하지만 수평방향성분 없이 수직성분 또는 회선성분만으로 구성된 자발안진이 보인다면 중추전정불균형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만일 안진의 방향이 주시 방향에 따라 반대로 바뀐다면(주시유발안진, GEN) 이는 안와의 특정 위치에서 안구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신경적분체(neural integrator)의 손상을 의미한다. 주시유발안진은 중추병변을 의미하는 강력한 징후이다[5]. 말초전정불균형에 기인한 안진은 주시 방향 변화에 따라 안진 강도의 변화는 나타나지만 안진 방향의 역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2) 두부충동검사

두부충동검사는 별도의 장비 없이 침상 곁에서 전정안구반사(vestibulo-ocular reflex)를 평가할 수 있는 유용한 이학 검사법이다. 환자와 마주 보고 시선 높이를 일치시킨 상태에서 환자의 머리를 양손으로 단단히 잡고 검사자의 코를 쳐다보도록 지시한 후 환자 고개를 한쪽으로 10-20도 정도 빠르게 돌리면서 환자의 눈을 관찰한다. 충동(impulse)이라는 용어가 시사하듯이, 두부충동검사의 핵심은 머리 위치에 급속한 변화 자극을 가하여 그 반응으로 나타나는 안구운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충동 자극을 가하는 반고리관(semicircular canal)에서만 기인한 전정안구반사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머리회전 속도가 200-400°/s, 회전 가속도는 2,000-4,000°/s2에 달해야 한다. 머리를 회전시켰을 때 머리 회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안구의 교정단속운동(corrective catch-up saccade)이 나타나면 두부충동검사 양성으로 판단한다.
전정안구반사는 인체의 가장 기초적이며 중요한 반사 중의 하나로서, 머리가 움직인 만큼 안구를 반대 방향으로 같은 크기만큼 움직이도록 하여 시고정(visual fixation)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전정안구반사가 손상되지 않은 경우 두부충동검사를 시행하면 환자의 주시점이 검사자의 코에 머무른 채 응시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 한쪽 전정기능장애가 있을 경우 전정신경이 손상된 쪽으로 두부충동을 가하면 적절한 전정안반구사가 결여되어 있으므로 응시점을 놓치는 현상이 나타난다[6]. 결과적으로 응시점인 검사자의 코를 보기 위하여 뒤따라가는 신속안구운동이 나타난다(refixation saccade, corrective catch-up saccade). 자발안진이 있는 환자에서 두부충동검사가 정상인 경우 중추전정병증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다[7]. 하지만 자발안진이 있는 환자에서 두부충동검사가 양성으로 나왔을 경우 반드시 말초병변을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검사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5].

3) 안구기울임반응

안구기울임반응이란 말이면(roll plane)에서의 전정안구반사 이상에 의하여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머리기울임, 스큐편위, 안구회선의 세 요소로 구성된다[8]. 안구기울임반응에서 안구회선 방향은 머리가 기울어지는 방향으로 발생하며, 스큐편위 또한 기울어진 쪽의 눈이 아래에 위치한다. 안구기울임반응의 방향은 머리가 기울어지는 방향 및 안구회선 방향 그리고 아래쪽 눈 방향으로 정의한다. 안구기울임반응은 말초전정신경 손상을 포함하여 중뇌-시상접합부에 있는 Cajal간질핵(interstitial nucleus of Cajal)에 이르는 이석기관경로(otolithic pathway)의 어디든 일측 병터가 발생하였을 때 나타날 수 있다. 일부 연구자들이 저명한 스큐편위의 존재를 중추병변을 시사하는 징후로 포함시키기도 하였으나[7] 해부학적 구조를 고려하였을 때 원칙적으로 스큐편위를 포함한 안구기울임반응의 존재 자체는 말초병변과 중추병변을 감별하는 단독 지표로 사용되기 어렵다. 하지만 인구기울임반응의 방향은 병터의 개략적인 위치를 가늠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 일반적으로 말초전정신경 및 하부 뇌간(lower brainstem) 병변에서는 병변 쪽으로 안구기울임반응이 나타나며(ipsilesional OTR), 상부 뇌간(upper brainstem) 병변에서는 안구기울임반응이 병변 반대쪽으로 나타난다(contralesional OTR) [9].

4) 보행 및 체간 균형

일반적으로 말초전정신경병 환자는 혼자 앉은 자세와 선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증례의 경우처럼 걸을 때나 발을 한 줄로 모은 상태로 서 있도록 하여 균형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을 부과하였을 때 병변 쪽으로 몸이 기울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중추어지럼 환자는 일반적으로 혼자 서거나 걷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모든 중추어지럼 환자가 반드시 심한 보행장애나 체간불균형을 겪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말초병변과 중추병변을 감별할 때는 단일 이학 또는 단일 검사에 의거하여 판단해서는 안 되며, 지금까지 개괄하였던 네 가지 항목들을 하나씩 살피고 그 소견들을 모두 포괄하여 판단하는 사고 방식을 훈련해야 한다.
증례의 환자에 적용해보자. 환자는 오른쪽-위쪽-시계방향 자발안진을 보였는데, 이 자발안진은 우측을 보게 하였을 때 강해지고 좌측을 주시하였을 때 감소하였으므로 주시유발안진은 없었다. 시고정을 제거하였을 때 그리고 수평 방향으로 머리를 흔들었을 때(head shaking) 안진의 세기가 커졌으나 안진 방향은 유지되어 말초안진의 전형적 특징에 부합하였다. 일반적으로 한쪽 전정신경이 모두 손상되었을 때 나타나는 자발안진은 수평-회선안진이지만 증례의 경우 자발안진에 수직성분, 즉 위쪽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일견 전형적인 말초전정신경염과 상이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안진의 성분에 따라서 말초병변인지 중추병변인지 감별하는 것보다 그 안진이 순수하게 말초전정신경손상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숙고해야 한다. 말초전정신경은 두 개의 분지(division)로 구성되는데, 위분지(superior division of the vestibular nerve)는 앞반고리관과 수평반고리관 및 난형낭(utricle)을 지배하고, 아래분지(inferior division)는 후반고리관과 구형낭(saccule)을 지배한다. Fig. 1-A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여섯 개 반고리관에서 기인하는 힘의 벡터(vector)가 상쇄되기 때문에 전체 벡터의 총합이 0이 되어 안구의 균형을 유지한다. 만일 왼쪽 전정신경 위분지가 손상되면 남아 있는 힘의 벡터 총합이 왼쪽-아래쪽-시계반대방향으로 향한다(Fig. 1-B). 기저 전정불균형에 기인하는 벡터 총량의 경향성이 안진의 느린 성분을 만들고, 그에 대한 보상운동으로 안진의 빠른 성분이 결정되므로, 최종적인 안진 방향은 오른쪽-위쪽-시계방향이 된다. 즉 증례의 자발안진은 왼쪽 전정신경 위분지가 손상되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자발안진에 부합한다. 두부충동검사에서 관찰된 왼쪽 수평반고리관과 앞반고리관의 양성도 왼쪽 전정신경 위분지 손상을 뒷받침한다. 또한, 증례에서 저명한 스큐편위는 관찰되지 않았고 독립보행 및 서 있는 자세 유지가 가능하여 이 역시 말초전정신경염의 양상에 부합하였다.

질문 4. 진단을 확인하기 시행할 검사는?

요약해보자. 다른 신경학적 증상의 동반 없이 급성지속어지럼으로 발현한 증례의 환자는 전정신경염과 후순환계 경색이라는 말초병인과 중추병인의 감별을 필요로 하였다. 안진검사와 두부충동검사, 보행검사 그리고 신경학적검사 결과를 종합하였을 때 모두 좌측 위분지 말초전정신경염의 소견에 부합하였다.
전정기능검사를 시행하여 상기 추정 진단을 확실히 할 수 있다. 비디오안구운동기록계(video oculography)는 자발안진, 주시유발안진을 비롯하여 신속안구운동(saccade), 원활추종안구운동(smooth pursuit)을 기록하고 방향과 강도, 파형, 비대칭성 등을 분석할 수 있어 유용한 임상 정보를 제공한다. 침상 곁에서 시행하는 두부충동검사(bedside HIT)의 경우, 검사자가 검사법에 충분히 숙달되지 못할 경우 수직반고리관의 반응을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머리 회전이 멈춘 후 나타나는 현성신속안구운동(overt saccade)만을 관찰할 수 있다. 즉, 머리 회전이 일어나는 동안에 나타나는 숨은 신속안구운동(covert saccade)은 육안으로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비디오두부충동검사(video HIT) 장비를 통하여 전정안구반사와 교정성신속안구운동의 그래프를 확인하고 전정안구반사의 이득(gain)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면 진단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10]. 온도안진검사(bithermal caloric test)는 두부충동검사와 더불어 반고리관의 기능 저하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검사 방법이다. 한편, 전정유발근전위(vestibular evoked myogenic potential, VEMP)는 이석기관(otolithic organ)의 기능을 평가할 수 있는 검사 방법으로, 경부전정유발근전위(cervical VEMP)는 구형낭의 기능을, 외안근전정유발근전위(ocular VEMP)는 난형낭의 기능을 각각 반영한다. 그 밖에 안저사진검사(fundus photography)는 안구의 회선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해준다.

증 례 (계속)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였던 당일 안구운동기록계를 통하여 안진을 기록하였을 때 Fig. 2-A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안진의 방향은 육안으로 관찰하였던 바와 동일하게 오른쪽-위쪽-시계 방향이었고, 시고정을 제거하였을 때 안진 강도가 커졌다. 자발안진의 파형은 선형(linear)이었다. Fig. 2-B는 비디오두부충동검사 결과를 보여준다. 좌측 앞반고리관과 수평반고리관에서 이득(gain)의 저하를 확인할 수 있으며, 머리 회전이 멈춘 후 따라잡기신속안구운동(overt catch-up saccade)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온도안진검사에서 왼쪽 귀를 자극하였을 때 안진이 상대적으로 잘 유발되지 않았다(Fig. 2-C). 외안근전정유발근전위(ocular VEMP)는 왼쪽에서 파형이 형성되지 않았고, 경부전정유발근전위(cervical VEMP)는 정상이었다. 안저사진검사에서 각 안구의 회선은 정상범위였다.

토 의

전정신경염은 급성자발어지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 중의 하나이다. 어지럼을 주된 불편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들 중 양성돌발두위현훈, 지속체위지각어지럼(persistent postural perceptual dizziness, PPPD)에 이어 세 번째로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어지럼증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의 3-10%를 차지한다[11,12]. 전정신경염의 원인에 대해서는 바이러스 감염을 비롯한 몇 가지 가설이 제시되어 있으나 아직 정확한 병태생리학적 기전은 밝혀져 있지 않다[13]. 급성자발어지럼을 겪는 환자에서 다른 신경학적증상이나 청각증상의 동반은 없는지 상세히 병력을 청취하고 안진 및 두부충동검사, 자세 불안정을 포함하는 신경학적검사 과정을 통하여 중추병인을 감별하여 전정신경염을 진단할 수 있다. 전정신경염 환자들은 갑작스럽게 발생하여 빙빙 회전하는 양상의 심한 어지럼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오심이나 구토를 동반하며, 수시간 내지 수일 동안 지속되지만 점차 호전되는 자연 경과를 가진다[14]. 병변 반대쪽으로 향하는 자발안진을 보이며, 자발안진은 안진 방향으로 주시하였을 때 안진의 강도가 커지는 알렉산더 법칙을 따르고, 주시 방향에 따른 안진 방향의 역전은 나타나지 않는다. 두부충동검사에서 병변쪽 양성을 보여서 따라잡기신속운동을 관찰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독립적인 자발보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전형적인 병력과 신체검사 소견에 근거하여 전정신경염을 진단할 수 있지만 시간 경과에 따른 임상양상의 변화를 주의 깊게 평가하며 항상 뇌경색을 포함한 다른 질환과의 감별에 유념해야 한다. 비디오안진검사를 비롯한 전정기능검사는 진단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고, 특히 상전정신경-하전정신경 중 병변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전정신경염에서 상전정신경과 하전정신경의 이환 정도는 부분마비에서부터 완전마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 많은 전정신경염 환자들이 가쪽반고리관 단독 병변을 보이거나 가쪽반고리관과 앞반고리관의 동시 병변을 보인다. 약 30%에서 하전정신경 기능이 함께 저하되어 있다. 급성일측전정병증에서 상하전정신경 분지가 모두 이환된 환자가 15-30%, 상전정신경만 이환된 환자가 약 55-100%, 하전정신경만 이환된 환자가 3.7-15%라고 보고되었다.
KEY POINTS
• 어지럼의 진단을 위해서는 정확한 병력 청취와 진료실에서 시행하는 신경학적검사가 우선시된다.
• 어지럼 발생 시점과 지속 시간, 반복 삽화인지 단독 삽화인지 여부, 유발 당시 상황을 확인하여 어지럼을 네 가지 범주로 분류하고 하위 감별진단 목록을 떠올리는 접근 방식을 훈련한다. 어지럼의 분류는 첫째, 급성자발지속어지럼, 둘째, 반복자발어지럼, 셋째, 반복체위어지럼, 넷째, 만성 어지럼으로 나뉜다.
• 급성자발지속어지럼과 함께 구음장애, 감각저하, 사지 실조와 같은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하였다면 중추병터의 존재를 강력히 시사한다. 그러나 중추전정병터에 기인한 많은 급성자발어지럼 환자들이 다른 신경학적 증상 없이 어지럼을 유일한 증상으로 호소할 수 있다.
• 말초전정병증과 중추전정병증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항목들을 관찰해야 한다. 첫째, 자발안진 및 주시유발안진을 관찰한다. 둘째, 두부충동검사를 시행하여 따라잡기신속안구운동이 나타나는지 관찰한다. 셋째, 안구기울임반응이 어느 방향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한다. 넷째, 독립보행 및 체간 균형 유지가 가능한지 확인한다.
• 자발안진이 있는 환자에서 두부충동검사가 정상인 경우 중추전정병증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 안진의 방향이 주시 방향에 따라 반대로 바뀌는 주시유발안진은 중추병변을 의미하는 강력한 징후이다.
• 일반적으로 말초전정신경병 환자는 혼자 앉은 자세와 서 있는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 전형적인 병력과 신경이과적검사 소견에 근거하여 전정신경염을 진단할 수 있지만 시간 경과에 따른 임상양상의 변화를 주의 깊게 평가하도록 하며 항상 뇌경색을 포함한 다른 질환과의 감별에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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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Activation of each semicircular canal induces specific extraocular movements. (A) The direction of ocular movement is related to the semicircular canal that is being stimulated. (B) When a superior division of the unilateral vestibular nerve is injured, the forces of the spared semicircular canals produce a contraversive horizontal-torsional and upbeating spontaneous nystagmus. HC; horizontal canal, AC; anterior canal, PC; posterior ca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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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A) A 42-year-old man with sudden vertigo shows spontaneous right-up-clockwise beating nystagmus with a linear slow phase velocity during visual fixation, which increases in darkness. (B) Recording of the video head impulse tests documents decreased vestibulo-ocular reflex gains for left anterior and horizontal canals with covert and overt catch-up saccades. (C) Bithermal caloric irrigation shows reduced responses in the ear. RH; horizontal position of the right eye, RV; vertical position of the right eye, RT; torsional position of the right eye, PC; posterior canal, HC; horizontal canal, AC; anterior ca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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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Classification of dizziness
Classification Main symptom Main etiologies
Acute spontaneous dizziness/vertigo Sudden onset prolonged dizziness/vertigo with nausea, vomiting, and imbalance Vestibular neuritis, posterior circulation stroke
Recurrent spontaneous dizziness/vertigo Episodic dizziness or vertigo of variable duration, probably associated with headache, tinnitus, ear fullness, or transient neurologic deficits Meniere’s disease, vestibular migraine, VBI, TIA, OH
Recurrent positional dizziness/vertigo Dizziness/vertigo triggered by and occurring after a change of head position in space relative to gravity BPPV, CPPV
Chronic dizziness Persistent, but wax and wane, dizziness or unsteadiness present on most days for three months and more Neurodegenerative disease, bilateral vestibulopathy, PPPD

VBI; vertebro-basilar insufficiency, TIA; transient ischemic attack, OH; orthostatic hypotension, BPPV; benign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CPPV; central paroxysmal positional vertigo, PPPD; persistent postural perceptual dizziness.

Table 2.
Differential diagnosis of common causes of acute spontaneous vertigo [2]
Cause History Laboratory finding
Vestibular neuritis Develops over a period of hours Unilateral caloric hypoactivity, normal audiometry, normal brain imaging
Resolves over a period of days
May follow an infectious illness
Labyrinthitis Develops over a period of minutes to hour Unilateral caloric hypoactivity, moderate-to-severe ipsilateral sensorineural hearing loss, normal brain imaging
May be associated with systemic, ear, or meningeal infection
Perilymph fistula Abrupt onset associated with head trauma, barotrauma, or sudden strain Unilateral caloric hypoactivity, mild-to-moderate ipsilateral sensorineural hearing loss, temporal bone CT may show erosion from cholesteatoma
May be associated with chronic otitis media with cholesteatoma
Labyrinthine infarction Abrupt onset Absence of unilateral caloric response, severe ipsilesional sensorineural hearing loss, brain MR may show silent brain infarctions
May be associated with neurologic symptoms
Brainstem or cerebellar infarction Abrupt onset, history of transient ischemic attack and vascular disease Unilateral caloric hypoactivity if vestibular nucleus or entry zone of vestibular nerve is involved, ipsilateral hearing loss if anterior inferior cerebellar artery is involved, brain MR shows infarction in brainstem or cerebellum
Usually associated with neurologic symptoms

CT; computed tomography, MR; magnetic reso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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